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성의 400일간 세계와인기행] 시라노의 고향 베르주락 와인산지

프랑스 남서부 베르주락 Bergerac, South West France
승인2020.03.12 08:50:59

베르주락의 시라노 (Cyrano de Bergerac)

베르주락은 보르도의 동쪽, 도르도뉴 강의 연안에 있는 도시로 보르도와 매우 유사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는 와인산지로 유명하다. 

▲ 가로등이 있는 베르주락 동네의 입구

베르주락이 유명해지게 된 것은 1897년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베르주락의 시라노'라는 작품 때문이다. 이 작품은 실제 인물이었던 시라노 드 베르주락 Cyrano de Bergerac 에 대한 희곡으로, 프랑스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시라노는 실제 기형적으로 큰 코를 가진 사람이었는데, 극에 나오는 시라노는 글을 잘 쓰는 시인이자 천하무적의 검객으로 문무를 겸비한 위인이지만, 얼굴에 비해 너무나 큰 코 때문에 항상 열등감에 시달렸다.

마을의 아름다운 여인 록산을 사랑하지만 감히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던 중 잘생긴 귀족 청년 크리스티앙이 마을에 오게 되면서, 록산과 크리스티앙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얼굴만 잘생겼지 말 주변이 없는 크리스티앙에게 록산은 이내 실망하게 된다. 그러나 시라노가 그 중간에서 멋진 글 솜씨로 연애편지를 대신 써줘서 두사람의 연애를 도와주었고, 전쟁터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연애편지를 전달하는데, 록산이 진정 좋아한 대상은 연애편지를 대신 써준 시라노였다. 대강의 이런 줄거리로 ‘시라노’ 하면 남의 연애를 도와주는 사람을 일컫는 대명사가 되었다.  

▲ 베르주락 마을 가운데 우뚝 선 시라노의 동상

국내에서는 2010년 김현석감독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가 나왔는데, 실제로는 프랑스 원작의 제목과 모티브를 활용한 것이었다.

실제 영화보다도 더 이전인 2007년에 '시라노 에이전시 Cyrano Agency'라는 회사가 국내에 생겼다. 사설 연애도우미 회사다. 연애에 숙맥인 남자들을 도와서 꿈꾸던 사랑을 이루어주는 도우미 서비스를 업으로 한다. 의뢰할 수 있는 조건으로, 짝사랑하는 이성이 있어야 하며, 그 이성이 반드시 ‘솔로’여야 가능하단다.     

짝사랑하는 이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기상천외한 상황극을 연출하여 그 이성의 호감을 사게 만드는 그런 '조작'이 요즘도 있나 보다. 그야말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못할게 없는 듯 하다.

▲ 베르주락 마을에 서서 큰 코를 자랑하고 있는 기사복장을 한 시라노

베르주락 와인지역 (Bergerac Wine Region)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베르주락 와인 지역은 보르도의 동편에 위치하며, 보르도 보다는 바다의 영향을 덜 받으며 도르도뉴 지구(93개 마을단위 포함)의 베르주락 마을 주변에 위치해 있다. 전체 크기는 12,000헥타르 정도로, 1,200명의 포도 재배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13개의 AOP로 구성되어있다. 주로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이 생산되는 베르주락 AC내에 더 작고 유명한 AC지역이 있는데, 가성비가 탁월한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몽바지악 (Monbazillac) AC, 소시냑 (Saussignac), 오몽라벨 (Haut-Montravel)AC가 있다. 최고수준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몽라벨(Montravel)AC와 로제트 (Rosette)AC에서 만든다. 페샤르망 AC는 자체적인 레드 와인 명칭을 가진다.

▲ 베르주락 마을의 좁은 도로와 간판

베르주락 지역은 영국의 헨리 3세가 부여한 특별권에 힘입어 영국으로 수출을 시작했던 1254년부터 와인산업의 본격적인 발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14세기까지 베르주락은 와인 재배 지역에 대한 품질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베르주락의 특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동안 보르도는 명성이 더 뛰어난 자신들의 와인을 내세우기 위해 베르주락 와인에게 불이익을 주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베르주락 와인들은 특화 전략을 구사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바로 영국과 네델란드에서 인기가 있었던 화이트와인과 디저트 와인인 스위트 와인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 베르주락 AC 교육센타, 베르주락 세부지역인 몽라벨, 페샤르망, 소시냑, 몽바지악, 로제트 와인도 함께 설명을 듣고 시음할 수 있었다.

20세기에 이르러 보르도 와인 지역의 경계가 정해지자, 오랫동안 보르도라는 일반명칭으로 팔렸던 베르주락 와인은 새롭고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해야 했다. 이 지역 토양은자갈과 석회암을 혼합한 모래와 점토와 석회암을 함유하고 있는 갈색 토양으로 두께와 토양 유형이 다양하고 이상적인 배수를 제공하는데, 이는 지롱드강의 동쪽과 유사한 토양이며, 생테밀리옹, 코뜨 드 카스티용, 코뜨 드 프랑과도 유사하다.

이 지역의 레드 와인은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가 혼합된 것으로, 때때로 말벡이 첨가되기도 하는데 와인은 색이 진하고 바디감이 좋으며 풍미가 훌륭하다.  화이트 와인은 세미용과 소비뇽 블랑, 소비뇽 그리와 무스카델을 블랜딩하며, 가끔 위니 블랑과 슈냉 블랑을 섞기도 하는데, 이러한 조합은 미디엄 스위트에서 스위트 와인에 속하는 로마틱하면서도 넉넉한 질감을 주는 과일향이 집중된 달콤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낸다.

▲ 베르주락 가는 길, 먹구름이 걷히고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샤토 뚜르 데 장드레 (Château Tour des Gendres)

보르도와 유사한 스타일을 생산하는 샤토 투르 드 장드레(Chateau Tour de Gendres)는 보르도에서 동쪽으로 90분 거리인 도르도뉴 강둑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프랑스 음식과 와인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지방이다.

드 꽁티(de Conti) 가문은 1900년대 초부터 농장을 운영해 왔지만 1986년에 이르러 뤽 드 꽁티(Luc de Conti) 형제가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1994년 부터는 살충제, 화학제품의 사용을 배제하고 100%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 뚜르 드 장드레 와이너리의 양조장, 창문의 그림이 특이하다

포도밭에는 청포도 품종으로 소비뇽블랑, 세미용, 뮈스카델이 심어져 있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말벡 같은 적포도 품종을 심었다.

▲ 장드레 와이너리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인 뤽 드 꽁띠 아저씨로 부터 설명을 듣고있다

꽁티 가문은 2종류의 엔트리급 와인을 생산하는데, 투르 드 장드레 클래식 블랑과, 라 글로아르 드 몽 페레 레드 와인을 만드는데, 이 지역에서는 아주 클래식한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급 뀌베 와인으로는 물랭 데 담므(Moulin des Dames) 와 안톨로지아 (Anthologia)를 만드는데, 이 와인들은 드 콘티 가문의 경험과 열정, 그리고 그들만의 독특한 테루아가 표현된 투박한 매력을 반영하고 있다.

▲ 장드레 와이너리에 도착한 동료들

샤토 투르 데 장드레(Chatau Tour des Gendres)는 프랑스의 거의 모든 고급 식당의 와인 리스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고의 가성비를 보이며,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바삭한 산미와, 풍부한 과실향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 지하 숙성고에서 익어가고 있는 와인.

샤토 테낙 (Château Thénac)

샤토 테낙은 꼬뜨 드 베르주락(Cotes de Bergerac) 아펠라시옹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 중 하나이다. 12세기 초에 베네딕트 수도승들이 기거했던 오래된 수도원의 옛터 위에 지어졌다.

테낙이라는 마을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 와이너리는 2001년 러시아 출신인 유진 슈비들러가 석유사업으로 돈을 벌어 이 와이너리를 인수한 이후부터 새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 지역은 특히 프랑스에서도 검은 트뤼플이 나는 곳으로 유명한 페리고르 지방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 오래된 아이비 덩굴이 와이너리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샤토 테낙의 면적은 200헥타르로, 이중 45헥타르에 포도나무가 식재돼 있다. 33헥타르에 메를로 65%, 카베르네 소비뇽 15%, 카베르네 프랑 10%, 말벡 10%가 심겨졌고, 12헥타르에는 소비뇽 블랑 70%, 세미용 20%, 무스카델 10% 등 청포도 품종이 식재되어 있다. 헥타르당 5,000 그루가 심겨졌고, 수령은 평균 25년 정도이며, 토양은 점토와 석회암으로 구성되어있다.

▲ 샤토 테낙 와이너리, 옛날 베네딕트 수도원 자리에 건물을 올렸다.

레드와인은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되며 말로락틱 발효 또한 탱크에서 진행된다. 숙성은 60% 프렌치 뉴 오크에서 12개월 동안 진행되며, 연간 4.5만병 정도 출하된다. 화이트 와인은 100% 뉴 프렌치 오크통에서 발효가 진행되며, 말로락틱 발효는 하지않는다. 이후 8개월간 100% 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연간 1만2천병 정도 생산된다.

▲ 샤토 테낙에서 맛 본 와인들

샤토 테낙은 또한 달콤한 디저트용 화이트 와인을 만들며, 세컨 와인으로 플뢰르 드 테낙 Fleur de Thenac을 만든다. 샤토 테낙의 연간 총 생산량은 20만병 정도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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