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부터 30일까지 세계김치연구소가 주관하는 ‘2023 김치산업진흥 기술교류회’에 참석했다. 전통적인 제조 방법의 김치는 거의 농산물로만 이루어진 식품이며, 지금도 그러한 편에 속하는 식품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가 맛있게 사 먹는 CJ, 종가집, 풀무원 등 대기업에서 제조하는 김치 중 상당수는 류코노스톡이라는 유산균 종균을 사용해서 더욱 김치를 맛있게 만들려고 한다. 이 유산균을 사용함으로 발생하는 CO2는 톡 쏘는 청량감을 만들고, 만니톨이라는 당알코올의 생성으로 시원한 단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아직 유산균 종균을 사용하는 제조업체보다는 사용하지 않는 김치 제조 업체가 더 많다.

확실히 이런 종균을 사용하면 맛 품질은 일반적으로 균질하게 되고 좋아지지만, 각각의 개성이 좀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술교류회 현장에서도 유산균의 사용에 대한 의견이 제각각이었다.

필자가 여기서 김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2016년에도 맛있는 밥을 짓는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식재료를 언급한 적이 있다.

미림, 정종, 식용유, 식초, 숯, 간수, 육수 등 각각 밥 속에서 어떤 원리로 인해 밥맛이 더 좋아지는지 어느정도 넣으면 좋은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방법들은 가정이나 식당에서 활용해 보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식품회사에서는 어떤 식품 원료를 사용해서 밥맛을 향상시키는 지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일명 ‘에키벤’으로 불리는 일본 신칸센 고속철의 도시락을 만드는 JR 파센저스 서비스 도시락 공장에서 잠시 일을 했다. 당시의 JR 파센저스 서비스 도시락 공장은 샐러리맨이 많은 JR 신바시역 선로 아래를 따라 길게 자리잡고 있는 특이한 공장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바로 위로 지나가는 신칸센 고속철에 제품을 실어 올리는 독특한 공장이었다.

일본 훼미리마트 공장장의 추천으로 일하게 된 첫 식품 공장이었다. 위생 절차나 조리 가공의 방법이 레스토랑과는 다르기도 했고, 훨씬 엄격했다.

모든 가열 조리되는 음식은 하나하나 온도계로 중심 온도를 확인했으며, 가열된 뜨거운 음식들은 바로 진공 냉각기에 넣어 냉각공정을 거친 후 도시락에 담았다.

신칸센의 도시락뿐만 아니라 일본 편의점의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조차 상당히 맛있었다.

그런데, 귀국 후 한국에서 사 먹는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은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않고서는 밥이 딱딱하게 노화되어 맛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데워서 먹은 적이 없었는데, 무슨 차이일까? 당시에는 왜 그런지 이유를 몰라 궁금해했었다.

단순히 취반 설비의 기술적 차이일까 생각했지만, 그 후 다시 찾은 일본의 도시락 전문 제조 기업에서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귀국 후 바른 먹거리를 만드는 P 사의 개발팀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기술제휴 건으로 일본의 ‘산쿠스’라는 편의점의 도시락 공장을 방문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

밥(도시락용 백미, 삼각김밥, 초밥)의 종류에 따라 쌀을 다르게 사용하며, 취반 설비도 다르게 사용하는 점, 그리고 냉장 유통 중 밥의 노화를 막아 밥맛을 계속 유지해주는 취반 개량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상온 유통하는 즉석밥에 사용하는 산도조절제와는 좀 다른 원료다.

그래서 이번에는 냉장, 냉동 유통용 밥 제품에 사용되는 ‘취반 개량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이제는 비밀도 아니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원료이며, 밥에 사용되는 다른 식품 원료에 대해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개하려 한다.


오츠카 화학 炊飯ミオラ (취반미오라)

우리에게는 이온 음료 ‘포카리 스웨트’로 유명한 오츠카는 아주 오래전부터 취반 개량제를 개발해 판매해왔다. 그 수가 무려 10종류나 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취반 미오라’라는 제품이다. 많이 사용되는 취반 개량제 중 하나로, 효소를 사용해서 쌀의 중심부까지 빨리 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흡수성을 높여, 전분의 호화를 촉진한다. 이로 인해 밥이 충분히 부풀어 오르게 되어 맛있는 밥을 완성한다.

아지쿄우 TAKUMI (타쿠미)

아지쿄우라는 좀 생소한 회사의 ‘타쿠미’라는 제품이다. 이 회사도 취반 개량제 제품을 다수 가지고 있다. 제품 유형은 pH 조절제로 표기하나, 냉장 유통이나 저온유통 시에도 밥의 노화를 방지해서, 밥의 풍미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원료다.

아지노모토 KKお米ふっくら調理料 (KK 훗쿠라 조미료)

일본을 대표하는 식품기업인 ‘아지노모토’의 ‘KK 오코메 훗쿠라 조미료’라는 제품으로 이 역시 ‘알파 글루코시다제’라는 효소를 기반으로 쌀의 보습력을 높여 찰지고, 잘 부풀어 오르는 밥을 짓도록 해준다.

뉴트리 乳カル酵素+Zn(유칼효소Zn)

조금은 다른 취반 개량제로 ‘뉴트리’라는 건강기능식품 제조사의 영양강화 기능이 있는 취반 개량제다. 밥에 부족하기 쉬운 칼슘, 아연, 비타민 A, D와 효소가 들어있어, 밥맛도 좋아지고, 영양성분도 채워주어, 일본의 병원, 요양병원, 실버타운 등에서 많이 사용된다.

단순히 취반용 영양 강화제들은 많으나 대부분 밥맛을 저해하는데, 뉴트리의 제품은 밥맛도 더 좋아진다. 그러나 한국은 고급 요양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에서는 비용적인 측면 때문에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인 병원에서 제공하는 한 끼 식사의 가격을 알면 아마 모두 놀랄 것이다. 그런 가격에 식단을 짜내는 병원의 임상영양사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큐피 ライスクイーン(라이스 퀸)

우리에게는 ‘마요네즈’로 유명한 일본 큐피도 오츠카 제약처럼 상당히 많은 취반 개량제를 가지고 있다. 조금 다른 점은 상당수 식초를 베이스로 액상당류 등 여러 원료가 혼합된 취반 개량 식초로 불리는 제품이 많다. 초밥, 도시락, 냉장밥, 냉동밥, 볶음밥 등 각 밥의 종류에 따라 제품이 세분화 되어있다.

하야시바라 TREHA(트레할로스)

포도당 2분자로부터 만들어진 천연의 비환원성당으로 식물이나 미생물 등의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당으로 버섯류에 특히 많이 포함되어 있어 일명 머쉬룸(Mushroom)당으로 불린다. 1832년 Wiggers에 의해 처음 분리되었다.

트레할로스는 단백질의 동결이나 보호작용, 가열에 의한 메일러드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특징으로 포함해서 사막지역에서도 선인장 등의 식물 세포가 건조되지 않도록 세포를 보호하는 뛰어난 수분 보습성과 지방질 변패를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끔 사막에 말라 버린 동식물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에 트레할로스가 세포의 보호 및 재생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당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공눈물, 화장품, 마스크팩, 식품 등에 널리 사용된다. 다시 말해 보습력과 전분 노화 억제력 하나만큼은 최고의 성능을 가졌다. 그러다가 일본의 ‘하야시바라’사가 대량 생산에 성공하여 ‘트레하’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했다.

필자 역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떡, 축산물 가공품, 밥, 샐러드 드레싱에 사용했다. 이 일본 기업은 한국의 CJ가 인수하려 했을 정도로 기능성 원료에 특화된 기업이었지만, 기술유출을 우려한 일본에서 막아 인수를 하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

일본에서 판매중인 취반 개량제

이 외에도 많은 취반 개량제가 있지만, 일본 기업 제품이 주를 이룬다. 제조사마다 다르지만 주요 성분은 트레할로스, 당류, 변성전분, 효소, 식초 등이 주요 구성성분으로 냉장, 냉동에서 밥이 촉촉하게 노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 주요 목적이다. 그리고, 위에 설명한 제품 대부분 국내에도 유통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상온 즉석밥에 들어있는 산도 조절제로 사용하는 미강 추출물과는 그 역할이 다르다. 미강 추출물의 주요 성분은 글루코노델타락톤으로 물에 녹으면서 글루콘산으로 변해 pH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덕에 상온에서도 안전하게 즉석밥을 유통할 수 있다.

소비자가 잘 모르는 것이 있는데, 가공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면서 맛있는 식품이어야 한다는 거다. 맛보다도 우선인 것이 안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즉석밥에 미강 추출물이나 pH 조절제가 있다고 해서 그것에 불만을 느낀다거나 클레임을 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식품회사의 생각이고 한국의 소비자는 밥에 물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들어있다는 것에 상당히 거부감을 느낀다. 여기서 설명한 취반 개량제들은 누구나 다 아는 식품 원료로 구성되어 있어, 식품 첨가물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바로 갓 지어먹는 밥은 쌀만 좋으면 맛있는 밥이 된다. 하지만, 냉장이나 냉동에서 유통하는 밥은 아무리 쌀이 좋아도 그 한계가 있다. 딱딱하고 맛없는 밥보다는 안전하면서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이런 식품 원료를 사용하는 것도 어떨까 생각한다.


박성환 밥소믈리에

왜 밥을 먹어야하나?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밥의 속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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