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에서 보이차의 효능(성인병, 고혈압, 당뇨, 다이어트, 암 수술 후 치유 등)에 대한 방송이 많아지면서 진짜보다 가짜, 불량 보이차가 많기 때문에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심지어 연구실에 찾아오기도 한다. 다만 진품 고수 보이차가 귀하고 비싸다보니까 불량품들이 진품으로 둔갑하여 시중의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급부현상으로 생태환경이 파괴되면서 환경오염과 미세먼지, 방사선, 황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현대인들은 환경대기오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지만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흡입된 대기오염을 체외로 배출할 수 있는 가장 큰 식품이 차(茶)종류이며, 차 종류 중에서도 보이차가 최고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최근 보이차를 즐기는 마니아들에게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운남성 임창(臨滄)지역의 빙도(氷島)보이차라고 한다. 그동안 일부 중국 보이차 마니아나 소장을 하고자 한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었으나 교통이 아주 불편하고, 서쌍판납(西雙版納)의 구(舊)육대차산의 의방, 만송, 괄풍채에서 생산되는 고수차와 신(新)육대차산의 노반장, 맹송, 경매에서 생산되는 고수차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에 부상하고 있다.

필자도 빙도 차산을 2014년 2015년, 2016년에 3회 방문하면서 임창 지역의 보이차가 급부상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 빙도 노채의 고차수에서 채집하여 만든 보이차

그 이유는 운남이 자랑하는 맹고 대엽종을 비롯한 보이차 종자의 유전자은행이라고 부르는 국가급 차나무가 5종이 있으며, 거의 교목형 대엽종 차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운남성의 원시적 형태를 가진 고차수림의 50% 이상 분포되어 있는 지역으로 야생 보이차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녹색의 산 아래 휘감고 있는 구름사이로 울타리가 없는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야생 보이차나무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에 2007년부터 중국정부에서는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채엽을 금지시켰다.

특히 임창시의 봉경현 향죽정 마을에는 신석기 시대 와족(佤族)이 천연염료로 수직된 절벽 암석에 그들의 생활상을 그려놓은 벽화에 고차수 위에서 차를 채집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 발견되었고, 약 3200년 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재배형 차왕수는 금수차조(錦秀茶祖)로 보이차의 역사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서울에서 운남성의 성도 곤명(昆明)까지 4시간 그리고 다시 중국 국내 비행기로 1시간을 가야 도착하는 임창차구(臨滄茶區)는 횡단산맥(橫斷山脈)에 속한 벽라설산(碧羅雪山)의 남쪽을 따라 형성되어 있으며, 중요한 차산은 2개의 도로를 따라 분포하고 있다. 또한 청나라 시대의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운남성의 서쌍판납 이무에서 출발하여 보이시(普洱市)를 거쳐 임창 중부를 지나 대리(大理)로 이어지고 티베트로 가는 길로써 가장 길며, 험난하기로 명성이 나있다. 지금은 214번 국도로 주변에 쌍강맹고차구(雙江 庫茶區)와 봉경·운현차구(鳳慶雲縣茶區)가 있다.

그리고 보산(保山), 즉 예전의 영창(永昌)에서 미얀마로 통하는 남선고도(南線古道)는 지금의 시맹공로(施孟公路)로써 주변에는 영덕·대설산차구(永德 大雪山茶區)가 포진해 있다.

임창의 쌍강맹고차구(雙江勐庫茶區), 영덕·대설산차구(永德大雪山茶區), 봉경·운현차구(鳳慶雲縣茶區)는 임창의 3대 차구로 구분하며, 주요 품질이 뛰어나고 유명한 차산은 모두 이 3개 지역차구 내에서 생산되는 고차수 보이차로 명성이 높다. 임창에서 고차수 보이차로 유명한 지역은 쌍강맹고차구의 빙도 고수차(冰島古樹茶), 봉경·운현차구(鳳慶雲縣茶區)의 운현 만만진 백앵산차(雲縣漫灣鎭白鶯山茶), 봉경향죽정고수차(鳳慶香竹 古樹茶), 그리고 최근에 떠오르는 운현 임상구 방동향(臨翔區邦東鄕)의 석귀고수차(昔歸古樹茶) 등이 있다.

4대 보이차는 이무의 만송, 맹해의 노반장, 임창의 빙도, 석귀이며, 600년의 재배 역사를 갖고 있는 빙도 고수차는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 임창에 있는 신농 사당의 신농황제

빙도차산은 임창시 쌍강현 맹고진에 속해 있으며, 맹고진에서 20k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산악 비포장도로로 비가 오면 온통 진흙이기 때문에 4륜구동차가 아니면 갈수가 없다. 맹고진에서 대설산 방향으로 자동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따라 30분정도 가다보면 중국 고대 삼황시대 차(茶)를 발견한 신농(神農:농사법과 약초로 질병을 고치는 일을 한 황제)의 사당에서 참배를 했다. 다시 자동차를 타고 30분정도 가면 남맹하(南勐河) 하천을 댐으로 막은 거대한 빙도 호수를 보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 임창의 빙도 호수가 있는 공원

자동차를 재촉하여 20분 정도를 산길을 달려가면 해발 1,670m 산중턱에 아주 조용한 산촌의 5개 마을이 나타난다. 남맹하의 하천을 경계로 동쪽 산과 서쪽 산의 주변에 빙도 5채 즉, 남박(南迫), 빙도(氷島), 지계(地界), 패왜(壩歪), 나오(糯伍)로 부르며, 모두 진품 빙도 고수차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빙도의 노채(老寨)마을에서 찻잎을 채집하여 만든 고차수 보이차가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가장 비싸다.

빙도라는 발음은 태족(傣族)의 발음으로 ‘마을 입구의 대문을 대나무로 만든 곳’의 뜻이다. 현재는 ‘빙도(冰島)’이지만 과거에는 ‘병도(丙島)’과 ‘편도(扁島)’로 불렀고, 소수민족 납호족(拉祜族)이 정착한지 500여년이 되었다고 한다.

옛날 사료에 의하면 명성화(明成化:명나라 헌종 때의 현호) 21년(1485)에 맹고지역 태족(泰族) 토사가 서쌍판납주에서 차나무를 가져와서 빙도에 최초로 재배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때 심은 차나무 중 20여 그루가 살아남아 있다고 한다. 그 당시 맹고토사의 어용(御用)차산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는 것은 토사의 차산을 관리하던 후손들이 정착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50여 가구 200여명이 살고 있으며, 주로 태족이며, 소수의 한족(漢族), 납호족(拉祜族)이 함께 살고 있으면서 보이차를 만들고 있다.

▲ 빙도 노채의 고차수

유서 깊은 빙도 노채마을은 수령 300년 이상 된 차나무가 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차나무마다 고유의 인식번호표를 달고 있으며, 마을 주변에는 수령 40-50년 된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최근에 빙도노채의 보이차 가격이 많이 상승하여 서쌍판납 맹해지역의 노반장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 이유는 빙도 노채의 보이차는 국가급 차나무 종류인 맹고대엽종의 빙도대엽종으로 수령300년 이상 된 차나무에서 채집하여 만든 고수차로 매우 한정된 생산량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 하남성(河南省)의 차상들이 빙도 노채 고차수를 독점계약하면서 품질대비 가격이 많이 올라가게 되었다.

▲ 빙도 노채 마을 중앙 언덕에 있는 빙도 차창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빙도의 고수차는 생산량보다 훨씬 많은 양이 차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어서 진품을 구하기가 어렵고 가짜가 많은 빙도 보이차를 마시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그래서 진짜 빙도 보이차의 맛을 음미하려는 마니아들은 매년 춘차가 생산되는 3~4월에 빙도 마을을 찾아와 차나무 밑에서 기다리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에 비싼 것 외에 빙도 노채 보이차가 정말로 맛있다는 것이다.

빙도 노채 고수차는 외형이 검고 밝으며, 단단하게 잘 말려 있다. 찻물 색은 황록색을 띠는데 맑고 투명하며, 우린 잎은 황록색으로 균일하다. 향기는 산야 기운의 향이 순수하며, 꽃 향과 딸기 향, 수박 향이 나며, 마시고 난후에 찻잔에 남은 잔향은 매력적이고 난초 향과 단향이 코끝을 자극하였다. 맛은 약간 미세하게 쓰고 떫은맛이 뚜렷하지 않으며 바로 단맛이 함께 상승하고 올라온다. 쓴맛은 혀의 앞부분에 남아있고, 쓰고 떫은맛은 빨리 사라지면서 단맛을 끌어올리며, 회감이 좋고 마신 후 입안에는 달고 매끄러운 느낌이 있고, 찻물의 구조감이 풍부하고 부드러웠으며, 여운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 빙도 노채 고수 보이차의 차저와 탕색

돌아오는 길에 임창의 와족이 한 글귀가 생각났다. ‘당신이 보이차를 마셨다면 당신은 영혼을 볼 것이다.’라는 말은 차나무가 곧 영혼이고 조상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조상을 섬기는 마음으로 보이차를 만들고 있으니 보이차를 마시면서 영혼을 정화하여 정신을 깨어있게 하는 명품의 보이차를 더 이상 품질을 논할 수가 없고 감사하게 마시는 자체가 행족이다.
 

▲ 고재윤 교수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이면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이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120여편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뛰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고재윤교수 jayoun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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