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전통주 행사인 「2025년 우리술 대축제(이하 우리술 대축제)」가 막을 내렸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전국 122개 우리술 제조업체가 참여했으면 총 2만 5884명이 방문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3일간의 행사 동안 관람객 수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년 우리술 대축제가 끝날 때마다 행사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부분을 다음 행사에서 개선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대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대축제에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2025년 우리술 대축제 포스터 @농림축산식품부
2025년 우리술 대축제 포스터 @농림축산식품부

먼저 우리술 대축제 운영과 관련해 참가 업체 수에 대한 아쉬움이다. 물론 이번 행사가 역대 최대 규모였지만, 몇 년 전부터 참가 양조장 신청이 증가하면서 수용 가능 업체 수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결국 양조장 선정을 위해 추첨 방식까지 도입되었다. 그러나 행사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한다면 더 많은 양조장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동 통로가 협소해 많은 참관객이 몰릴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편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참가 업체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부스 배치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이번처럼 3개 부스씩 나열되는 방식은 가운데 배치된 업체가 공간 활용에서 불리해 보였다. 지금 장소에서 계속 우리술 대축제를 진행한다면 현재 1층만 사용하는 공간을 2층까지 확장하여 1, 2층을 모두 활용한다면 참가 양조장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밀집도도 낮아져 시음 설명 역시 더 여유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술 대축제 행사장 배치도 @2025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 사무국
우리술 대축제 행사장 배치도 @2025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 사무국

두 번째로 양조장들의 운영 노하우 부족 문제이다. 오래전부터 주류 박람회 참가 경험이 있거나 부스 운영에 신경을 써온 양조장들은 부스만 봐도 차이가 난다. 우리술 대축제는 단순히 술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자신의 술을 알리는 중요한 홍보의 장이다. 마케팅 여건이 부족한 양조장에는 소비자·유통업체·주점 관계자에게 술을 알릴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부스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그다음 시음을 통해 술을 소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술의 품질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판매로 이어질 것이다. 122개 양조장이 각자의 술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 수는 제한적이며 최근 경기침체로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내 술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자의 기준에 충분히 부합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냉정한 이야기지만, 대축제에 방문하는 소비자는 이미 전통주를 어느 정도 알고 마셔본 경우가 많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술뿐 아니라 새로운 술을 찾아 시음하고 구매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판매가 적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냉철하다. 이 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세 번째로 여러 부스를 방문하고 시음하면서 느낀 점은 시음 술의 온도 문제다. 일부 부스에서는 쇼케이스에서 꺼낸 술을 얼음물에 담가 지나치게 낮은 온도로 시음시키고 있었다. 부스에서는 술의 향이 풍부하니 잘 느껴보라고 설명하면서, 실제 시음은 4도 정도의 온도로 제공한다면 과연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최근에는 막걸리나 약주도 적당한 저온에서 마시면 향과 맛이 더 잘 살아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소 10~15도 정도에서 마시면 향의 퍼짐과 입안에서의 질감이 훨씬 좋아진다. 소주도 향을 강조하고 싶다면 15도 전후가 적당하다. 물론 일부 술은 저온 시음이 오히려 맛을 살릴 수 있다. 이런 술은 당연히 저온 제공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번에 마셔본 술 중 상당수는 너무 낮은 온도에서 시음 되어 본래 향을 충분히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이 아쉬웠다. 얼음물 대신 단순히 얼음 위에 병을 올려두는 정도만 해도 훨씬 나았을 것이다.

얼음 속에 담가놓은 와인들 @픽사베이
얼음 속에 담가놓은 와인들 @픽사베이

네 번째로 참관객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현재 전통주가 전체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1.4%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통주 범위를 넓게 보면 점유율은 조금 더 높아지지만, 여전히 소비자에게 전통주는 낯선 술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점유율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상승 폭은 점차 둔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우리술 대축제의 참관객 구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기존에 전통주를 알고 즐겨왔던 소비자들이 다시 방문하는 비중이 높아 보이며, 정작 전통주를 잘 모르는 신규 소비자층의 유입은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신규 유입이 늘어나야만 참관객 규모가 커지고 전통주 소비도 확대될 수 있다. 물론 다른 주류 소비층을 전통주 영역으로 끌어오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홍보 채널을 보다 다양화하고, 다른 주종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사전 홍보를 강화한다면 우리술 대축제의 인지도는 높아질 것이며, 참관객의 폭도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

주락이월드의 우리술 대축제 홍보 @유튜브 화면 갈무리
주락이월드의 우리술 대축제 홍보 @유튜브 화면 갈무리

마지막으로 다른 전통주 관련 행사들과의 연계 부족이 아쉽다. 과거 우리술 대축제에서는 전통주 칵테일 대회, 전통주 소믈리에 대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함께 진행되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소비자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렸으며, 전통주 칵테일이나 전통주 소믈리에 분야처럼 대중이 잘 모르는 영역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연계 프로그램이 감소해 무대 활용이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이름 자체가 ‘우리술 대축제’인 만큼, 축제다운 다양한 프로그램이 병행된다면 전통주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술대축제의 부대 행사-전통주소믈리에대회(좌), 전통주칵테일대회(우) @이대형
우리술대축제의 부대 행사-전통주소믈리에대회(좌), 전통주칵테일대회(우) @이대형

물론 행사를 주최·주관한 농림축산식품부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행사 운영의 어려움과 내부 사정이 있을 것이다. 참가 양조장들의 입장도 제각각일 것이고, 소비자 역시 원하는 바가 다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다른 목적들 안에서도 중요한 것은 우리술 대축제를 개최하는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는 일일 것이다. 2026년에는 ‘우리술의 다양성과 가치를 알리고 산업을 육성’이라는 목적을 실현하려는 방법에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다 같이 고민해 봤으면 한다.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 23년 인사혁신처 대한민국 공무원상 대통령 표창,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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