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가 고객의 미각을 넘어 오감을 사로잡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음식의 맛 뿐만 아니라, 음식점에 들어서면서부터 나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특별한 브랜드 체험의 기회가 되도록 음식점 공간과 고객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 맛있는 먹거리가 넘쳐나는 풍요의 시대에 맛만으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바탕이 됐다.

게다가 요즘은 평범한 사람의 사소한 일상조차 네트워크를 타고 온 세상과 공유되는 SNS 시대다. 각별한 경험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전파되기 마련이니, 고객의 오감을 성공적으로 지극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은 없다.

‘근대골목단팥빵’을 운영하는 홍두당 정성휘 대표는 “SNS 시대의 소비자는 일상 속 한 끼 식사조차 특별한 자기표현의 기회가 되기를 원한다”라며, “특별한 맛집을 찾아 전국순례조차 감행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감각적인 요즘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음식은 콘텐츠이고 외식업은 문화사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맛과 재미가 공존하는 푸드테인먼트 핫플레이스 <SPC플레이>

▲ 맛과 재미가 공존하는 푸드테인먼트 핫플레이스 <SPC플레이>

지난달 청담동 학동사거리 인근에 문을 연 SPC그룹의 플래그십 스토어 'SPC플레이'는 음식에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본격 '푸드테인먼트(food-tainment)’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자리가 나거나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지루해할 걱정은 안해도 된다. 1층은 '쉐이크쉑', 2층은 '라그릴리아 그릴&플레이', 3층은 ‘배스킨라빈스 브라운’으로 구성돼 있는데, 'SPC플레이'의 정체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공간은 2층이다.

‘라이브 푸드’를 콘셉트으로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셰프의 요리를 눈 앞에서 감상하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오픈키친 형태로 매장을 구성한 것이 특징. 식사만 라이브인 것이 아니라, 디저트도 라이브다. 식사를 주문하면 주는 코인으로 디저트를 교환할 수 있는데, 불로 초콜릿을 녹이거나 에스프레소 시럽을 구워주는 등 퍼포먼스를 곁들여 디저트의 달콤함이 두 배가 된다.

아케이드 게임기, 테이블 축구게임기, 디지털 주크박스 등을 갖춘 게임존은 ‘해피포인트’ 앱만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3층 ‘배스킨라빈스 브라운’은 전 세계 배스킨라빈스 매장 중 유일하게 100가지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골라 먹는 재미가 엄청나다.

또한 스페셜티 원두를 활용한 다양한 커피와 커피음료를 제공하는데, 커피에 원하는 모양을 새길 수 있는 ‘라떼아트’가 인기가 많다. 구글플레이에서 ‘커피리플스’ 앱을 다운 받고 원하는 사진을 선택한 후 이를 배스킨라빈스 브라운 라떼아트 머신기로 전송하면 된다. 경품을 뽑을 수 있는 ‘크레인 머신’과 스티커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포토 ATM’ 등 해피포인트 앱을 이용한 즐길거리도 있다.

1920년대 경성으로 떠나는 낭만 시간여행 <근대골목단팥빵>

▲ 1920년대 경성으로 떠나는 낭만 시간여행 <근대골목단팥빵>

‘근대골목단팥빵’은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외식산업경영학을 전공한 대구 출신 청년 기업가 정성휘 홍두당 대표(32)가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 관광상품 개발’을 목표로 2015년 봄 론칭한 로컬 베이커리 브랜드다. 3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SNS 입소문을 타고 전국 16개 직영점을 운영하는 전국구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오감으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고객의 브랜드 경험 과정을 공감각적으로 설계한 SNS 타깃 브랜딩 전략이 성과를 거둔 것. 초기 SNS 인증샷 열풍을 주도한 메뉴는 ‘생크림단팥빵’이었다. 미어터질 것처럼 빵빵하게 채워진 생크림의 압도적인 비주얼이 담긴 사진들이 ‘대구얼짱빵’, ‘비주얼깡패’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쉴새없이 공유된다.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고풍스러운 샹들리에와 가구, 화려한 문양의 벽지, 빈티지 소품 등으로 치장한 근대풍 인테리어도 인증샷을 부르는 주요 포인트다. 영화 <모던보이>의 남녀 주인공처럼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 화이트 페도라로 멋을 낸 직원들의 모습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피커에서는 일제강점기 망국의 한이 서린 '황성 옛터'나 '목포의 눈물'과 같은 옛날 노래가 흘러나온다.

타임머신을 타고 1920~30년대 경성 도심의 살롱으로 시간여행을 간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독특한 매력의 인테리어 덕에 하루 종일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일부 매장에는 아예 포토존을  별도로 설치했다. 어차피 찍을 사진, 포토존에서 예쁘게 찍으라는 센스 넘치는 배려다.

서울의 스카이뷰와 자연을 함께 즐기는 도심 속 팜레스토랑 <세상의 모든 아침>

▲ 서울의 스카이뷰와 자연을 함께 즐기는 도심 속 팜레스토랑 <세상의 모든 아침>

여의도 전경련 빌딩 꼭대기층 50층에 있는 '세상의 모든 아침'(이하 ‘세·모·아’)은 2015년에 오픈한 팜투테이블(farm-to-table) 콘셉트의 레스토랑이다. 51층 옥상 농장에서 갓 수확한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테이블에 올린다. 미국·프랑스·영국·이스라엘 등 7개 국의 다양한 브런치 메뉴를 현지 가정식 스타일로 제공한다.

외국 현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은 밀집 모자나 보닛을 쓰고 시골스러운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다. 파스타와 스테이크, 샌드위치, 샐러드 등의 메뉴도 있는데, 식기와 테이블 세팅이 감각적이다. 천장까지 닿는 커다란 통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어 실내지만 야외 못지 않게 채광이 좋은데다, 어느 자리에서나 서울의 스카이뷰가 한눈에 들어온다.

옥상 농장은 식사 후 들러 가볍게 산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시골의 자연을 만나는 느낌이다. 상주해 있는 직원으로부터 농장 구석구석을 소개받을 수도 있다. 수확철에는 옥상 농장에서 수확한 상추나 고추 따위의 농작물을 한 봉지씩 나눠주기도 한다.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시골 가든 스타일이다. 한 때 외식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노희영 YG푸즈 대표가 컨설팅을 맡아 외식전문기업 (주)더스카이팜 과 함께 만들었다.

소믈리에타임즈 전은희기자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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