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셸염 (사진=Collin Mel Cunningham)
로셸염 (사진=Collin Mel Cunningham)

일본 해군은 1942년 미드웨이 해전에서 항공모함 4척을 잃는 등 타격을 입었는데, 패전의 원인 중 하나가 미군의 음파 탐지기에 있다고 판단하고, 즉시 독일에 병력을 파견하여 ‘로셸염’을 이용한 적함 탐사기술을 습득하여, 함정에 탐사장비를 구축하였다.

로셸염이란 와인에서 잘 생기는 침전물 주석(酒石)에 나트륨을 붙인 것으로 프랑스 라로셸의 약학자 세녜트(A Pierre Seignette)가 1675년경에 합성한 것이다. 화학적 명칭은 주석산칼륨나트륨으로 이 물질이 발견된 지방의 이름인 라 로셸(La Rochelle)의 이름을 따서 로셸염으로 부르고 있다. 로셸염은 압전효과(Piezoelectric effect)를 가지고 있는데, 압전효과는 고체에 압력을 가했을 때 고체 결정 표면에 전기적 분극이 생기는 현상을 말하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을 압전성 물질이라 한다. 이 압전효과를 실용적인 분야에 최초로 응용한 분야는 수중 음파 탐지기였으며, 제1차 세계대전 중 폴 랑주뱅(Paul Langevin)과 그의 동료들에 의해 프랑스에서 개발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에 마이크, 가속도계, 축음기 픽업 및 신호 필터와 같은 압전 결정에 대한 많은 새로운 응용 분야가 개발되었다.

독일에서 로셸염을 이용하여 수중 음파 탐지 기술을 배운 일본 해군은 1943년, 야마나시 등에 있는 전국 와인양조장에 주석 채취를 명하게 된다. 그리고 이 주석을 대형 전기 메이커에 의뢰하여 대잠수함용 수중 청음기의 양산체제를 구축하였다. 이윽고 주류행정을 담당하는 대장성은 1944년 해군의 긴급전략물자로써 주석의 증산이 긴요하여, 와인양조를 장려하고 와인양조에 필요한 설탕, 탄산칼슘 등 배급에 특혜를 제공하였다. 일본의 과실주 생산량은 1944년 1,301만 리터에서 1945년에는 3,420만 리터로 증가하였으나 전쟁은 끝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소련 및 일본의 독립적인 연구 그룹은 강유전체라고 불리는 새로운 종류의 합성 물질을 발견했는데, 이는 천연 물질보다 몇 배나 높은 압전 상수를 나타냈다. 이렇게 새로운 소재 개발과 제조 공정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후 미국 시장은 침체되었으나,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정보를 공유하여 기술 및 제조 문제를 신속하게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전쟁 때 미처 활용하지 못한 기술이 나중에 산업발전에 크게 도움이 된 것이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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