지난 5월 23일, 농림축산부는 과잉 상태인 정부양곡(미곡) 재고를 감축하기 위해 14만 톤의 쌀을 올해 말까지 사료용과 주정용으로 특별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3년 4월 말 기준으로 재고량이 170만 톤으로 적정 재고(80만 톤)을 크게 초과하여 보관료 등의 부담이 커졌고, 쌀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 처분을 통해 정부 양곡 보관 비용 약 115억 원 절감, 사료용 및 주정용 수입 원료 대체에 따른 외화 618억 절감, 수확기 대비 정부 양곡 창고 여석 확보, 과잉 물량 해소를 통한 쌀값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발표 내용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필자가 2년 전에 쓴 글에서 산업현장에서는 가공용 쌀이 없어 대부분의 냉동 볶음밥이 미국산 칼로스로 바뀔 것이라 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이제 그 미국산 칼로스마저도 부족해 호주산이나 중국산을 검토하는 업체까지 있다.

기존에 대량으로 정부미를 받아 사용하던 회사가 아니면, 정부미를 받아 밥이나 떡을 만들어 보려 해도 좀처럼 받기 어렵다는 산업체의 이야기도 있다. 물론 업체가 방법을 잘 모르거나 사실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명확한 것은 냉동 볶음밥은 좀처럼 국산 쌀로 만든 제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정부 양곡이라면 밥용 쌀 일 텐데, 그걸 사료용이나 주정용으로 쓰고, 우리는 칼로스로 지은 볶음밥을 먹고 있으니, 정책 부분은 모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변함이 없다.

생산업체 이야기로는 국내산 쌀을 사용하면 납품가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유통업체 바이어들 역시 무작정 소비자가를 높일 수가 없는 상황에, 유통마진을 남겨야 하니 싸게 만들어 오라고 주문할 테니 이래저래 계속 악순환이다.

정부 양곡을 특별 처분한다는 것은 매입가의 10~20% 수준의 헐값에 판다는 거다. 수입용 쌀보다도 싸다.

밥을 점점 먹지 않아 쌀 재고가 너무 많다고 하니, 악성 재고는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쌀이 없다고 하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

밥을 너무 안 먹다 보니,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27일 ‘가루쌀 미래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CJ, 농심, 풀무원과 같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17개 업체 참여해서 면제품, 과자류, 빵류, 디저트와 같은 제과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뭐가 되든 쌀을 가공해서 많이 소비할 수 있다면, 매우 좋은 일이다. 쌀은 식량 주권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무작정 재배량을 줄일 수도 없다.

그런데 한 가지 담당자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식문화에 대한 것이다. 밥이 아닌 면, 빵은 다 기호식품이다. 그 맛 때문에 그 식감 때문에 먹는 것이다. 그렇기에 밥 보다 빵을 더 비싸게 팔 수 있다. 코로나 시기 밥을 만드는 식품회사 보다 빵을 만드는 식품회사의 이익이 훨씬 높았다.

우리가 맛있다고 먹는 면 음식인 우동, 라면, 국수 다 밀가루로 만든다. 우리가 쌀가루로 만들어 먹는 면 음식은 베트남 쌀국수 정도다. 과거부터 여러 업체가 쌀로 만든 면제품을 개발해 판매해 보았지만, 잘 팔리고 성공한 제품이 있는가? 아마 ‘아~ 쌀 치고는 괜찮네.’ 정도의 수준이 아닐까? 다시 말해 잘 팔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면은 밀가루로 만들어야 맛있는데, 그걸 억지로 쌀로 만든다? 물론 먹을 사람도 있겠지만, 얼마나 될까?

다음은 빵이다. 빵은 밀가루 중에서도 글루텐 함량이 높은 강력분으로 만들어야 한다. 

빵, 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글루텐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그 조직을 구성할 철골과 같은 기둥이 필요한데, 이번에 ‘바로미’라는 가루쌀 전용 품종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미 그전부터 강력 쌀가루라면, 빵을 다 만들고 있었다.

강력 쌀가루란 일반적인 쌀가루에 글루텐을 넣어 만든 제품으로 쌀 베이커리 업체에서 흔히 사용하는 원료다. 다시 말해 빵을 만들기 위해 쌀에 밀글루텐을 넣는 것이다. 실은 이것도 빵을 흉내 내는 정도이지 정말 빵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쌀로 만들 때 가장 적합한 가공식품이 있다면 그것은 과자와 디저트와 같은 케이크다, 원래부터 박력 밀가루를 사용하는 음식이기에 쌀가루로 만들어도 위화감이 없다.

이미 가공식품에 사용하고 있는데, 가루쌀 전용 품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제부터 24년도 생산단지 1만 헥타르를 확보하겠다고 한다. 일반쌀 재배면적은 23년 기준 약 71만 1천 헥타르다. 농산물 가격은 생산량과 직결되는 데 싸서 남아도는 쌀은 떨이로 팔고 가루쌀을 재배하기 위해서 뭔가를 더 한다?

진정한 가루 쌀이 되려면 쌀 단백질로 글루텐을 만들던지, 아니면 우리가 먹는 밥쌀용 쌀로 정말 맛있는 면이나 빵을 만들 수 있는 가공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이야기지만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6년 전 칼럼에서 기류분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일본의 경우 조금 특별한 가공방법으로 제빵용 쌀가루를 만들고, 그 쌀가루를 이용해 제품화된 쌀빵이 있다. 따로 글루텐을 넣지 않은 쌀가루다. 국내에서도 동일한 설비로 제분하려 했지만, 제품화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쌀 베이커리 전문점이 조금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수일 뿐 대다수의 소비자는 밀가루 빵을 즐겨 먹는다.

서론이 길었는데 본론으로 들어와 현재 가장 많이 쌀을 소비하는 가공식품은 1위가 밥 제품이다.  편의점의 도시락, 그리고 햇반과 같은 즉석밥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떡류다.

실제 편의점 3사인 CU, 세븐일레븐, GS25의 국내산 쌀 매입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즉석밥의 대명사인 햇반도 3년간 20%씩 성장하고 있다.

어쩌다 먹는 기호식품이 아닌 늘 먹는 일상 식품에 더 잘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사용량을 확실히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칼럼 중에서 점점 줄어드는 우리와 달리 오히려 쌀 소비가 약간 증가했던 일본의 사례를 설명했다. 그 이유가 20~30대의 젊은 층의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대학가에서 ‘천원의 아침밥’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1,000원으로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지만, 국가와 학교의 지원으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돕자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을 못 보는 것 같다.

교육통계서비스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으로 대학생 수는 약 193만8천 명인 데 반해 초, 중, 고등학생 수는 532만 1천 명이다.

이제 질병 관리청의 청소년 건강행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2년 기준으로 주 5일 이상 아침 식사 결식률을 보면 여학생은 40.7%고 남학생은 37.4%나 된다. 게다가 매년 가파르게 결식률이 높아지고 있다.

초등학생 결식률의 경우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서 약 12%로 이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결식률이 높아지고 있다.

아침 식사의 중요성은 너무나도 많은 학자가 이야기하고 있어 필자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다 큰 성인보다도 한참 성장하고 공부하는 청소년기에는 더욱 중요하다.

밥을 먹어야 두뇌가 활성화되어 집중력과 사고력이 향상되고, 과식과 폭식을 방지해서 체중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요즘 어린이나 청소년들과 우리의 어릴 때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과체중이나 비만이 많다.

아침밥을 어릴 때부터 안 먹게 되면 결국 성인이 되어서도 속이 불편하다고 여겨 아침을 먹지 않게 된다.

지금의 정부가 결식 학생을 대상으로 아침 식사 및 방학 중 점심 식사 지원을 이야기했지만, 그냥 공평하게 모든 학생에게 점심뿐만 아니라 아침까지 급식으로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히로시마현에서는 2018년도부터 ‘아침밥 추진모델사업’을 시작해서 히로시마 현 내의 모든 학생이 아침 급식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표는 학생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초가 되는 생활습관을 익히기 위함이라고 한다.

일본 초등학생의 경우 2018년을 기준으로 결식률이 약 5.3%라고 한다. 우리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학생들의 성장과 학력을 위해서 아침 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한 학생의 학력 조사 정답률이, 식사를 하지 않은 학생 보다 훨씬 높다는 문부성 조사 결과도 있다.

히로시마현 아침밥 추진모델사업 홍보사진 (사진=히로시마현 홈페이지)
히로시마현 아침밥 추진모델사업 홍보사진 (사진=히로시마현 홈페이지)

우리도 전에 시행했지만 실패했거나, 지금 아침 급식을 검토하는 곳이 있지만 예산 문제, 급식 종사자, 운영비 등의 문제로 그 운영이 쉽지 않았다.

아침 급식을 점심 급식처럼 생각하고 준비하려니 당연한 결과다. 필자가 7년 전 일본 도쿄에 있는 쇼와 대학병원의 급식 조리실을 견학한 적이 있었다. New Cook Chill이라는 가장 최신의 조리법을 도입한 주방이었다. 참고로 급식 중 난이도가 제일 높은 곳이 병원이다. 하루 3끼 공급은 기본에 직원식, 일반 환자식, 수술 회복식, 연하곤란식, 항암식 등 한 끼에 5~6종류의 식단 구성이 기본이다. 병상은 800석이 넘고, 근무하는 의료진만 해도 2,500명이나 되는 대형 종합 병원인데. 아침 식사 준비하는 직원이 고작 2명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대형 주방이 아닌, 최신식 도시락 공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반찬하고, 밥만 주려 해도, 일할 사람이 없다. 가격이 비싸다 등 많은 어려움이 나온다.

갈수록 일할 사람도 없는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800명이 넘는 환자식도 2명이 준비하는데, 쇼와 대학병원과 같은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이건 혼자서 충분히 급식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죽, 누룽지, 리소또, 영양밥, 국밥, 덮밥, 시리얼 등 식사 준비도 간단하고 먹기도 간단한 아침 식단을 얼마든지 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료용으로 땡처리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아침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쌀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침밥을 먹기 시작한 어린이, 청소년들은 밥을 좋아하게 될 테고, 아침밥의 필요성을 몸으로 알게 될 테니 이는 10년, 20년 후에도 계속 아침밥을 먹는 습관으로 이어질 테니 쌀 소비량이 다시 증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성환 밥소믈리에

왜 밥을 먹어야하나?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밥의 속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갑니다.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