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같은 쌀 문화권인 일본과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로, 밥 이야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부분 여행객은 일본에서 먹은 밥이 한국보다 더 맛있다고 느낀다. 과연 왜 그럴까?

물론 평균 완전립 비율이라든지 쌀에 대한 품질 관리 수준이 우리보다 높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이 다는 아니다.

세미나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는데, 때마침 시간이 나서 전부터 가보려 했던 밥집을 다녀 볼 시간이 생겼다.

이번 칼럼은 오사카 지역에서 밥맛 좋다고 소문난 곳을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 한다. 정말 반찬 따위는 무시하고 밥만 보고 왔다.

밥이 맛있는 집을 찾으려면 바로 옆 교토를 가 봐야 하지만, 교토는 너무 비싸다. 그러니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비싸다고 다 맛있는 것은 아니다.

한 끼 만 엔이 넘는 고급 가이세키 식당을 가면 물론 밥은 맛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비싼 곳이 아닌 저렴한 체인점의 밥도 매우 훌륭하다. 텐야, 오오토야, 마츠야, 요시노야 같은 곳이다.

이번에는 싸면서도 밥맛 좋은 집, 그중에서 가마솥 밥을 지어내는 곳으로만 다녀보았다.

필자는 전문 여행 작가도 맛집 블로거도 아니니 그런 내용을 기대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1) 나미 이치 (なみ一)

오사카를 가면 제일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이 난바, 우메다, 도톤보리, 유니버설 재팬, 오사카성 뭐 이런 곳들이다. 오사카에는 맛있는 곳이 많다. 대충 큰길로만 다녀도 웬만한 식당들이 다 있다.

그런데 이곳은 난바 지역이긴 하지만, 그냥 다니면 절대로 지나갈 일이 없는 폭이 1m가 될까말까 한 아주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정식 식당이다.

테이블도 없고 카운터 자리만있는, 전부 10석도 안 되는 작은 식당이다.

밥은 점심에만 판다. 저녁 시간에는 소바를 파는 소바 전문점이다. 그런데 점심때의 정식이 더 입소문이 난듯하다. 여기를 택한 이유는, 밥을 도나베(土鍋-내열자기솥) 즉, 뚝배기 솥에 한다.

필자가 도착한 시간이 11시 20분쯤인데, 내가 밥을 먹기 시작하자마자 손님들로 꽉 차 버렸다.

매일 정해진 점심 메뉴만 제공한다. 밥은 손님 앞에 직접 솥 채로 가져다주기에,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밥그릇에 담아 먹으면 된다.

▲ 누룽지가 생길 정도로 구수하고 진하게 밥을 짓는다. <사진=박성환 소믈리에>

필자가 일본에서 먹었던 밥 중 아마 제일 구수한 밥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통 일본인들은 누룽지가 생기게 밥을 짓지 않는다. 일단 조리사 학교에서부터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밥에 누룽지라도 생겼다가는 수업시간에 혼이 난다. 필자는 특히 밥뿐만 아니라 음식의 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밥 냄새만큼은 정말 예술이다. 밥은 살짝 태운 듯이 지은 밥에, 쌀은 그다지 찰지지 않고 깊으면서 감칠맛이 나는 밥이었다.

무슨 쌀이냐고 물어보니까 쌀은 자신들이 전문가가 아니기에 쌀 전문가인 ‘오코메 마이스터’에게 맡긴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벽에 5성급 마이스터가 블랜딩한 쌀을 사용한다고 적혀있었다.

한 3년 전 칼럼에서 일본의 쌀 마이스터에 대해 설명했던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3성급으로 5성급은 일본 전국에도 그 수가 많지 않다.

매일 바뀌는 정식의 가격은 680엔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 날은 목요일이어서 ‘가자미 정식’을 먹었는데, 가자미조림은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매우 훌륭했다.

찬의 맛이 강하니, 밥맛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구수하고 진하게 짓는 것 같다. 메뉴와 어울리는 밥 짓기를 하는 집이다.

▲ 5성급 쌀 마이스터가 블렌딩한 쌀을 사용한다. <사진=박성환 소믈리에>

특징

1. 밥을 살짝 태우듯이 지어서 매우 구수한 냄새가 난다. 한국에서도 누룽지가 생기게 밥을 지어 구수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제법 있지만, 이곳의 구수한 향은 매우 깊고 진했다. 일본에서는 이런 구수한 밥은 보기 드물다.

2. 쌀은 전문가에게 맡긴다. 5성급 쌀 마이스터가 브랜딩한 쌀을 사용한다.

3. 도나베(土鍋-내열 자기 솥)로 밥을 짓는다. 그렇다 보니 보온 밥솥이 필요 없다.

4. 밥은 무제한으로 고객에게 제공한다. 물론 반찬이 부족해서 2그릇 이상 먹기 어렵다.

나중에 쌀 마이스터가 블랜딩한 쌀은 ‘히노히카리’ 품종을 기본 베이스로 블랜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내열 자기 솥에 밥을 하는 것이 왜 제일 좋은지는 필자의 33번째 칼럼에 좀 더 자세하게 언급했다.

난바역에서 가깝긴 하지만, 정말 뒤쪽 작은 골목길 안에 있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고서야, 그냥 다니다가 지나칠 일은 절대 없다. 점심때만 판다고 하니 아쉽다.

히노히카리(ひのひかり)

1979년부터 미야자키현 농업 시험장에서 10년간의 개발 끝에 만들어진 쌀로 코시히카리와 코가네바레로 만들어 졌다. 2016년 기준으로 일본에서 3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품종으로 서일본지역 특히 큐수지역에서 많이 재배된다. 맛은 고시히카리와 비슷하지만, 좀더 심플하고 가볍다. 고시히카리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식당에서 많이 사용되는 쌀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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