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와인 한잔할 곳은 도산공원 인근에 위치한 '있을 재' 입니다.

뚜또베네로 한국 다이닝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재훈 쉐프가 오픈한 공간으로 뚜또베네가 정통 이탈리안이었다면 있을 재에서는 여러가지 아시안 식재료도 사용하여 조금 더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안의 정체성을 완전히 뒤바꾼 것은 아니고 이탈리안 퀴진의 정신과 테크닉은 유지한 채 한국의 식재료를 더한 느낌이랄까요?

특히나 블랙트러플과 계란 노른자를 올린 녹진한 풍미의 따야린이나 고기가 듬뿍 들어간 볼로냐식 라자냐, 바삭하게 구운 관자요리, 알알이 쌀의 단맛이 느껴지는 리조또, 버섯소스로 맛을 낸 가금류 요리와 램숄더는 정말 이탈리아 음식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디쉬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샴페인을 곁들였고 이후에는 부르고뉴 화이트로 매칭을 하였는데, 일반적으로 붉은색 고기 요리에 레드와인을 페어링하지만 음식 자체가 가볍고 새콤한 가니쉬들이 있었기 때문에 안주로 사용을 한다면 화이트도 어울릴 것 같아 프랑수와 까이용을 디켄터에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돌맛만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특유의 시트러스향과 꽃향, 적당한 무게감까지 더해져 미디움 바디 이상의 음식들과도 좋은 조합을 보이네요. 훌륭합니다.

물론 바롤로와 같은, 특히나 로베르토 보에르지오 같은 걸출한 와인들과 조합을 이루면 더 멋지겠지만 현실적인 예산의 압박이 있기도 하겠죠? 하지만 여전히 인기가 있고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단품이나 코스로 즐기시기에는 충분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오늘의 한줄평

“편안하고 따뜻한 엄마손 이탈리안 퀴진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건구는 크리스탈와인그룹의 Head Brand Manager로 근무하고 있으며, 와인 생산자의 철학을 소비자의 마음과 이어주는 문화 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한다. 인스타그램: treenboy, 유튜브: 와인읽어주는남자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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