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관련된 국제행사에서 외국인들에게 자주 질문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와인이 생산됩니까?’, ‘어떤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나요?’, ‘와이너리는 몇 개나 됩니까?’, ‘연간 와인생산량이 어느 정도 됩니까?’ 등등. ‘한국에서도 와인이 생산됩니다. 주로 식용 포도로 와인을 만듭니다.’라는 간단한 답변 이외에는 그들을 만족시킬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국내의 와인생산자에게서 자주 받는 질문은 ‘우리 와인을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인데 그 동안 긍정정인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다행히 이제 한국와인이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5년 전에 국내에서 시작된 국제와인품평회 ‘Asia Wine Trophy’에 국내 생산자들이 와인을 출품하면서 외국산 와인과 품질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쉬운 기회가 생겼고 이에 따라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배가되었고, 광명동굴을 통해 한국와인의 유통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으며, 금년 7월 1일부터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청수’라는 토착품종으로 양조한 와인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와인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적인 관점에서 필자의 의견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2017년 8월말에 대전에서 열린 아시아와인바이어스컨퍼런스에 참가한 아시아와인생산자협회의 데니스 개스틴 의장(왼쪽)과 태국 그란몬테 와이너리의 오너인 비수스 로힛나비(오른쪽)

국제와인기구 OIV 회원 가입

우리나라의 와인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국제와인기구 OIV의 회원국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OIV는 매년 식용 포도와 양조용 포도의 재배현황 및 와인의 생산과 소비는 물론 무역에 관한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OIV 가입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해당 통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통계는 한국와인 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와인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국제적인 연구 결과를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46개의 회원국이 있는데 이 중에는 와인생산과는 무관한 노르웨이나 스웨덴도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OIV는 건강 등 와인소비자의 문제도 다루기 때문이다.

양조용 포도의 지속적인 개발

‘거봉’이나 ‘캠벨 얼리’같이 와인의 양조보다는 식용으로 더 적합한 품종을 국내의 와인생산자가 재배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수입와인에 비해 인기가 훨씬 떨어지고 있는 한국와인의 판매만으로는 와인생산 농가가 만족할만한 수익을 올릴 수 없고, 포도 재배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체험을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양조용 포도와 식용 포도를 철저히 분리 재배하는 것을 적극 권유하고 싶다.

헥타르 당 포도생산량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그러려면 양조용 포도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국제품종을 재배해서 와인을 생산하는 것은 사실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나 다름이 없다.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할 경우 과연 수입와인에 비해 경쟁력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식용 포도로 생산된 국산와인의 소비자 가격을 보면 국제품종으로 어느 정도 품질의 와인을 만들었다고 해도 수입와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사실상 힘들다. 국제품종으로 와인을 잘 만들었을 경우 우리나라의 양조가들도 실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 아시아와인바이어스컨퍼런스에서 호평을 받은 그랑꼬또의 청수 와인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에 맞는 양조용 포도품종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해외에서 재배되고 있는 품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는 포도묘목을 개발해서 판매하는 회사가 여러 개 있다. 금년 2월 몰도바의 수도인 키시너우에서 만난 한 이태리 회사의 수출담당은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에 적합한 양조용 품종을 10개 정도 제안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와인품평대회에 출품하여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회사들이 국내의 와인생산자나 지방자치단체와 접촉을 꺼리는 이유는 첫째, 유럽에서 재배된 포도묘목이 국내에 반입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며, 둘째, 국내의 와인생산이 미미해서 설사 수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시장성이 별로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설사 포도묘목의 수입이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국내에서 일부 샘플만 수입하여 재배할 것이 예상되기도 한다.

포도묘목의 개발과 판매에 선두들 달리고 있는 회사와 제휴하여 국내 기후에 적합한 포도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 회사들을 국내에 초대하여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양조용 포도재배가 문제되는 계절에 맞추어서 말이다. 한국으로 수출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할 테니 공동으로 우리의 기후에 적합한 포도품종을 개발하자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필요

필자가 지난 7월에 태국을 방문하여 태국의 와인생산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생산하고 있는 와인의 품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돈으로 한 병에 약 10만원 하는 와인이 잘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에서 그렇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여기에 분명히 마케팅적으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태국의 경우 결코 우리나라보다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기에 더 좋은 기후조건을 갖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태국의 와인생산자들은 대부분 와인과 관광을 접목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도에 있는 그랑꼬또 와이너리가 국내 와인생산자 중에서는 최초로 아시아와인생산자협회(AWPA)의 회원으로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양조에 적합한 기후조건과 떼루아를 갖춘 유럽의 와인산지를 방문하는 것보다 우리처럼 혹은 우리보다 열악한 기후조건에서 와인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산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출 문제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와인을 수출하는 문제는 지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국내에 수입된 와인과의 가격 경쟁력에서도 어려움이 많은데 수출을 할 경우 현지에서의 판매가가 더욱 높아질 테니 누가 수입을 하겠는가? 또한 가격이 비싸더라도 한국의 독특한 와인이라고 내세울만한 것이 아직 많지도 않으니 더욱 그렇다. ‘청수’와 같은 품종으로 만든 와인의 경우 충분히 해외 수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유통망을 생각하지 말고 외국에 있는 고급 한국음식점에 식품을 수출하거나 납품하는 업체를 통해 수출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통주와 마찬가지로 해외에 있는 고급 한국음식점에서 우리의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도 이런 루트로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다.

유럽 와인법의 참고

금년 국내의 모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화이트 와인을 시음했는데 산도가 많이 낮아서 실망했다. 생산자에게 ‘왜 산도를 높이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앞으로 참고하겠다’는 대답이 있었다. 유럽의 와인산지는 유럽 와인법에 의해 A, B, C 지역으로 구분되고 C의 경우 다시 4개로 세분된다. 각 생산지역의 기후조건에 따라 알코올 도수를 올리기 위한 보당, 산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와인생산지역을 나누어 허가 여부 및 허가 정도를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유럽의 와인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마케팅 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러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박찬준 대표

박찬준대표는 와인칼럼니스트, 아시아와인트로피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7년에 유럽 6개국에서 국제와인품평회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등 많은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2년전 코리아와인라이터스클럽을 결성하고 금년에는 회원들과 함께 '와인은'이라는 책을 공동으로 출간했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찬준 vinfriend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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