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최하고 국내 최대 내추럴 와인 수입사인 뱅베가 후원한 ‘2025 내추럴 와인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신세계 L&B의 김진수 소믈리에가 영예의 우승을 차지했다.
김진수 소믈리에는 군 복무를 마친 뒤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와인을 접하며 소믈리에의 길로 들어섰다. 취하는 것보다 '맛보는 경험'에 매료됐던 그는 와인을 단순한 주류가 아닌, 인생의 방향을 걸어볼 가치가 있는 세계라고 표현한다. 이번 대회 우승자인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내추럴 와인 소믈리에 경기대회가 올해 처음 열렸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솔직히 처음엔 상금이 가장 눈에 들어왔습니다(웃음). 하지만 준비하면서 이 대회의 취지인 내추럴 와인 문화와 철학을 널리 알리고, 전문인들에게 그 본질적 매력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내추럴 와인에 관심이 많았고, 논문 연구와 현지 양조장 방문을 통해 꾸준히 공부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특히 내추럴 와인은 이산화황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미세한 변화에도 향과 맛이 크게 달라져 테이스팅 난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변수를 이해하는 경험치가 제게는 큰 강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대회 결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제한된 시간 안에 와인을 판단해야 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이었습니다. 마치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셰프들이 15분 안에 요리를 완성하는 장면처럼, 온 신경이 집중되는 순간이죠.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가장 빛을 발한 시간이었습니다.
Q. 내추럴 와인을 다른 와인과 비교했을 때, 소믈리에로서 어떤 차별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컨벤셔널 와인이 정형화된 틀 안에서 평가되는 반면, 내추럴 와인은 그 틀 밖에서 줄타기하는 와인입니다. 컨벤셔널 와인 마니아에게는 변질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향도 사실은 내추럴 와인의 자연스러움의 스펙트럼 안에 있는 개성이라고 생각해요.
내추럴 와인은 첫잔에서 낯설거나 거칠게 느껴질 수 있어 좋은 첫인상을 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마시면 오히려 깊고 긍정적인 매력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내추럴 와인은 생산성, 병충해, 양조 리스크 등 여러 제약을 감수하면서도 지속가능성과 철학을 우선시하는 생산자의 신념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내추럴 와인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가치이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는 샴페인이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한 것처럼, 내추럴 와인도 그런 방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와인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최근 와인 소비는 분명히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레드 와인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화이트, 스파클링, 내추럴 와인까지 폭이 넓어졌습니다. 소비자들도 더 세련된 취향을 갖게 되었고, ‘남들이 좋다더라’ 하는 평판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며 취향을 찾아가는 시대가 된 것이죠.
또 하나 흥미로운 흐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와인 추천 시스템입니다. 소믈리에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와의 대화를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제 소믈리에의 역할은 단순히 업장 안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대중과 와인을 연결하는 가이드로서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죠. 저 역시 더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어렵지 않게 접하고 자신만의 기준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대회든 행사든 교육이든, 와인을 친근하게 전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졌으면 합니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은 나이가 드는 만큼 큰 장점이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쌓이는 경험들이 소믈리에의 자산이 되는 직업이니만큼, 꾸준히 배우고 시도하며 제 커리어가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