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맞이하였다. 새해는 항상 무엇인가 새로운 배움에 대한 의지가 샘솟는 시기이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와인 시장이 커지고 대중화되면서 와인의 스타일, 지역적 특성, 품종 등 체계적인 공부와 함께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가 부쩍 늘고 있다. 그렇다면 와인을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

2023년 '제22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윤효정 소믈리에 (사진=소펙사 코리아)
2023년 '제22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윤효정 소믈리에 (사진=소펙사 코리아)

지난해 프랑스 농업식량주권부 주최, 소펙사 코리아 주관 ‘제22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가 개최되었고 우승의 영예는 윤효정 소믈리에가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제9회 아시아 소믈리에 대회’ 한국 대표로 참가하였다.

윤효정 소믈리에는 대회를 준비하고 우승을 거머쥔 지금까지도 와인은 물론 다양한 음료와 음식에 관한 공부를 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와인 전문가는 어떻게 와인을 공부하고 소믈리에 대회는 어떻게 준비할까? 지난 연말 윤효정 소믈리에와 와인을 어떻게 공부했는지 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효정 소믈리에입니다. 

다시 한번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시간이 좀 지났는데, 지금 느끼는 우승 소감은 어떠신가요?

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축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작년 9월에 진행했던 한국 소믈리에 대회가 좀 지난 것도 사실이고,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저의 삶이 많이 변화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지금은 11월 말에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제9회 아시아 소믈리에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던 여운이 더 남아 있습니다. 아시아 대회에 출전하며 여러 가지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시야도 넓어졌고 아쉬움도 있고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는 두 번째 출전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 대회에 출전하셨을 때와, 2023년도 대회 출전하셨을 때 개인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대회는 2011년과 2023년 두 번 지원하였습니다. 2011년에는 5등을 하여 최종 4인 결선에 진출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2023년 대회에 지원하면서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지난 대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에 목표를 하고 마음을 비우고 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우승이 더 값지고 선물 같습니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분들이 뛰어나신 분들이라 운도 좋았다고 생각해서 소믈리에로서 제 개인적인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소믈리에 대회를 앞두고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이전과 같이 꾸준하게 루틴대로 공부해 왔습니다.

지난 2022년은 육아휴직 중이어서 와인 공부만 집중할 수 없었어요.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 가족들이 아이를 돌봐 줄 때 짬짬이 그리고 주로 밤 10시부터 새벽 3~4시까지 집중해서 공부했습니다. 돌아보면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2023년도에 복직을 하다 보니 더 부침이 있었습니다. 대회를 앞두고는 정말 짬이 날 때마다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프랑스의 와인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회이다 보니 아침에 출근하고 여유가 조금 있을 때마다 프랑스 와인 관련 자료를 보며 공부했습니다. FWS(French Wine Scholar) 과정의 교육 자료가 대회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FWS는 프랑스 농림부의 공식 후원으로 만들어진 과정이다 보니 프랑스 모든 와인 생산 지역에 대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자료가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전부터 ‘WSA와인아카데미’를 통해 여러 분야의 공부를 꾸준히 해 온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2007년부터는 프랑스 와인에 관해서 공부하다가 이후 좀 더 시야가 넓어졌고, 2012년부터는 전체적인 와인에 대한 지식을 쌓았습니다. WSET Level 3 in Wines 고급 과정, 다양한 국가의 와인 전문가 과정, 다양한 유명 와인메이커의 마스터 클래스 등을 들어오며 와인에 대해 전반적으로 배워 나갔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했던 것은 꾸준하게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퇴근 후 저녁을 먹는 1~2시간이 아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에는 퇴근하자마자 인근 카페로 가서 2시간씩 집중해서 공부하는 루틴을 가졌습니다. 그런 시간을 통해서 CMS(Court of Master Sommelier), ASI디플로마, WSET 등 다양한 시험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고, 이 모든 것이 대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윤효정 소믈리에,
윤효정 소믈리에, "이전과 같이 꾸준하게 루틴대로 공부해 왔습니다"

출산 전까지는 와인 테이스팅이 제한적이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네 맞습니다. 저는 알코올에 강하지도 못하고, 임신 중에 와인과 주류 등을 자유롭게 테이스팅 할 수 없다 보니 불안감이 늘 있었습니다. 여러 후배 소믈리에분도 매우 열심히 하였지만 저는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하며 마음이 정말 조급해졌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생각이 조급함과 불안함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동하는 시간, 퇴근 시간마다 관련 서적을 펼쳐 본다던가, 하다못해 샴페인 뀌베를 외운다든가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집에 오면 와인 2~3종씩 매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습니다. 이 과정 중에서는 남편이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그 날 테이스팅 할 와인들을 미리 와인잔에 따라 두고 와인병을 냉장고 안에 넣어두면 저는 밤늦게 돌아와 준비된 와인을 테이스팅 하고 어떤 와인이었는지 냉장고를 열어 확인하곤 하였습니다.

와인 공부를 하면서 여러 강의나 수업도 들으셨을 것 같아요. 인상 깊었던 시간이 있었을까요?

작년에 아시아와인트로피가 진행될 때 한국와인 생산자분들, 와인메이커분들께서 한국와인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해 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품종과 와인메이킹에 대해서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얘기들을 인상 깊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함께 나누었던 담소들도 좋았습니다. 1세대 한국와인 생산자들은 이제 나이가 많이 드셨지만, 아직 열정적으로 와인메이킹에 대해 연구하고 고가의 생산장비에 투자하고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셨고, 이는 저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또한 WSA와인아카데미의 박수진 원장님께서 진행하셨던 뉴질랜드 와인전문가과정도 아주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원데이 클래스였지만, 그 짧은 시간에 중요한 부분들, 특히 지역적 품종과 캐릭터, 중요 떼루아와 와인의 특성들을 아주 핵심적으로 가르쳐 주셨고 유익함이 컸습니다. 단 하루에 그렇게 전문적인 내용들을 압축하여 배울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소믈리에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과 현장의 후배 소믈리에게 도움을 될 만한 팁이나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프랑스 와인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을 준비하는 분들이나 프랑스 와인에 관심이 많은 현업 종사자분이시라면 FWS(French Wine Scholar) 과정을 꼭 들어보길 추천합니다. 강의와 더불어 제공되는 교육 자료 또한 매우 체계적이고 내용이 깊으며, 상세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공부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그랑크뤼 지역에 관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프랑스의 전체적인 지역을 다 같이 공부하기 위해서는 이런 자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간중간 블랭크를 해 놓고 공부하시면 배운 내용을 리마인드 하기에도 매우 좋습니다. 

덧붙이자면 최근의 트렌드와 흐름에 대해서도 꼭 익히시길 당부합니다. 디캔터 등 해외의 와인 전문 매거진에는 최신에 업데이트된 AOC 규정, 샹파뉴 규정에 새롭게 지정된 품종 등의 내용이 수시로 업데이트가 됩니다. 최근에 몇 년간의 트렌드와 정보는 이번에 출전했던 아시아 소믈리에 대회에서도 반영되었습니다. 대회를 준비하신다면 이러한 새로운 정보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두고 알아가는 것도 주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대해서 최근 경험한 바를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이제 출선 선수들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기술과 능력 자체가 상향 평준화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에 소믈리에 대회들에서는 더 까다로운 시험을 제시하는 트렌드를 볼 수 있습니다. 와인과 스피릿, 차 각 2종씩 6종을 3분 이내에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든지 화이트 와인을 6종을 테이스팅 하고 스위트한 순서대로 정렬하게 하는 등의 테스트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최근의 트렌드는 소믈리에가 와인을 비롯해 칵테일, 스피릿츠, 차 그리고 더 나아가 치즈, 음식 등에 대한 지식과 서비스까지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에서는 치즈 8종이 서브되었는데, 그 때 치즈 타입과 재질, 생산지 등을 정확하게 알아야 했습니다. 또한 쉐이크가 필요한 칵테일 2종을 포함한 3종의 칵테일과 샴페인을 6분 안에 서브해야하는 대회 종목도 있었습니다. 어떤 문제가 제시될지 알고 대응하면 가능하겠지만, 실제 대회에서 맞닥뜨리게 되면 정말 어렵고 시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대회 전에 월드 클래스 바텐더이신 임병진 바텐더에게 부탁을 드려 개인적으로 강습을 받았었는데 그 부분도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믈리에 대회 우승 이후 더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요?

프랑스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의 와인들까지 공부해 보고 알아가고 싶습니다. 특히 아시아 소믈리에 대회를 경험하고 아쉬움이 남다 보니 다른 여러 세계 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막연한 꿈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처럼 매일 1시간, 2시간씩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한 것들이 차곡차곡 싸여져 간다는 느낌이 있는 요즘입니다. 

요즘 가장 관심이 있는 와인(스타일 등)이 있다면?

유기농, 비오디나미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선호, 기호의 차이가 있겠지만, 최근에 몇몇 와인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비오디나미 와인을 경험해 보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퀄리티가 좋아서 놀랐습니다. 이전에 비오디나미 와인을 경험할 때는 보틀마다 퀄리티가 불균일한 경험을 하였고, 그런 선입견이 있었는데, 와인 생산자에 따라서, 혹은 와인을 어떤 철학으로 메이킹하냐에 따라 와인의 품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와인을 잘 만드는 생산자가 만드는 와인은 비오디나미이건 일반적인 컨벤셔널 와인이건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선호하시는 와인이 있으실까요?

저는 알코올에 강하지 못해 모든 음료를 다 망라하여 와인과 차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알코올도수가 높지 않고 여러 음식에도 편하게 곁들일 수 있는 샴페인을 즐겨 마시게 되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개성과 좋은 품질을 보여주는 소규모 샴페인 생산자들의 RM(Récoltant-Manipulant) 샴페인을 좋아하게 되었고 자주 마시고 있습니다. 또한 니콜라스 마이야르(Nicolas Maillart)의 와인을 굉장히 좋아하고, 그리스의 아시르티코(Assyrtiko)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나 이태리의 시칠리아 지역 화이트 와인도 좋아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다음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특별하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특별한 목표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늘 하던 대로 회사에서 저의 업무에 집중하고,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내가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것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목표한 것보다 더 좋은 일들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윤효정 소믈리에,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것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목표한 것보다 더 좋은 일들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윤효정 소믈리에,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것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목표한 것보다 더 좋은 일들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윤효정 소믈리에는 또렷한 눈빛과 어조, 자신감 있는 태도로 함께 했다. 매일 매일 쉬지 않고 관심을 두고 공부하며, 흔들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윤효정 소믈리에의 앞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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