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돔 페리뇽(Dom Pierre Périgno)의 석상 <사진=Wikimedia>

돔 페리뇽(Dom Pierre Pérignon, 1638-1715)이 살았던 시절에는 병 내 재 발효가 가장 큰 문제였다. 날씨가 추워지면 발효가 끝나기 전에 발효가 멈추었는데, 이때 병에 넣으면 봄에 기온이 올라가면 다시 발효가 진행되어 병이 폭발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돔 페리뇽은 이런 재 발효를 방지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1718년에 발행된 ‘돔 페리뇽의 지침’이란 양조방법에 피노 누아로 고급 와인을 만드는 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돔 페리뇽은 재 발효가 자주 일어나는 청포도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기록이 되어 있다.

그가 피노 누아를 선호하는 이유는 향이 좋고 품질의 지속성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무엇보다도 봄에 거품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근거 없음)이었다. 그리고 그는 피노 누아 같은 적포도로 만든 와인에 거품이 생기는 큰 결함으로 생각하여 이러한 결함이 생기지 않도록 정교한 기술을 응용하였다. “빨리 와보세요. 지금 나는 별을 마시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 또 하나는 돔 페리뇽 시대의 와인은 대부분 통으로 팔렸기 때문에 거품이 날 수가 없었고, 스파클링 와인도 만들지도 않았고, 전부 스틸와인이었다. 그리고 당시 기록을 보더라도 거품 나는 와인을 팔았다는 기록은 없다.

돔 페리뇽이 샴페인을 발명했다는 근거는 극히 희박하지만, 그는 과감한 가지치기로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줄이고, 포도나무도 높이 1미터 이상 자라지 않게 만들었고, 수확은 기온이 낮은 새벽에 하고, 포도가 으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수확하고, 상태가 좋지 않은 포도는 골라냈다. 그리고 와인을 블렌딩한 것이 아니고, 포도를 불렌딩하여 발효를 시켰다. 이렇게 돔 페리뇽은 수도원의 와인 품질을 높여 높은 가격으로 팔아서 오빌레 수도원의 명성을 드높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사후 수도원장이 묻히는 수도원 내의 묘지에 묻힐 수 있었다.

돔 페리뇽이 샴페인을 발명하고, 최초로 코르크마개를 사용했고, 와인 맛을 잘 알아맞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후배 수도승인 ‘동 그로사르(Dom Grossard, 1749–1825))’의 작품이다. 1821년 오빌레 수도원에서 ‘동 그로사르’가 돔 페리뇽을 샴페인 발명가로 추대하여, 돔 페리뇽 뿐 아니라 오빌레 수도원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그는 돔 페리뇽이 처음으로 코르크를 사용하고, 포도 맛을 보고 포도밭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참고로, 돔 페리뇽이 장님이란 소문은 그가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을 자주 하는 데서 해석을 잘못하여 그렇게 전달된 것으로 그는 장님이 아니었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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