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2000억이 채 되지 않았던 국내 생수 시장이 올해 8000억을 넘길 전망이다.

'진로 석수', '강원 평창수' 등 2000년대 초반에도 유통됐던 생수 브랜드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2010년대 들어서 출시된 농심 '백산수'와 롯데 '아이시스 8.0'은 생수 시장의 발달과 함께 급성장하며 20년 가까이 시장점유율 1위를 독차지한 '제주 삼다수' 바로 아래 자리 잡고 있다. 그 외에도 '스파클', '동원샘물', '마신다', '풀무원샘물' 등 어디 마트나 슈퍼 가면 봤을 법한 브랜드들이 꾸준히 자리하고 있다. 

▲ 국내 생수시장 부동의 1위 제주 삼다수 <사진=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국내 등록된 생수 업체는 60여 곳, 그중에서 생산하는 브랜드는 200여 가지로 알려져 있다. 한 수원지에서 한 브랜드만 생산하기도 하고, 여러 수원지에서 한 브랜드를 생산하기도 하고, 한 수원지에서 여러 브랜드를 생산하기도 한다. 한 수원지에서 여러 브랜드로 생산되면 같은 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 브랜드의 유통사마다 물류비나 전략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 다 다르게 책정되어 있다.

2014년 어떤 TV 뉴스프로그램에서는 한 수원지에서 여러 브랜드를 생산하는 업체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많게는 한 수원지에서 14~16개의 브랜드를 생산하고, 가격이 높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난 경우도 있었다.

특히나 유통채널마다 각기 자신만의 PB제품(이마트 블루, 피코크 640 봉평샘물, 노브랜드 미네랄 워터, 하루e리터, 초이스엘 워터, 온니 프라이스 미네랄 워터, 홈플러스 맑은 샘물, 유어스 맑은 샘물, 하나로 샘물, 올리브영 워터, 분스 아쿠아, 미니소 미네랄 워터 등)을 출시했다. 그 때문에 대형마트에선 브랜드는 다르지만, 도대체 특징을 알 수 없는 비슷한 물이 10가지 이상 진열돼 있다.

▲ 다양한 물이 유통되고 있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워터소믈리에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떤 물이 제일 좋아요?", "브랜드 하나만 콕 찍어 주세요"다. 그런데 사실 국내 물 브랜드는 고객의 인지도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물의 퀄리티에는 큰 의미가 없다.

국내 생수에만 2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있다고 하는데 워터소믈리에인 나조차도 120여 개 밖에 못 봤다. 매년, 매달 생수 업체에서 새로 개발하는 브랜드를 다 파악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를 모르더라도 생수의 퀄리티를 대략 파악할 수 있는 워터소믈리에의 초이스 포인트를 밝힌다.

수원지

물이 나오는 곳을 수원지라고 한다. 그래서 물을 선택할 땐 브랜드 보다도 수원지를 확인해야 한다. 국내 먹는샘물은 앞라벨에 수원지가 주소로 표기되어 있다.

물 스스로 지표까지 나오게 되면 용천수라고 하고, 스스로 나오지 못하면 지하수라고 하는데, 보통 지하수보다는 용천수를 더 높게 평가한다. 지하수는 오염물에 취약하지만, 용천수는 오염물질이 자칫 들어와도 밖으로 빼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압이 높은 용천수나 자분정은 스스로 대수층을 지키기도 한다.

수원지는 오염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크게 신경을 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와 각 지자체에서 수원지가 오염되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다.

환경부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되면, 그 기준에 부합할 때까지 생산이 중단되는데 다시 생산을 재개할 때는 브랜드 쇄신을 위해서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해 탈바꿈하기도 한다. 만약 큰 사고였다면, 회사를 매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유통원이나 브랜드보다도 제조원이나 수원지를 잘 확인해야 한다.

사람이 함부로 근처에 갈 수 없고, 건강에 좋다고 정평이 나고, 명성이 높을수록 좋은 수원지라고 할 수 있다. 수질이 좋지 않은 중국이나 동남아에 우리나라 생수 브랜드가 많이 수출되고 있는데,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도 수출한 이력이 있다면 충분히 검증받은 수원지라고 할 수 있다.

Natural Mineral Water

▲ Natural Mineral Water, Mineral Water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해양심층수, 알칼리수 등 특별한 물을 제외한 모든 생수엔 Mineral Water라고 표기해야 하는데, Mineral Water라고 표기되어 있지 않다면 생수가 아닌 혼합음료라고 볼 수 있다. 혼합음료는 정제수에 전해질이나 기타 물질을 첨가한 음료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물처럼 보이는 혼합음료를 '물맛 음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오존처리나 기타 살균처리를 하지 않고 천연 원수 그대로 병입하면 'Natural'을 붙일 수 있다. Mineral Water 제조사들은 물 안의 미생물들이 유통하는 과정동안 증식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유통하기 위해 살균처리를 한다. 하지만 Natural Mineral Water 제조업체는 살균 처리를 하지 않아도 유통기간동안 증식되는 미생물의 양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자신하기 때문에 곧바로 병입한다.

살균처리를 하면 한 번의 과정이 더 들어갔기 때문에 가격이 더 높아야 하는데, 보통 Mineral Water보다 Natural Mineral Water의 가격이 비싸다. Natural Mineral Water는 '제주 삼다수', '백산수', '아이시스 8.0' 등이 있고, Mineral Water에는 '동원샘물', '강원 평창수', '노브랜드 미네랄 워터' 등이 있다.

패키지

물병 하나로 주위를 밝히는 제품이 있지만, 안전해 보이지도 않고 신뢰감조차 들지 않는 물병이 있다.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은 마시는 사람에게 개성을 주기도 하며, 세련된 디자인을 들고 다닐 땐 그 사람의 품격을 높여 주기도 한다. 우리 몸의 60~70%가 물이고, 우리 몸에 물이 얼마나 필수적이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안다면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찌그러진 페트병에 라벨이 너덜너덜하게 떨어진 물을 선택할 수는 없다.

세련되고 안전한 패키지에 위생적으로 유통된 병물과 젖거나 흙발 묻은 박스에 라벨이 뜯기고 찌그러진 병물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

미네랄 성분

▲ 제조일자마다 다른 미네랄 성분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국내 유통되는 모든 먹는샘물은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불소의 미네랄함량을 표시해야만 한다. 모든 먹는샘물 제조사는 정해진 기간마다 성분검사를 의뢰해야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라벨에 표시된 미네랄 성분표를 최신화해야 한다.

미네랄 성분은 일정하지 않다. 제조일자마다 약간의 미네랄함량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서 생산된 남양 천연수의 2015년 6월 10일자 생산제품은 칼슘 15-25mg/L, 마그네슘 2.4-3.4mg/L, 나트륨 6-16mg/L, 칼륨은 0.3-1.3mg/L지만, 2015년 12월 8일자 생산제품은 칼슘 10-15.6mg/L, 마그네슘 2.6-3mg/L, 나트륨 7.8-10mg/L, 칼륨 0.8-1.1mg/L다. 칼슘의 함량은 범위가 아예 다르다.

미네랄 함량에 예민하다면, 생수의 라벨에 표시된 성분표를 확인하고 물을 선택해야 한다.

제조일자

생수(生水)는 살아있는 물이란 뜻이다. 지하수나 용천수는 살아있다. 지하수나 용천수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동안 대수층에서 옹기종기 살고 있다.

그런데 살아있는 물을 병입하는 순간 물에도 수명이 정해진다. 유통기한이다. 유통기한은 유통이 가능한 기한을 말한다. 유통이 가능한 기한을 넘기면 그 물이 마셔도 괜찮은지 알 수 없다. 어떤 물은 유통기한이 지나고 병 안에서 녹조가 피는 경우도 있다. 어떤 물은 악취를 내기도 한다.

병입 당시에는 극소량이었던 미생물이나 대장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속도로 번식한다. 병입된 물은 자정능력도 잃는다. 페트의 향이 물에 배기도 한다. 유통기한에 다다른 물들은 컨디션이 나쁘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일자가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 Water is Not Just Water <사진=Martin Riese>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다양하게 마셔보고 느껴보자. 마셔보고 나쁘지 않았다면 계속 선택하면 되고, 물이 불쾌함을 줬다면 다른 물을 추천받으면 된다. 그렇게 나의 물을 찾는다면 더 건강한 물 습관을 가질 수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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