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술을 맛있게 먹기 위해 오랜 기간 많은 노력들을 해왔다. 발효방법을 다양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잔의 형태나 마시는 방법 등의 연구를 통해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중 술을 마시는 방법을 체계화해 테이스팅이라는 방법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테이스팅이란 시각적, 후각적, 미각적으로 검사하고 분석하여 느낀 점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하고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테이스팅은 사실 주류뿐 아니라 식품을 포함한 제품의 품질 등의 연구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중 일반인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것이 주류의 테이스팅일 것이다.

와인 테이스팅 @픽셀스
와인 테이스팅 @픽셀스

주류의 테이스팅 중 체계화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와인 테이스팅이다. 와인 테이스팅은 인간의 눈, 코, 입, 귀 그리고 촉감 등 오감을 이용하여 와인의 정보를 느끼고, 와인의 품질과 맛을 평가, 분석하여 타인에게 묘사하는 행위를 이야기 한다. 테이스팅 순서도 대략적으로 통일이 되어 있다. 먼저 눈으로 술의 상태를 확인하여 색, 외관을 관찰한다. 이후 시음 잔을 가볍게 흔들면서(swirling) 코에 대고 올라오는 향을 맡는다. 한 모금 입에 넣고 입안 전체로 펼치고 맛을 본 후 마지막으로 내뱉고 후미를 확인한다. 이러한 와인의 테이스팅 순서가 여러 주류에도 도입되면서 거의 모든 주류의 테이스팅은 이 순서와 동일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순서적인 방법 이외에도 테이스팅을 하기위한 몇 가지 환경적인 조건도 정리되었다. 일반적인 와인 테이스팅 조건이라하면 직사광선을 피한 밝은 곳이 좋으며, 냄새가 없는 곳이 좋다. 실내 온도도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18~20도가 적당하다. 시음 글라스는 ISO 인증을 받은 국제규정 글라스를 사용한다. 와인의 색상을 관찰 할 시에는 배경이 흰 종이나 벽을 이용한다. 이외에도 중요한 것 중에 와인 시음 온도가 있다. 와인의 경우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나 통상적으로 스파클링 와인은 6~8도, 화이트·로제 와인은 7~13도, 레드 와인은 13~18도를 적절한 시음 온도라 이야기 한다. 물론 양조장에서는 제품마다 원하는 향과 맛을 더 잘 느끼게 하기 위해서 다른 온도를 제시하기도 한다.

와인 종류별 테이스팅 온도 @ https://www.goodpairdays.com/guides/wine-101/article/wine-drinking-temperatures/
와인 종류별 테이스팅 온도 @ https://www.goodpairdays.com/guides/wine-101/article/wine-drinking-temperatures/

전통주 역시 테이스팅은 와인의 테이스팅 방법을 인용해 사용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탁주의 경우 술지게미의 양에 의해 목넘김 등에 대한 평가가 조금 다른 정도이지 대부분은 테이스팅 평가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테이스팅 조건은 다를까? 전통주의 테이스팅 조건 역시 와인의 테이스팅과 비슷하다. 하지만 와인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시음 온도일 것이다. 전통주는 테이스팅 온도 조건을 매우 낮게 생각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생산자들도 자신들의 술 테이스팅 온도가 5~10도(또는 그 이하)로 낮아야지 맛있다고 생각들을 한다.

물론 어떤 술들은 5~10도에서 맛있거나 시원한 느낌이 필요해서 마시는 온도를 낮게 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테이스팅 온도는 사실 과거부터 마셔오던 맥주와 소주의 온도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의 맥주와 소주는 다른 나라의 술들보다 낮은 온도에서 마시기를 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낮은 온도에 보관한 맥주를 냉동고에 넣었던 맥주잔에 부어서 마시게 하거나 희석식 소주는 냉동고에 넣고 판매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술들은 향으로 마시는 술이 아니었기에 맥주는 목에서 넘기는 시원한 느낌으로 소주는 알코올 향과 쓴 맛을 못 느끼게 하기 위해 낮은 온도에서 마시기를 권했다.

차가운 잔에 담긴 맥주 @픽셀스
차가운 잔에 담긴 맥주 @픽셀스

하지만 맛에 있어 온도의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 신맛은 5~25도, 단맛은 20~25도, 짠맛은 30~40도, 쓴맛은 40~50도에서 가장 잘 느껴진다. 예를 들어 오렌지처럼 단맛과 신맛이 함께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온도가 높으면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신맛이 약하게 느껴지고, 온도가 낮으면 단맛이 약하게 느껴지면서 신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또한 온도는 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향을 느끼는 것은 음식에 포함된 각종 향의 분자가 코에 와 닿기 때문이다. 주류의 경우 너무 낮은 온도에서는 알코올 및 다양한 향 분자들이 충분히 휘발되지 못해 코에서 향들을 잘 느끼지 못한다. 반대로 너무 높은 온도에서는 향들이 너무 빠르게 휘발되어 향을 느낄 수 없다. 그러기에 각각의 술 향을 잘 느끼기 위해서는 그 술만의 온도를 찾아야 한다.

오래전 술들은 낮은 온도에서의 테이스팅에도 맛과 향에서 큰 차이가 없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프리미엄 전통주들은 향과 맛을 중요시 생각하고 있고 향과 맛을 소비자들에게 장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테이스팅을 권할 때의 모습에서는 과거와 변화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며칠 전 개최되었던 ‘서울국제주류&와인 박람회 2023’에서의 경험이다. 10~15도 정도에서 마셔서 향과 맛이 좋았던 기억을 가진 전통주가 있었다. 박람회 시음부스에서 0도에 가까운 낮은 온도에서 테이스팅을 권했고 당연히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현장에서 조금 더 높은 온도에서 테이스팅하기를 양조장에 권했지만 이처럼 낮은 온도에서 테이스팅을 하는 양조장들을 여러 곳 보았다.

이번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2023’를 보면서 젊은 층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들의 전통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많이 놀랐다. 이들에게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음료가 아니고 즐기기 위한 음료로 인식하고 있다. 젊은 층이 전통주를 더 많이 즐기기 위한 방법을 양조장들은 알려줘야 한다. 이러한 방법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술을 테이스팅 온도일 것이다. 양조장은 자신들 제품의 향과 맛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온도를 찾아야 한다. 와인은 모두 동일한 온도에서 테이스팅을 하지 않는다. 우리 전통주들도 자신만의 테이스팅 온도를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2023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Seoul International Wines & Spirits Expo 2023) 현장 
2023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Seoul International Wines & Spirits Expo 2023) 현장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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