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쿨오브와인 정아영 원장
서울스쿨오브와인 정아영 원장

서울스쿨오브와인 정아영 원장은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아름다운 협소주택을 통해 처음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본케는 '와인 교육자'로 와인 학원의 원장이자, 와인책의 저자 그리고 와인 유튜버로 누구보다 와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토대로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는 그녀의 와인 스토리를 담은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먼저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믈리에타임즈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와인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정아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난 2019년에 WSET 디플로마를 취득해 올해는 WSET 레벨3 공식 인증 강사 자격을 취득하여 광화문 근처에 서울스쿨오브와인 학원을 오픈하였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와인 입문서 '와인 좋아하세요?'를 출간하였고 아시아 와인 트로피와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와인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튜브 채널 '제인 와인 하우스'를 운영하며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있어요.

Q2. 처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리고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는요?

대학교 시절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였어요. 프랑스 마트에는 정말 많은 와인들이 있어 자꾸 관심이 가게 되었고, 한두 병 사 먹다 보니 와인 맛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잔당이 있는 스위트한 스타일로 시작했어요. 루아르 지방의 로제 와인인 '로제 당주', 더 달콤한 것이 마시고 싶을 때는 '소테른'을 마시곤 했죠. 그리고 마침내 드라이 레드 와인에도 눈뜨게 되었어요.

"당시 저는 공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일이 제 적성에 꽤나 맞지 않았나 봅니다. 주말 하루를 온종일 수업을 들으며 와인 공부를 하던 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와인을 직업적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는 와인을 마신지 한참 후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가격에 대한 걱정 없이 마트에서 와인을 수월하게 살 수 있었던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거의 모든 와인 생산국이 수입되어 있었고, 이에 와인을 더 잘 구매하고 싶어 WSET 레벨3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과정을 공부하며 저는 와인에 취미로 그리고 학문으로써 완전히 매료되었어요.

당시 저는 공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일이 제 적성에 꽤나 맞지 않았나 봅니다. 주말 하루 온종일 수업을 들으며 와인 공부를 하던 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특히 이론에서 배운 것을 실제 시음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실용적이고 구체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향후 디플로마에 도전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으로 느껴졌고요.

Q3. 와인을 단순한 취미로 다가가는 것과 자신의 직업으로서 다가가는 것은 굉장히 다를 것 같아요. 이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으로 떠난 것을 시작으로 와인 전문가의 길을 걸어오셨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있었나요?

사실 와인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꼭 하고 싶었던 분야였다 보니 엄청나게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서른이 넘어 제가 공부하고 업무했던 분야를 떠나 와인 업계에 오기로 결심하는 것이 꽤나 두려웠어요. 그래서 저는 차근차근 1년 동안 고심했고, 힘든 일이 닥치거나 소득이 줄더라도 이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했습니다. 또한, 처음 진입하는 만큼 디플로마를 취득해서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4. 정아영 님은 WSET 레벨4 디플로마를 취득하신 와인 전문가이자 현재 서울스쿨오브와인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최근 와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이와 관련한 자격증 취득 역시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와인 자격증 공부를 위한 팁을 주신다면?

WSET 레벨2의 경우, 객관식이다 보니 교과서를 잘 정독하여 내용을 이해하면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레벨 3의 난이도는 급상승하는 것 같습니다. 객관식 뿐만 아니라 국내 교육 환경에서 익숙하지 않은 에세이 형식의 주관식과 시음 시험까지 있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읽고 이해하는 것을 벗어나 실제로 "지금 시음하는 이 와인에 왜 이 맛이 날까?"라는 질문을 많이 던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토론하고 강사님께 쉽게 질문할 수 있는 환경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울스쿨오브와인
서울스쿨오브와인

Q5. 정아영 님에게 있어서 지금까지 시음한 와인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와인’ 혹은 ‘최고의 와인’은 무엇인가요?

사실 와인의 다양성을 사랑하는 만큼 모든 와인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꼽으라고 하신다면 저는 '사브니에르'라는 산지를 좋아합니다. 풀바디 스타일의 드라이 슈냉 블랑 품종이 재배되는 산지인데, 산도도 높고, 알코올도 높고, 풀바디에 특유의 꿀, 캐모마일, 모과향이 진득하게 올라오는 특징을 가졌습니다. 특히, 화이트 와인으로는 드물게 20년 숙성도 거뜬히 이겨내는 뛰어난 산지인데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뛰어난 생산자가 많지만 아직 미수입되는 곳도 많아 얼른 수입되기를 기다리는 와인들이 많습니다.

Q6. 또한, 유튜브 제인와인하우스(Jayne’s Wine House) 채널을 통해 다양한 와인을 추천해 주시기도 하는데 곧 다가올 가을에 마시기 좋을 와인을 몇 가지 추천해 주신다면요?

가을 하면 딱 떠오르는 품종은 바로 ‘피노 누아’인 것 같습니다. 피노 누아 품종이 잘 숙성되면 비가 온 뒤 숲속에서 나는 냄새가 올라오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마치 낙엽이 떨어진 숲길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피노 누아가 가격대가 매우 높아 꺼려지신다면 저는 미국이나 뉴질랜드 쪽의 피노 누아를 추천드립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러시안 리버 밸리, 산타 바바라 지역이나 오리건 주의 윌라매트 밸리 등에서 정말 뛰어난 피노 누아가 생산되죠. 뉴질랜드에서는 말버러, 마틴버러, 센트를 오타고 같은 산지에서 특색 있는 피노 누아가 생산됩니다.

Q7. 와인 전문가 정아영으로써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성장하는 와인 교육자가 되고 싶습니다. 와인이 어려운 점은 사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야나 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고 이를 쫓아가고 트렌드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보다 더 많이 공부하여 최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와인 교육자의 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와인에 대해 계속 공부하여 향후에는 마스터 오브 와인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Q8. 마지막 질문입니다. 와인 전문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최근에 와인을 좋아하는 젊은 층이 많아진 만큼 와인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와인 업계에 들어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와인 업계는 아직 크지 않아 연봉이나 복지가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업무 강도가 꽤나 높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게 하는 힘은 무엇보다 와인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10~20년 와인 업계에서 열정을 다해 일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진정으로 와인을 좋아해서 호기심을 놓지 않는 분들이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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