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소고기 좋아하시죠?

마트에서 소고기를 살 때 뭐라고 하세요? 국거리용 주세요. 아니면 불고기용 주세요 라고 용도를 이야기 하거나 명확하게 부위를 골라 구입하지 않으신가요?

국물요리에는 양지를, 스테이크에는 안심을, 조림에는 홍두깨 등 각 음식이나 조리법에 어울리는 부위를 다들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싼 안심으로 국을 끓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러지 않죠.

그런데 쌀은 어떤가요? 초밥, 카레라이스, 김밥, 볶음밥 다 조리법이 제각각 인데 모두 똑같은 쌀로 똑같은 밥을 지어 요리를 하고 있죠.

쇠고기처럼 각각의 음식에 더 어울리는 쌀과 밥이 있습니다. 오늘은 각각의 요리에 어떤 특성의 쌀들이 더 어울리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일본 요리전용 쌀(왼쪽 위에서부터 스시용, 오차츠케용, 타마코카케용, 볶음밥용, 카레용, 주먹밥용) <사진=유니그룹 홀딩스 홈페이지>

1) 카레라이스

원래 카레에는 부드럽고 찰기가 많은 자포니카 품종의 쌀이 아닌 푸석푸석하고 찰기가 없는 일명 ‘안남미’라고 부르는 인디카 품종의 쌀이 원조입니다만, 우리들의 입맛에는 맞지도 않고 맛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찰진 식감의 쌀은 카레소스로 인해 질어지게 되고, 카레소스에 버무려지면 씹는 식감도 약해져 버립니다. 밥알 하나하나가 카레소스와 잘 버무려져 있고, 밥의 표면은 약간 단단하며, 밥알끼리의 부착성은 적으나, 먹을 때 밥알 속은 찰진 식감을 지닌 쌀이 우리가 먹는 카레라이스에 어울리는 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감의 밥을 먹어본 적 있나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는 카레라이스만을 위한 쌀 품종이 있습니다. 카레이마이라는 품종으로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식감 입니다. 쌀 소비 촉진과 보다 더 입맛에 맞는 카레라이스를 먹기 위해 개발된 품종입니다.

2) 리조또

이탈리아 요리인 리조또에는 자바니카 품종의 쌀들이 적합합니다. 리조또도 파스타처럼 조리 시 밥알의 중심부의 식감이 단단한 알덴테로 조리를 합니다. 리조또에는 밥알이 차지면서도 식감이 단단하고 조리 후 오랜 시간 동안 모양을 유지하는 쌀이 적합합니다. 이탈리아에는 ‘카르나롤리, 아르보리오라는 품종의 쌀이 많이 사용됩니다만, 리조또의 경험이 적은 분들이라면 이 쌀 역시 좀 단단하다는 느낄 수 있습니다.

주변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수입한 리조또용 쌀 또는 일반 자포니카 계열의 현미나, 백미로 사용할 때는 신동진이나 오대 품종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또 리조또용 쌀이 있습니다. 자포니카종이지만 조직이 치밀하며 맛이 깔끔한 다이치노호시, 나고미리조트라는 품종이 있습니다.

3) 스시(초밥)

초밥은 약간 단단하면서, 밥알끼리 잘 풀어지며 씹었을 때는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러우면서 식초와 맛이 어울리도록 깔끔한 맛의 쌀이 어울립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그냥 하얀 쌀밥을 먹을 때 맛있다고 말하는 쌀과 완전히 반대의 성격의 쌀이 초밥에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보니 예전부터 햅쌀이 아닌 묵은쌀이 더 초밥에는 어울렸습니다. 묵은 쌀은 좀더 건조된 상태여서 약간 단단한 느낌도 주면서 초대리(초밥소스)를 훨씬 더 잘 흡수하기에 맛있는 초밥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스시 전문점에서는 대체로 쌀알이 큰 대립을 선호합니다만, 딱 들어맞는 품종이 없다 보니 고급 스시 전문점일수록  독자적으로 쌀을 블렌딩해서 사용합니다.

주로 블렌딩하는 품종은 신동진, 일미, 호품, 코시히카리등을 기반으로 저아밀로스 계열의 쌀을 블렌딩해서 사용합니다.  각 전문점의 음식 맛에 맞춰 블렌딩을 합니다.

일본의 스시 전문점은, 쉐프 또는 쌀 마이스터가 초밥에 맞게 블렌딩해준 쌀을 사용하거나, 최근에 개발된 초밥용 품종의 쌀을 사용하여 그 집만의 스시용 초밥(샤리)을 만들고 있습니다. 스시에서 네타도 중요하지만 그 맛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밥(샤리)이기에 유명 초밥전문점일수록 쌀에 매우 신경을 씁니다. 최근에 개발된 초밥용 쌀로 지은 초밥은 입안에서 퍼져나가는 맛이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 일본 요리전용 쌀(왼쪽부터 생선요리용, 카레용, 타마고카케용, 고기요리용) <사진=Original blend rice 홈페이지>

이 외 볶음밥을 할 때, 도시락이나 주먹밥을 할 때 따뜻하게 먹을 때, 식은 상태에서 먹을 때에 따라 적합한 품종이 있습니다.

일본은 매우 상세하게 각 요리에 맞는 쌀 품종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쌀 마이스터들이 독자적으로 쌀을 블렌딩하여 보다 더 요리에 맞는 밥을 구현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와인이나 차, 커피를 블렌딩하는 것처럼 음식에 어울리는 밥을 짓기 위해 쌀을 블렌딩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단순히 찰기가 있어 밥맛이 좋다라고 만 이야기하는 쌀 품종과, 명확한 컨셉과 용도가 있는 쌀 품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음에는 어떻게 섞여있는지 알 수 없는 혼합쌀과 어떤 목적을 가지고 거기에 맞게 정해진 비율로 블렌딩된 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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