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메이저 DOCG급 와인들이 2월 2일부로 안테프리마(ANTEPRIMA) 시즌에 돌입했다. 절차대로 숙성을 마친 신상 와인들이 본 시즌에 줄줄이 발표회를 갖는다. 주로 이런 행사는 DOCG등급별 와인협회가 주관하며 이를 통해서 급부상중인 트렌드나 개별 와인이 내는 오감 특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얻은 정보를 쪼개고 조합하면 특정 와인의 10년 이후의 모습은 이렇게 변할 거란 단기 예측도 가능하다.

몬테풀차노 와인을 특징 짖는 수식어는 직관적인 향기와 원만한 산도, 이와 어울리는 무난한 타닌감이다. 부드러운 목 넘김 또한 와인의 포용력만큼 다층구조의 고객을 끌어당기는 어필력이다. 와인이 창의적인 양조법이나 유행을 따르지 않는 한 우리 감각은 동일한 기대치를 갖고 똑같은 향기와 맛을 느끼려 할 것이다. 아쉽게도 익숙한 것은 무너지기 쉬운 탑과 같다. 몬테풀차노 와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호감을 일으키는 몇몇 특징들이 지은 모래탑이다. 현지에 가서 생산자를 만나고 와이너리를 답사하다보면 내가 당연히 여기던 것들의 근거가 빈약했음을 깨우치 곤 심장은 갑자기 방망이질해 댄다.

그러나 탑은 새로 쌓으라고 존재하는 게 아닌가!

3월 1일 열린 콜리네 테라마네 안테프리마는 몬테풀차노 탑을 견고하게 세울 수 있는 돌멩이를 내 손에 쥐어줬다. 아부르초(Abruzzo) 주 줄리아노바 인근 한 농가를 개조한 리조트에서 열린 본 행사에는 주 전역에서 생산된 1백여 종의 와인이 출품됐다. 안테프리마 속성상 와인은 어린 티를 막 벗었지만 자란 연도와 가깝기 때문에 포도가 자란 자연을 추측할 수 있는 키워드를 담고 있다.

바롤로 MGA와 끼안티 클라시코 UGA지도를 작성해 지도 맨이란 별명을 얻은 알레산드로 마스나게티는 와인을 마시기 전에 주변을 둘러볼 것을 권했다. 그곳에서 그 와인 나올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자연에서 느껴보라는 조언이다.

몬테풀차노의 주 산지인 아브루초 자연을 둘러보자. 아부르초는 부츠형태의 이탈리아 지도에서 종아리 근육 바로 밑 근육선이 안으로 들어가는 부분에 있다. 남쪽으로 직진하면 발 뒤꿈치에 해당하는 풀리아주에 이르고 동편에는 로마가 관할하는 라치오주를 두고 있다.

그란사쏘 연봉. 아펜니노 산맥에서 뻗어 나온 산맥. 최고 봉우리는 해발 2912미터로 아펜니노 연봉 중 높이로 일 순위다
그란사쏘 연봉. 아펜니노 산맥에서 뻗어 나온 산맥. 최고 봉우리는 해발 2912미터로 아펜니노 연봉 중 높이로 일 순위다

아브루초 자연을 함축한 표현은 ‘산과 바다의 경계가 두부 자른 듯 명쾌하다’다. 해발 3천 미터 거봉으로 이루어진 아펜니노 산맥에서 갈려 나온 그란사쏘(2912미터)와 마옐라 연봉이 주 북남을 관통한다. 연봉에서 갈려져 나온 산줄기는 동편 언덕으로 이어지다 아드리아 해안에서 사라진다. 풍광을 한눈에 음미할 수 있는 각도는 풀리아주 레체(Lecce)행 철도 여행 중에 만난다. 마르케주의 안코나 항구를 출발한 기차가 아브르초주 경계에 막 진입했을 때다. 오른쪽 창문에는 눈 모자를 쓴 그란사쏘 봉이 얼굴을 내밀고 왼쪽 창은 아드리아해의 쪽빛 바다가 비친다.

참고로 와인 라벨에 몬테풀차노를 표기할 수 있는 이탈리아 와인은 두 종류다. 아부르초의 몬테풀차노와 토스카나주의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차노가 그거다. 전자는 품종명이고 후자는 토스카나 남동부에 있는 지명이다. 후자의 경우 전자와 헷갈림을 막기 위해 토스카나란 지명의 추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아브루초의 몬테풀차노는 품종명임을 명시하기 위해 몬테풀차노 뒤에 원산지인 다부르초(d’Abruzzo)란 접미사가 따라온다.

몬테풀차노가 어필하는 이유- 팔색조 기질

아부르초는 6개의 DOC 와인과 1개의 Docg급 와인을 보유한다. 놀라운 것은 1968년 DOC로 지정된 몬테풀차노 다브르초의 지배력과 세부화된 등급 구조다. 2023년 산 와인부터 시행되는 아브루초 모델에 따르면 몬테풀차노 다부르초 DOC등급은 지방단위(provincial) 세 군데와 세부단위(서브존) 다섯 군데로 헤쳐 모였다. 즉, 기존 DOC 등급으로 뭉뚱 그려지던 마을들이 각자 지명을 명시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면 지방단위는 각 지방(province)의 수도이름을 딴 콜리네 페스카레시(Colline Pescaresi) , 테레 델 라퀴라(Terre Dell’Aquila), 테레 디 끼에티 (Terre di Chieti)로 분리됐다. 각 지방별로 고유한 풍토를 잘 구현하는 마을은 따로 구분해 5군데 세부 단위를 배정했다.

아부르초주 몬테풀차노 와인 등급 현황. 지도 하단 참조- 좌측 기둥은 지방단위,우측은 세부단위를 보여준다. 최북단의 점선이 두른 지역은 콜리네 테라마노 Docg로 지정됐다
아부르초주 몬테풀차노 와인 등급 현황. 지도 하단 참조- 좌측 기둥은 지방단위,우측은 세부단위를 보여준다. 최북단의 점선이 두른 지역은 콜리네 테라마노 Docg로 지정됐다

몬테풀차노 품종에 15% 미만내외로 산조베제 블랜딩을 허용하지만 몬테풀차노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추세다. 이외에도 핑크빛에서 산호빛까지 다채로운 색감이 시선을 강탈하는 체라수올로 다부르초 로제와인은 각종 국제 와인품평회의 메달을 휩쓸고 있는 메달밭이다. 로제의 날렵한 산도와 신선한 레드 베리에 품격을 주는 장미향은 격식과 음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트레비아노, 페코리노, 파세리나, 코코초라, 몬토니코등 화이트 와인도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으며 이는 아부르초 품종 균형이 자칫 레드와인으로 기울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아부르초 인증마크- 바다와 산이 만나는 곳

2022년 미국 와인 매거진 와인 엔수지애스트가 주관하는 올 해의 와인지역(Wine Region of the Year)에 아부르초가 뽑혔다. 평가패널은 선정 이유로 ‘혁신을 동반한 깊은 전통과 와인 애호가의 숨은 진주’로 들었다.

1700년 중반에 이미 몬테풀차노를 재배했다는 기록에서 아브루초와 몬테풀차노의 인연이 각별했음을 알 수 있다. 재배지는 주도인 라퀼라 지방과 페스카라 지방에 국한되었으나 1950년대에 이르러 아드리아해안 일대로 확장했다. 주 전체 포도밭 면적은 3만 3천 헥타르며 이중 1만 7천 헥타르를 몬테풀차노가 차지하고 있다. 연 생산 실적은 3백 4십만 헥토리터로 이중 DOC등급와인이 1백만 헥터리토를 차지한다. 1백만 헥토리터의 80%인 80만 헥토리터가 몬테풀차노 와인이다(2023년 통계). 주요 생산지는 아펜니노 산맥 동편 아드리아해에 집중되는데 지방별 생산 순위는 끼에티(83%), 페스카라(10%), 테라모 (6%) 지방, 내륙 쪽의 라퀴라(1%) 순으로 낮아진다. 포도농부는 6천 명 , 35군데의 협동조합 와이너리와 250개의 독립 와이너리가 있다.

아브루초 면적의 65%가 산과 언덕이 차지하며 Doc등급으로 지정된 밭은 경사가 진 언덕에 몰려있다. 밭 별 언덕 비율로 보면 83%를 차지한 끼에티 지방이 독보적이다. 고도제한은 6백 미터 미만이나 정남 쪽에 한 해 7백 미터까지 허용된다. 그란사쏘 봉은 장대한 기세로 주변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심한 일교차, 해풍과 산바람의 지속적 유입은 곰팡이와 해충 서식을 억제한다. 잦은 비로 인해 가뭄 발생률이 낮다. 해안지역은 강수량이 적고 기후가 온화하다.

아브루초의 유일한 DOCG -콜리네 테라마노 Colline Teramano Montepulciano D’Abruzzo

주 북동에 위치하며 그란사쏘 연봉에 가장 근접한 와인산지다. 아브루초의 첫 기차역 S.베네데토 델 트론토에서 40분 정도 차로 주행했을까! 지나 온 언덕 골 사이로 어렴풋이 바다가 보일 무렵 밭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양지바른 경사면을 따라 올리브 나무, 포도열이 햇빛을 쬐고 있다. DOCG등급에 지정된 마을은 서른 두 군데지만 실제로 등급 와인이 나오는 면적은 172헥타르(연 60만 병 수준)에 불과하다.

콜리네 테라마노 와인이 Docg로 발탁된 데는 시대성을 반영한다. 1990년대 중반 집약적이고 대량 생산화로 치달리는 상업화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했다. 거대한 몬테풀차노 다부르초 DOC안에 묶여 고유함이 희석되는 것에 대한 신세대 농부의 지역 정체성 되찾기 의식 또한 등급 상향 필요성을 부추겼다.

또한 전문지식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독립 와이너리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오너의 평균 나이가 젊고 과거 경력이 다양하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고 퀄리티를 낳는 밭의 토양조사를 거듭한 뒤 크뤼 지도를 작성했다. 지속가능 농업에 관심이 많아 80%의 와이너리가 유기농, 바이오 다이내믹등 환경인증서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네 디 발포르테 시음실 벽에 걸린 문두스 비니와 디켄터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 수여받은 메달
바로네 디 발포르테 시음실 벽에 걸린 문두스 비니와 디켄터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 수여받은 메달

바로네 디 발포르테 와이너리는 전형적인 신세대다. 창업주는 의학도로 로마에서 병원을 운영하다 2000년 의료업을 접고 임대하던 포도밭을 경영하기로 결심하고 판매망도 직접 개척했다. 경작방식도 현대식 귀요로 변경했고 생산 라인도 토착품종으로 단일화해 소량생산 고품질 인프라를 구축했다. 시그니처 와인인 콜리네 테라마네 콜레 살레( Colline Teramane Colle Sale)는 오크 숙성 귀재의 손길이 느껴지는 조화로운 블랜딩과 특유의 보디감으로 문두스 비니의 메달과 디켄터 잡지로부터 고득점을 획득했다.

바로네 디 발포르테 와이너리 시음실에서 시음한 와인
바로네 디 발포르테 와이너리 시음실에서 시음한 와인

그란사쏘 산은 자연 방패다. 통상 발아기와 개화기는 서리가 몰리는 늦은 봄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곳은 서리 피해가 몰리는 시기가 지나야 수분과 수정이 일어난다. 서늘한 기온이 포도 발육을 늦추기 때문이다. 토양은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180만 년 전)에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할 때 빙하가 퇴적해 놓은 점토, 미사, 석회석으로 이루어졌다. 1헥타르당 식재율은 3천300그루 이상으로 제한해 식재율을 끌어올렸고 수확량은 9500킬로 미만으로 묶는 등 소량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기계 영농에 유리한 페르골라식 재배를 금지하고 새 묘목은 귀요식 재배를 의무화하고 있다.

품종규정은 몬테풀차노 최소 90%, 산조베제는 최대 10% 미만을 의무하나 대부분은 몬테풀차노만 사용한다. 숙성기간을 1년 내로 하는 조반니 (giovani, 어린 와인) 타입과 3년인 리제르바가 있다. 조반니 타입은 최소 숙성기간 중 2개월은 병숙성 기간을 마쳐야 하며 리제르바는 오크 숙성 기간을 최소 1년, 병숙성은 최소 2개월을 지켜야 한다.

새 빈티지 주관적인 소감

올해 안테프리마에 선보인 와인은 27종이며 이중 조반니 타입은 2022년부터 202년까지 15종, 리제르바는 2018년 에서 2020년 까지 12종류다. 전반적으로 북 이탈리아풍 레드 감성이 짙고 몇 개의 와인은 새로운 양조 시도로 인한 참신성이 돋보였다. 다크 체리, 블랙베리 등 과일의 푸릇함에 이어 여운을 지중해 허브, 식물 뿌리, 와인 발효향이 마무리한다. 바디는 묵직함보다는 날렵함과 우아함에 비중을 두었다. 일부와인은 버섯, 타바코, 오크향의 숙성 캐릭터를 보인다.

바다와 산이 접한 아브루초는 해물과 물고기, 곡물, 잡곡을 응용한 담백한 요리가 특징이다
바다와 산이 접한 아브루초는 해물과 물고기, 곡물, 잡곡을 응용한 담백한 요리가 특징이다

리제르바는 꿈틀대는 생동감과 날을 곧게 세운 산도와 타닌이 아찔한 몰입감을 준다. 병숙성 기간이 길수록 구조가 다듬어지고 무거운 식감이 가벼워진다. 반면 잘 짜인 구조가 주는 정제미와 산미, 타닌, 미네랄 성분이 조합한 밸런스 등 기교적인 면도 충실하다. 식물의 스파이시함, 스피릿츠에 절인 과일, 타바코, 낙엽, 말린꽃의 은은함이 배어있다. 타닌이 습기를 머금고 있어 와인이 입안에 구르는 듯하며 목 넘김이 편안하다.

아부르초 최초의 암포라 와인 생산자

프레체스코 치렐리 Francesco Cirelli
프레체스코 치렐리 Francesco Cirelli

프란체스코 치렐리 와이너리는 자기의 신념이 옳다는 소신과 기본에 충실한 자칭 농부의 개인역사다. 어찌 보면 누군가의 흔한 스토리이자 모두가 흠모하는 롤 모델일 수 있다. 소유자 이름과 동명이기도 한 와이너리는 직업군인을 거쳐 경영학을 전공한 프란체스코 치렐리의 2003년 한 시점에서 출발한다. 그란사쏘를 등반하다 아트리 마을 구릉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그의 몸은 전율에 휩싸이는데 농부가 포부였던 그의 꿈을 펼 수 있는 농장부지를 발견한 데 대한 본능적 반응이었다. 원래 의도는 축산과 농업을 결합한 혼합농장을 계획했으나 일이 진척될수록 포도재배에 눈을 뜬다.

땅을 구입한 해가 2003년이지만 2011년에야 첫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가 계획한 유기농법의 철저한 완수로 인한 지연이 원인이다. 2006년에 유기농 인증서를 획득했고 이후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제한적으로 도입했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소뿔 비료나 달 주기에 맞춘 농법 같은 주술적인 측면보다는 토양을 보호하고 생기를 불어넣는 토질개선에 주목했다. 그가 토질에 집착하게 된 데는 카란키(calanchi) 위협에 직면한 절대절명에서 비롯된다. 카란키는 모래와 석회석 지반, 풀이 자라지 않는 땅이나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해 땅의 일부가 함몰되는 현상이다. 경사가 심한 산등성이가 위협대상인데 땅이 침몰하면서 경작지가 소실된다.

카라키- 지반이 약해 땅이 꺼지면서 땅 속이 외부로 노출되는 현상
카라키- 지반이 약해 땅이 꺼지면서 땅 속이 외부로 노출되는 현상

카란키 방지책으로 먼저 생물 다양성에 집중했다. 특히, 부식토(humus)가 풍부한 토양은 비옥하나 스펀지처럼 비를 빨아들여 지반을 쇄약 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지반을 다지는데 특효약인 무화과, 올리브 나무, 콩과류, 녹비작물을 식목했다. 지표의 침몰을 촉진하는 기계식 예초기 대신 거위와 양을 방목했고 유기농 퇴비도 얻는 부수효과도 얻었다.

와이너리 어디에서도 오크통을 찾아볼 수 없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암포라 일색이다. 다년간 실험 끝에 내린 결정이며 선택 배경은 농장관리 논리와 같은 선상에 있다. 암포라는 자연소재고 토착종을 있는 그대로 잘 표현하는 소재라는 데 있다. 암포라는 오렌지 와인(앰버와인) 양조에 핵심기술로 알려져 있으며 산화를 유도해 짙은 맛을 얻거나 화이트 품종에서 레드 품종의 구조를 얻는데 유용하다. 프란체스코의 접근방식은 이러한 통념에 대한 역습이 아닐 수 없다. 그는 23개의 암포라를 사용하는데 기공이 미세하고 표면적 당 기공밀도가 낮은 토스카나산 임푸르네타를 선호한다.

15개의 암포라는 숙성실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마치 한국전통 장독대와 흡사하다. 바닥보다 높게 단을 쌓았고 주위를 시멘트 울타리로 둘렀다. 단은 인근의 강에서 실어 온 모래와 조약돌로 채웠고 그 속에 암포라를 묻었다. 뚜껑만 빼곡히 솟아있는 단 옆에서 프란체스코는 옛 시절 한국 어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와인이 제대로 익기를 기원하지 않았을까! 암포라 와인은 암포라 라인으로 선보이며 다른 용기와 혼용하지 않는다.

트레비아노 다부르초 Doc 암포라2021 Trebbiano d’Abruzzo Doc Anfora 2021- 살짝 압착한 트레비아노를 암포라 안에서 24시간 침용했다. 껍질을 제거한 주스에 사전에 발효한 자연효모 발효액을 붓는다. 암포라에 놔두면 저절로 알코올 발효, 젖산발효에 이어 숙성과정을 거치는데 기간은 12개월을 넘지 않는다.

짙고 투명한 노란색이 돌며 오렌지의 시큼 달콤한 향기에 자몽, 말린 살구, 호두의 은은함이 배어있다. 산미의 각이 선 날카로움이 미각을 파고들며 순도 높은 과일향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아부르초 Doc 페코리노 암포라 2021 Abruzzo Doc Pecorino Anfora 2021- 페코리노 품종을 앞의 트레비아노와 동일한 순서와 기법으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짙은 과일향과 풍성한 페코리노에 대한 반기를 든 듯하다. 엷은 노란색, 생강, 노란색 꽃, 들 풀, 녹차 잎 등 청아하고 정갈한 내음이 매혹적이다. 바삭한 산미에 내 비치는 레몬향과 미네랄, 산뜻한 보디는 그란사쏘의 서늘한 공기를 머금고 있다.

체라수올로 다부르초 Doc 암포라 2022 Cerasuolo d’Abruzzo Doc Anfora 2022 – 몬테풀차노 주스를 암포라에서 6시간 침용한 후 주스에서 껍질을 제거한 상태에서 12개월 숙성한 로제다. 로제 와인 치 곤 숙성기간이 제법 길지만 체리, 장미, 라즈베리, 레드 자몽, 타임, 허브등 신선한 향이 만발하다. 특히 산호색이 여심을 훔친다. 밸런스가 뛰어난 산미와 미네랄이 연출하는 아삭한 식감이 청량감을 준다.

몬테풀차노 다부르초 Doc 암포라 2021 Montepulciano d’Abruzzo Doc Anfora 2021- 앞과 동일한 방식으로 만드나 침용 기간은 12일 미만으로 해 단시간에 아로마를 추출했다. 성분의 과다 추출을 지양하기 위해 발효 중 상층에 뜨는 캡과 주스를 섞지 않고 샤워처럼 주스가 캡을 적신다. 라즈베리,블랙베리, 블러드 오렌지의 달콤함, 허브, 송진, 블랙 티 같은 유쾌한 아로마를 맡을 수 있다. 세밀한 입자가 조밀하게 모여있는 타닌의 밀도와 포도 액기스가 줄 수 있는 순도를 음미할 수 있다. 산도와 타닌의 밸런스가 정점에 달할 때 우러나는 세련미가 출중하다. 맛 성분이 골고루 결합해야 감지되는 부드러움이 입안을 애무한다.

프란체스코 치렐리의 암브라 와인.좌부터 시계방향으로 트레비아노 다부르초 Doc, 아부르초 Doc 페코리노, 몬테풀차노 다부르초 Doc, 체라수올로 다부르초 Doc
프란체스코 치렐리의 암브라 와인.좌부터 시계방향으로 트레비아노 다부르초 Doc, 아부르초 Doc 페코리노, 몬테풀차노 다부르초 Doc, 체라수올로 다부르초 Doc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공인 소믈리에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원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운영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1 레벨 와인 치즈 테이스터
랑게 와인 앰버서더
로에로 와인 저널리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에 선정

Certified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Columnist of Korean Wine Magazines
Wine Judge from International Wine Awards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Langhe Wines AmbassadorOrganizer of Winery Tour in Main Italian Wine Region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