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생 배고프다 (사진=디자인이음)
우리는 평생 배고프다 (사진=디자인이음)

독립출판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을 문고판으로 재현한 청춘문고 29번째 책. 불완전한 삶 속의 위트있는 맛집 에세이 ‘우리는 평생 배고프다’는 화려한 레스토랑의 고급 음식 품평과는 다른 색깔의 맛 비평집이다. 저자는 초장을 먹기 위해 회를 먹고 쌈장을 먹기 위해 고기를 사서 냉동하는 독특한 주관의 소유자이다. 딱딱한 토마토와 매운 양파가 들어있는 노브랜드의 버거를 먹으며 아마추어의 애정을 떠올리고, 가성비 높은 마트 와인들을 바라보며 경제에 대해 사유한다. 그의 이야기는 긴급재난지원금에서 남자친구 효능감으로 끝나고, 시시포스의 심정으로 냉장고 내부의 죽음을 애도한다. “배고픔을 느꼈을 땐 해결하면 된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할 수 있다. 딱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결핍. 그게 공복이다. 그래서 공복은 반갑다.” 자발적인 짜장 고문, 내가 우유고자라니, 스타벅스의 아말감, 무화과 통밀쿠키와 부들부들한 떡볶이에 대한 고증까지. 우리의 허기는 어느새 작은 행복감에 자리를 내어준다.

감염병이 삶을 장악하고 불안정한 사회에서 어느새 우리는 멈추지 않는 허기를 느끼고 있다. 맛집을 검색하고 인증사진을 올리는 일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리는 평생 배고프다’의 저자는 혀끝의 감각만으로 맛집의 여정을 이어가지 않는다. 그의 글에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겨있다. 신자유주의에서의 비만을 이야기하다 쿠키 만드는 비법을 전수하고, 에스프레소 바에서 팀장을 만난 날 회사를 옮길까 고민한다. 냉장고의 상한 음식들을 애도하며 그들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완성되었을 요리를 읊조린다.

“우리의 사유가 아름다운 이유는 하나같이 장난꾸러기여서다. 머릿속에서 아주 짧은 찰나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사물 그리고 개념은 떨어졌다가도 한데 붙고 어느 순간 다시 떨어져 장난치고 논다.(북 코디네이터 꽃기린)” 개구쟁이의 끝말잇기 같은 맛집 비평은 공감의 고개 끄덕임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먹는다는 것은 불완전한 삶의 구멍들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구멍이 생기면 또 다른 음식으로 구멍을 채워가는 것이다. “그러면 숨통이 조금 트인다. 도무지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무언가가 우리의 위 크기 정도로 작아지는 순간이다. 고통은 우리 생각보다 작다.” ‘우리는 평생 배고프다’는 우리의 허기를 채워가는 따뜻한 사유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주치의는 필요 없지만, 서점도 잘 모르겠지만, 믿음직한 반찬 가게는 하나 있어야 한다. 밥은 밥솥이 한다. 이거면 세상 문제 반은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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