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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UC Davis)의 최신 연구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의 기원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

주류전문매체 더드링크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이 품종이 17세기 초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의 교배로 탄생한 이후 수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부모 품종에서 유래한 특정한 유전적 특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씨앗이 아닌 삽목으로 번식하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특성상, 오늘날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덩굴들은 거의 모두 최초의 원조 식물과 동일한 유전적 기반을 갖는다.

UC Davis 포도재배·양조학과 다리오 칸투(Dario Cantù) 교수는 “우리가 수 세기 전 선발된 식재료를 지금까지도 동일한 형태로 재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라는 품종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또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왔는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두 부모 품종의 정밀 유전체 지도를 비교해, 기후 변화와 재배 환경의 차이가 누적된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특정 유전자 발현 조절 신호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칸투 교수는 이를 “90세가 된 일란성 쌍둥이를 분석했는데, 여전히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흔적이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번 연구는 후생유전학적 신호가 오랜 기간 클론 번식 과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기존 참조 유전체보다 더 정밀한 고해상도 분석 기법을 적용해 카베르네 소비뇽과 부모 품종의 유전적·후생유전학적 패턴을 추적했으며, 지역별 클론 간에는 일부 차이가 존재했지만 전체적인 신호가 놀라울 정도로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포도나무가 환경 스트레스, 시간의 흐름, 품종 선택의 역사가 겹쳐진 복잡한 과정을 지나면서도 고유한 품종적 정체성을 명확히 이어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UC Davis는 이번 연구가 기후 변화 시대의 포도 재배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특히 열, 가뭄, 병해 등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장기적 유전자 반응 중 어떤 요소가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지 파악함으로써, 품종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내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육종에도 응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포도뿐 아니라 다른 다년생 작물에서도 지속 가능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기초 연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성과는 1997년 UC Davis의 캐롤 메러디스(Carole Meredith) 교수가 카베르네 소비뇽의 부모 품종을 최초로 규명했던 연구와도 맞닿아 있다. 칸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과거 UC Davis가 남긴 중요한 연구 성과를 다시 한 번 확장하는 결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여전히 그 기원의 흔적을 분명하게 품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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