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명산지 메도크(Médoc)는 북부의 바메도크(Bas-Médoc)와 남부의 오메도크(Haut-Médoc) 로 나뉜다. ‘바(bas)’는 ‘낮다(下)’는 뜻이고, ‘오(Haut)’는 ‘높다(上)’는 뜻이다. 바메도크는 지롱드 강 하류에, 오메도크는 지롱드 강 상류에 있고, 또 오메도크는 지대가 높고, 바메도크는 지대가 낮은 데서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바메도크(Bas-Médoc)의 와인은 상표에 원산지명칭(AO)을 표기할 때는 단순히 메도크(Médoc)라고 쓴다. 그러니까 상표에 ‘메도크(Médoc)’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북쪽에 있는 바메도크(Bas-Médoc)에서 나온 와인이다. 즉 ‘바(bas)’라는 글자를 생략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의 지명의 유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여주군 산북면에 있는 마을 중에 옛날 이 마을에 삼정승(원정승 · 서정승 · 이정승)이 살았다 해서 ‘삼품실’이라고 했던 마을이 1914년 상하로 나뉘어 상품리(上品里)와 하품리(下品里)가 되었는데, 하품리에는 한국 천주교 초기에 권철신 · 이존창 · 이승훈 · 정약전 등이 함께 천주교 교리에 대한 강학과 토론을 벌였던 주어사(走魚寺) 터가 있는 자랑스러운 유래가 있지만, 이 하품리에서 나오는 농산물은 전부 ‘하품(下品)’이 되어 ‘질이 낮다’는 의미를 가지게 되어 마을 사람들의 원성이 높았다. 하품리의 농산물은 쌀도 ‘하품 쌀’, 상추도 ‘하품 상추’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2013년 9월 여주군이 여주시로 승격할 때, 하품리를 ‘명품리’와 ‘주어리’로 나뉘어 마을 명칭을 변경하게 된다. 즉, 하품이 ‘명품’이나 ‘보석(주어리)’이 되는 것이다. ‘바메도크(Bas-Médoc)’를 상표에 ‘메도크(Médoc)’라고 표시하는 이유도 ‘품질이 낮다’는 뜻을 없애기 위한 배려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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