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고 한다. 숫자 ‘3’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완벽한 숫자를 의미한다. 하나만 있으면 불완전하고 둘이면 대립이나 구분이 될 수 있으나 숫자 '3'은 완전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숫자 ‘3’이 들어간 재미있는 선정이 분야별로 많다. 전국 3대 중국집, 서울 3대 빵집, 서울 3대 떡볶이 집 등이 그렇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한국 3대 미남, 세계 3대 야경, 세계 3대 해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3대’가 존재를 한다. 주류 역시 세계 3대 명주가 있다. 세계 3대 명주로는 중국 마오타이, 영국 스카치위스키, 프랑스 코냑을 이야기 한다. 물론 세계 3대 명주를 누가 정했는지는 알 수는 없다.

누가 정하는지 알 수 없는 서울 3대 떡볶이집 들 @픽사베이
누가 정하는지 알 수 없는 서울 3대 떡볶이집 들 @픽사베이

다행인 것은 이렇게 정한 3대 명주가 허무맹랑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3가지 술 모두 최근 발표된 ‘브랜드 파이낸스 주류음료 보고서 2023(Brand Finance Alcoholic Drinks 2023)에 가치가 높은 주류에 속해있다. 이 순위에는 중국의 마오타이가 1위, 프랑스의 코냑 브랜드 헤네시가 6위, 영국의 조니 워커가 9위에 포함되어 있다. 이 세 가지 술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숙성 증류주라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거나 국가를 대표하는 술 중 상당수는 증류주이다. 증류주는 다양한 원료를 이용해 전 세계에서 두루 제조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멕시코는 선인장으로 만든 테킬라, 사탕수수로 만든 럼, 호밀•감자 등을 이용한 만든 보드카, 동아시아의 쌀로 만든 소주 등이 있다.

세계에는 다양한 증류주가 있고 각 나라별 그 문화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음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희석식 소주라는 값싸고 빨리 취할 수 있는 술이 주류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계 주류시장 트렌드는 다양화와 함께 고급화를 이야기 한다. 국내도 소득 증가에 따라 외국 고급 주류의 수입이 증가되고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위스키나 브랜디 등의 숙성 증류주가 차지하고 있다.

창고에서 숙성중인 위스키 통 @픽사베이
창고에서 숙성중인 위스키 통 @픽사베이

증류주는 다른 주류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 특히 숙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제품들이 많다. 증류주의 숙성개념 도입은 영국 위스키로부터 시작되었다고들 한다. 초기 세금회피를 목적으로 생산된 밀주를 은닉하기 위해 오크통에 담아 산속, 지하, 동굴 등에 숨겨두었다. 시간이 지나자 원형의 증류주보다 더 부드럽고 향미가 뛰어나 목통 숙성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증류주의 목통 숙성은 이후 브랜디, 다크럼, 숙성데킬라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에 와서 프리미엄 증류주로 일컬어지는 증류주는 숙성 증류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숙성증류주는 원료의 부가가치 향상 측면에서 발효주보다 10배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여 알코올 휘발로 소실되어지는 양을 보존하고도 남을 만큼 가치의 상승폭이 크다.

증류주만 숙성의 개념을 가질까? 최근 우리 전통주도 숙성에 대한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중 신선하게 먹는다는 막걸리에도 숙성 개념이 생겨나고 있다. 막걸리는 말 그대로(막걸리의 여러 어원 중 ‘막’이라는 부사는 ‘방금’이라는 의미도 있음) '지금 바로 걸러 마시는 술'로 인식이 되어 왔다. 과거 막걸리들은 발효 기간을 짧게 하고 물을 희석하여 알코올 도수를 낮춰 제품화해서 판매를 했다. 이러한 방법이 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막걸리도 숙성이라는 단계가 있는 제품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봐야 하루, 이틀이었으며 그나마도 물을 넣고 알코올을 낮춘 후에 물과 술이 섞이는 시간을 주는 정도였다.

막걸리는 바로 마시는 신선한 술로 알려졌다 @픽사베이
막걸리는 바로 마시는 신선한 술로 알려졌다 @픽사베이

최근 프리미엄 형태의 막걸리들 중 상당수 막걸리가 발효과정을 거친 후에 과거에 없던 장기 숙성의 과정을 거친다. 프리미엄 막걸리 중에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3~6개월까지도 저온에서 숙성(보관)을 하면서 막걸리의 맛과 향을 향상시키고 있다. 프리미엄 약주 역시 비슷한 숙성 방법을 사용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 발효가 끝나고 저온에서 숙성을 하면서 다양한 맛과 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상온에서 이루어지는 와인의 숙성이나 증류주의 오크통 숙성과 탁약주의 저온 숙성방법은 원리가 다르다. 그러기에 저온 숙성 방법 자체가 우리 전통주의 차별성 있는 제조 공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급 전통주를 위해서는 숙성이라는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대형
고급 전통주를 위해서는 숙성이라는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대형

아직 우리 전통주에 있어 숙성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제품에 녹여 홍보를 하거나 가치를 높인 술은 많지 않다. 물론 모든 술들을 다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숙성이라는 시간의 소비 개념을 통해 술의 가치를 높인 여러 술들이 고급술로 인정받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숙성이라는 과정은 소비자들의 공감대가 필요하기도 하고 주세인 종량세 문제도 관여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시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숙성 전통주라는 것을 만드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우리 전통주도 숙성주에 대한 고민을 시작 할 때이다.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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