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자의 한주이야기] 양조장기행 "상동탁주" <2편>

김해 상동탁주 제조과정 - '술이란 기 결국은 다 지 정성'
승인2016.01.06 23:22:41
▲ 고두밥 짖기

[칼럼니스트 허수자] 상동탁주에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나라미를 사용한다. 상동탁주도 원래는 밀가루로 빚던 시절이 있었는데(쌀로 술 빚는 것이 금지외었기에) 현재는 국산 나라미를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쌀을 쓰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박대흠 사장의 말투에는 은근히 걱정과 시름이 묻어난다.

"우리나라 정부라 카는기... 머 이거로 해라 그랬다가 몇 년 뒤면 또 바뀌고 그카니까..."
쌀로, 밀가루로, 다시 쌀로... 겪어온 세월이 있는 것이다.
 

▲ 분쇄 및 냉각

고두밥은 엄청나게 큰 솥에다가 찐다. 꽉 채우려면 80Kg짜리 쌀이 몇 가마니나 들어가는 큰 증기솥이지만 장마철이라 출하량이 줄어서 오늘은 한 가마 정도만 작업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오늘은 일감이 무척 적은 날이다. 그래도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엄청나게 강도 높은 노동이다. 뜨거운 김이 쉴 새 없이 피어오르는 고두밥을 계속 실어나르고 이것을 삽으로 잘게 부수고 편다. 고두밥이 잘 부서져서 고르게 펴지지 않으면 발효가 균질하게 되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하긴 술 빚는 과정 하나가 어디 소홀해도 되는 것은 없다.

이렇게 분쇄된 밥을 국실로 옮겨서 여기에 국균을 배양한다. 생각보다 국실은 개방적으로 운영된다. 이곳도 역시 작업이 끝나면 그때 그때 새로 청소를 하기 때문에 외부인 출입에 비교적 관대한 편.

박대흠 사장은 자기 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대부분의 도가에서 이론도 데이터도 없이 그냥 경험으로 술을 빚던 시절에 나름대로 철저한 학습과 실험을 하고 일본까지 견학을 다녀서 빚어낸 술이기 때문이다.
 

▲ 입국용 조효소제

입국실 출입문제도 그렇고, 국균을 배양하고 난 빈 포장지를 다루는 법을 설명하는 데, 이 포장지는 반드시 일정한 장소에 격리되어 보관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유는 남아있는 포자가 공기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균이나 환경과 접촉하면 순식간에 변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작업이 끝나면 전부 청소를 다시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하는데 옛날엔 양조장 일꾼들이 주인만 아는 '술약'을 탄다고 수군거리기도 했다고... 누룩을 사용하는 경우는 누룩방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해서 누룩균이 계속 일정하게 번식하게 하려고 하는 반면에 개량 국균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청소를 철저히 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인 듯 하다.
 

▲ 입국 작업

어쨌든 이 국을 띄우는 작업도 보통 일이 아니다. 사람 손으로 허리를 굽혀서 일일히 버무리고 뒤섞는다. 열기는 계속 올라오고 작업은 손을 놓고 쉴 사이가 없이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해야한다. 한 가마니 분량으로도 이렇게나 오래 (두 시간 이상) 걸렸으니 양이 많을 때는 어느 정도일까.... 게다가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환갑을 넘긴 노인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이거 못한데이. 술이란 기 결국은 다 지 정성이야. 들인만큼 술맛도 나는 건데, 이기 쉬워보이도 구석구석 다 디비고 할라면 보통 일이 아니데이... "
말하는 와중에도 헐떡헐떡 숨이 가쁘다.
 

▲ 미리 배양해둔 효묘에 밥을 주고

미리 배양해 둔 효모에도 밥을 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글부글 끓어올라오기 시작한다. 효모가 당을 분해해서 이산화탄소를 만들기 때문. 빵 구울 때 부풀어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것을 주모를 만든다고 한다. 오늘 작업은 이 주모 만들기 까지. 이제 시간은 열한시에 가깝다. 부랴부랴 여관에 가서 짐을 빼고 여관 주차장에서 차에 널부러져 자고 일어나니 두시간 정도가 지났다.

이렇게 며칠 숙성이 되면 탱크로 옮긴다. 지하수로 냉각을 시켜가면서, 혹은 담요를 두르고 실내 온도를 높혀가면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온도를 맞춰야 한다. 깜빡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술 맛이 변한다. 술과 같이 숨을 쉬고 느끼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술이란 기 결국은 다 지 정성'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허수자는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영국 Lancaster University에서 Finance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유라시아대륙을 누비며 술과 음식을 탐했다. 2010년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 2011,2012년 네이버 주류 파워블로거(emptyh.blog.me) 였으며 2011년부터 한주전문점 ‘세발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술에서 더 나아가 발효식품 전반으로 관심사를 넓히고 있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Ark of Gastronom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칼럼관련문의 허수자 empt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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