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성의 400일간 세계와인기행] 남아공 와인명가 해밀턴 러셀 빈야드 방문기

아프리카 최남단 포도밭을 가다
승인2020.02.21 11:32:56
▲ 남아공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이너리중 하나인 러셀 빈야드,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을 연상케 한다  

남아공은 360년이상의 긴 와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케이프 와인 지역은 남반구에서도 아주 협소한 포도재배지역으로, 주로 지중해성 기후를 가지며, 산비탈과 계곡을 중심으로 수세기 동안 비티스 비니페라 종의 이상적인 재배장소로 알려져 왔는데, 긴 여름과 온화하고 습한 겨울은 최적의 생장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 해밀턴 러셀 빈야드 전경

1994년 인종 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드가 막을 내리고 민주주의가 싹트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남아공 와인 산업은 2019년 수출량이 3.2억 리터에 이르는 와인 대국으로 부상했다. 약 30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와인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2018년 연간 포도생산량은 9.6억 리터로 이 중 86%가 와인생산에 사용됐다.

▲ 스텔렌보스 대학에서 직접 운영하며 상업생산을 하는 양조장 방문

남아프리카의 와인 산업은 다양한 조직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Stelenbosch 대학의 양조학과와 와인 바이오테크놀로지 대학원, Elsenburg 농업대학 등 산학협업의 연계를 통해 현장을 지원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모든 수출용 와인은 수출 허가를 받도록 되어있기에 철저한 품질검사를 받는다.  원산지, 빈티지, 포도 품종이 라벨의 표기사항와 동일한지 검증을 받는다. 남아프리카는 환경보호차원의 지속가능성과 엄격한 생산 기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 해밀턴 러셀의 지하 와인 셀러

해밀턴 러셀 빈야드(Hamilton Russell Vineyards)는 아프리카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헤멜-엔-아르데(Hemel-en-Aarde) 계곡의 서늘한 해안지역에서 최초로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팀 해밀턴 러셀은 1976년 헤마누스의 옛 어촌 마을 뒤에 터전을 마련하고 바다에 가장 까까운 기후 특성에 가장 잘 맞는 포도 품종을 심었는데, 여기서 나오는 와인은 남아공을 비롯, 신세계 중에서도 최고수준의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해밀턴 러셀 와이너리의 화려한 실내장식을 보는 것은 방문의 큰 즐거움이다

1994년 창업자 앤서니 해밀턴 러셀은 이 땅을 구입한 후 철저한 토양조사를 통해 이곳이 돌과 진흙이 풍부한 셰일 토양임을 파악하고, 본인이 원했던 개성적이고 지역특성을 잘 말해주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확신하였고, 포도밭은 토양특성에 따라 20개의 작은 밭 단위로 나누어졌다. 밭 단위별로 수확하고 양조하여 최종 블랜딩 한다. 피노누아는 부르고뉴 스타일의 섬세하면서도 실키한 질감, 그리고 긴 피니쉬의 특성을 보여주는데, 포도나무들이 식재된 곳은 세일과 자갈이 많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나무들은 비오디나미 방식으로 관리되기 시작했으며, 생물다양성을 추구하는 영농방식이 유지된다.

▲ 와이너리 건물앞으로 펼쳐진 포도밭 전경, 문전 옥답이다.

피노누아 포도밭 토양은 거칠고 돌이 많으며 진흙이 풍부하고, 서늘한 해양성 중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헥타르당 35핵토리터의 절제된 수확량 관리로 해밀턴 러셀 피노누아 특성을 잘 보여준다. 타이트하지만 거칠지 않은 타닌, 풍부한 향과 넉넉한 질감이 균형을 이루며 긴 피니쉬를 보인다. 과일 향은 지나치지 않으며 짙은 색상에 스파이시하며 복잡한 1차향과 함께 고소한 느낌을 준다. 토질은 척박하고 돌이 많지만 점토가 풍부하며 셰일 위주의 토양을 지니고 있다. 와인의 알코올은 13.87%, 총산 5.80g/l, pH: 3.53, 잔당은 1.80g/l 정도이다. 프렌치 오크통에서 100% 발효하며, 단위 수확량은 2.87 tons/ha, 헥타르당 18.76 hl 수확, 총 생산량은 3,614 케이스에 이른다.

▲ 시음했던 러셀빈야드의 피노누아 2014, 2015, 2016 와인

샤르도네는 조밀함과 미네랄리티가 느껴지는 고전적인 해밀턴 러셀의 특성과, 긴 피니쉬, 그리고 컴플렉시티가 돋보인다. 유난히 강조되는 배와 라임의 아로마, 쾌활한 산도,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질감은 풍토의 특성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토양은 거칠고 메마른 편으로, 돌이 많지만 진흙이 풍부한 토질로 혈암이 주종을 이룬다. 평균 산도는 6.40 g/, lpH:3.30, 잔당:1.89 g/l을 보인다. 228리터 프렌치 오크통 발효 90%, 대형 푸드르 4%, 세라믹 에그 1%,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5% 발효하여 블랜딩된다. 약 9개월의 바렐 숙성을 하는데, 새오크통 35%, 2회차 오크통 35%, 3회차 오크통 34%에서 숙성된다. 단위 수확량은 3.92 tons/ha, 26.68 hl/ha, 총 생산량은 5,610 case이다. 

▲ 러셀 빈야드에서 생산하는 샤르도네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남아공 와인의 역사를 정리해보자. 케이프타운에 도착한 얀 반 리벅에 의해 남아공 와인이 시작되었다.

와인산업의 태동은 개척초기 케이프타운에 물자기지를 건설한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네덜란드 외과의사 출신이었던 얀 반 리벅은 기지를 관리하면서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생산하는 일을 했는데 인도와 동양으로 가는 향신료 항로를 따라 항해하는 동안 선원들의 괴혈병을 예방하는 조치였다.

첫 수확은 정착 7년 만인 1659년 2월 2일에 이루어졌으며, 반 리벅의 뒤를 이어 희망봉의 총독인 사이먼 반 데르 스텔이 이 지역의 포도재배 기술을 개선했다.

▲ 점심식사에 초대받아 동료들과 함께 잊지못할 미식 경험을 할 수 있었다

1685년 그는 케이프타운 외곽에 750헥타르(1,900에이커)의 대규모 토지를 매입하여 콘스탄시아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그의 사후, 포도밭은 황폐해졌지만, 1778년 헨드릭 클로테Hendrik Cloete가 인수하면서 다시 활성화 되었다

필록세라로 인한 피해를 본 이후 포도 재배자들은 포도나무를 뽑아내고 과수나무를 심거나 알팔파 농사를 지었고, 그나마 있던 포도밭에는 수확량이 좋은 생쏘 품종을 주로 심었다.

▲ 은은한 빛을 내는 테이블 램프와 미술작품들

1900년대 초 8천만 그루 이상의 포도나무들이 식재되어 과잉 생산을 야기했고, 팔리지 않은 와인들은 강과 바다에 투기되었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폭락은 농민을 피폐하게 하였기에 정부 주도로 기금을 마련, 1918년 KWV를 설립하였다. 협동조합으로 시작한 KWV는 곧 사태를 수습하고 남아공 와인 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과 가격결정에 관여하게 되었다. 공급 과잉을 막기기 위해, KWV는 수확량 제한과 최저가격제를 도입하는 한편, 브랜디와 주정강화 와인 생산을 장려하기도 했다.

▲ 해밀턴 러셀의 호수주변

20세기 남아공 와인 산업은 그다지 국제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아파르트헤이드라는 인종차별정책은 국제사회로 부터 지탄을 받아 대부분의 국가들은 불매운동을 벌였고, 남아공 와인은 고립되었다.

1990년대에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되면서 해외수출시장이 개방되면서 남아공 와인들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앗다. 최신의 포도재배와 양조기술이 들어와 품질을 크게 향상시켰고, 우수한 품질의 와인은 국제적인 관심을 받으며 쉬라즈,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같은 국제품종들은 각광을 받았다.

▲ 빈야드 앞 정원에 커다란 풀장을 만들어 시원하게 보인다

강력한 KWV 협동조합은 민간업으로 이관되었고 혁신과 품질 향상을 촉발하였다. 1990년에는 포도의 30% 미만이 와인 생산에 사용되었고, 나머지 70%는 브랜디로 증류되거나, 테이블 포도와 주스로 판매되었지만, 2003년경에는 수확된 포도의 70% 이상이 와인생산에 사용되었다.

▲ 러셀 빈야드 실내 곳곳에서 주인의 세심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남아공의 와인 원산지법(Wine of Origin)은 1973년 제정되었고, 와인은 시음평가단의 승인을 받은 후 병마다 인증서를 붙인다. 와인에 사용된 포도는 100% 표기된 산지의 포도여야 하며, 빈티지는 85%이상 해당 연도여야 하며, 품종이 표기될 경우는 85%이상 해당 품종이어야 한다. 법적으로 네개의 생산 지역이 규정되어 있는데, 가장 큰 분류단위는 지리적 단위(Geographical Unit)로, 여러 지역과 구역의 블랜드를 허용하기 위한 것이며, 현재 웨스턴 케이프(Western Cape)가 유일하다. 그 아래 단위인 지역 (Region)은 지형적 특성을 공유한 지역으로, 코스탈 지역, 브레이브 강 벨레, 올리판츠 강, 클라인 카루, 보버그 지역이 있다. 그 아래 단위로는 구역 (District)이 있으며, 마지막은 소단위로 구 (Ward)가 있다.      

▲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 화상실 내부, 이렇게 화려하면서도 아티스틱한 화장실은 처음이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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