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나(Gorgona) 2024 (사진=Marchesi Frescobaldi)
고르고나(Gorgona) 2024 (사진=Marchesi Frescobaldi)

이탈리아 토스카나(Tuscany)의 와이너리 마르케시 프레스코발디(Marchesi Frescobaldi)는 2024 빈티지 고르고나(Gorgona) 와인의 첫 병을 유럽 유일의 섬 교도소인 고르고나 섬에서 개봉하며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마르케시 프레스코발디 회장 람베르토 프레스코발디(Lamberto Frescobaldi)는 “한 병의 와인은 그것을 만든 모든 이의 이야기를 담아 전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며 “포도밭과 와이너리에서의 일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애정을 갖게 만드는 특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프로젝트처럼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경우에는 그 애정이 더욱 깊어진다. 고르고나 프로젝트의 핵심은 재소자들에게 있으며, 이들은 섬 안에서 진정한 와인 양조 기술을 익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람베르토는 이 프로젝트가 단지 와인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변화까지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소자들이 출소 후 사회에 복귀할 때, 이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재활을 위한 실질적인 기회

고르고나 프로젝트는 2012년부터 마르케시 프레스코발디와 고르고나 교도소 사이의 협력을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재소자들에게 전문적인 농업 및 와인 양조 기술을 교육함으로써 출소 이후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들은 실제 포도밭에서 급여를 받으며 일하고, 농사와 양조 전 과정을 배우게 된다.

고르고나에서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땅을 돌보며 그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이 섬에서의 노동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감정적인 회복과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포도밭에서의 하루하루는 단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익히고 삶을 재정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고르고나 교도소 감옥섬에 위치한 포도밭 (사진=Marchesi Frescobaldi)
고르고나 교도소 감옥섬에 위치한 포도밭 (사진=Marchesi Frescobaldi)

섬의 환경이 담긴 와인

고르고나는 티레니아 해(Tyrrhenian Sea)에 위치한 바위 섬으로, 자연 그대로의 해안 분지와 철분이 풍부한 토양,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현재 섬의 포도밭은 약 2헥타르 규모로, 재소자들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안소니카(Ansonica)와 베르멘티노(Vermentino) 품종이 재배되며, 섬의 독특한 기후와 토양을 반영한 개성 있는 와인으로 탄생한다.

2024년 빈티지는 짚색에 가까운 밝은 색을 띠며, 지중해 식물과 베르가못, 열대 과일 향이 어우러지고, 약간의 허브 향과 함께 섬 특유의 미네랄 감이 여운을 남긴다. 입 안에서는 생생하고 신선한 느낌이 이어지며, 균형 잡힌 구조와 긴 여운이 특징이다. 이번 해는 따뜻한 겨울과 봄철의 잦은 비, 그리고 9월의 기온 하락으로 인해 수확 시기가 예년보다 늦어졌다. 베르멘티노는 9월 중순, 안소니카는 10월 중순에 수확되었다.

매년 새롭게 디자인되는 라벨

고르고나 와인의 라벨은 해마다 새롭게 디자인된다. 단순한 장식이 아닌, 섬의 자연과 프로젝트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다. 2024년 라벨은 고르고나 섬에 서식하는 나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나비는 자연의 균형과 재생을 상징하는 존재로 표현되었다. 이 라벨은 와인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 도니 앤 어소시에이츠(DONI & Associati)의 시모네타 도니(Simonetta Doni)와 협업해 완성되었으며, 섬의 생물다양성과 농법 보존을 위한 녹비작물(green manure) 재배법도 시각적으로 담아냈다.

소량 생산의 가치

고르고나 와인은 매년 약 9천 병만 소량으로 생산된다.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와인을 하나의 예술적 산물로 여기는 가치가 담겨 있다. 이 와인은 섬과 그 안의 사람들, 그리고 변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결과물이다.

프로젝트의 발전과 주요 협력자들

고르고나 프로젝트는 2013년 첫 빈티지를 출시했으며, 같은 해 이탈리아 대통령이었던 조르조 나폴리타노(Giorgio Napolitano)에게 매그넘 병 0번이 헌정되었다. 2014년에는 마르케시 프레스코발디가 교도소 측과 15년간의 공식 협약을 체결했고, 그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두 명의 재소자가 출소 후 와이너리 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

이듬해에는 재소자들이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직접 포도나무를 심었고, 로쏘 와인(Rosso wine)의 생산도 시작되었다. 로쏘 와인은 생지오베제(Sangiovese)와 베르멘티노 네로(Vermentino Nero) 품종을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하고, 테라코타 항아리에서 숙성해 만든다.

이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전문가와 기관도 참여하고 있다.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는 2013년 라벨에 서명을 남겼고, 도니 앤 어소시에이츠는 매년 라벨 디자인을 재능 기부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피렌체(Florence)의 대표 레스토랑 엔오테카 핀키오리(Enoteca Pinchiorri)는 고르고나의 미식 자원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으며, 농기계 제조사 아르고 트랙터스(Argo Tractors)는 섬의 농업 활동을 돕기 위해 전문 트랙터를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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