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으로 와인 술상이 가능할까?
3만원으로 와인 술상이 가능할까?

소비자 물가, 대출금리가 치솟는 만큼 주머니는 인색해진다. 코로나로 인해 길고 길었던 비대면 상황은 회복되고 있지만, 이전보다 소비는 더 조심스러워지는 요즘이다.

배달과 혼술, 홈술 문화에 와인은 이제 어렵기만 한 술이 아니지만, 요즘 좀 괜찮은 와인 바에서 와인을 한잔하자면, 1인 당 7~8만 원은 쉽게 넘어간다. 그렇다고 집에서 와인을 즐기자니 뭔가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손가락도 움직이기 싫은 때, 기분전환을 위해 3만원으로 간단하고 맛있게 와인을 즐길 수는 없을까? 와인 술상 세팅의 팁이라면, 먼저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기본이 되는 안주를 저렴하고 맛있게 세팅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금액으로 많고 많은 와인들을 탐험하는 게 좋다.


조합 1. 큐브 치즈와 함께

- 안주 : 픽앤고(PICK&GO) 큐브 치즈, 개당 5,980원

최근 동원F&B에서 꽤나 괜찮은 와인 안주가 나왔다. 많은 큐브 치즈 제품이 있지만, 안주로 적당한 제품을 찾기란 어렵다. 치즈의 풍미가 너무 강해 와인과 즐기기 어렵거나 소비자가격이 비싸게 형성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다. 술상 한 번 차리자고 치즈를 통으로 살 순 없지 않은가.

동원F&B의 픽앤고(PICK&GO) 큐브 치즈는 애초에 와인 소비자를 생각하고 국내에 출시한 제품인 만큼 와인과 편하게 즐기기에 좋다. 현재는 비교적 마일드한 '체다'와 '까망베르' 2종을 선보이고 있다. 포장도 단순하게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한입씩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픽앤고 큐브 치즈는 맛의 밸런스가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구성되어 있다. 

하얀색의 픽앤고 까망베르 큐브 치즈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맛을 보인다. 와인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도 픽앤고 까망베르 큐브 치즈와는 와인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와인 한 잔을 음미한 후 크리미한 치즈를 한 입 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와인잔을 기울이게 한다. 픽앤고 체다 큐브 치즈의 경우 조금 더 조직감이 있고 짭조름한 맛을 보인다. 크리미함은 까망베르 치즈보다 떨어지지만 확실한 풍미와 식감으로 조금 더 풍미 있는 레드 와인이 생각나게 한다. 

- 와인 : 롱반 진판델(레드) & 알토 그란 리저브 까베르네 소비뇽(레드)

와인은 2만원 이하로 구할 수 있는 레드와인을 추천한다. '롱반 진판델'은 2만원 이하로 구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 진판델 와인이다. 처음 오픈 후에는 까망베르 치즈와 와인을 즐기다가 30분 정도가 지나 완전히 와인이 열리면 체다 치즈와 함께 마셔보길 추천한다. 초콜릿 무스, 핫초코, 진한 누텔라 초콜릿과 같은 향은 체다 치즈와 단짠 효과를 내는 듯하다.

알토 그란 리저브 까베르네 소비뇽도 좋다. 칠레 콜차구아 밸리 와인으로 훌륭한 가성비를 보이는 와인이다. 베리류의 과실향과 백후추 등의 향신료 향이 치즈 향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스모키함과 약간의 카라멜의 달콤함이 체다의 짭조롬함과도 좋은 페어링을 보인다.

추가로 크리미하고 풍미가 편안한 까망베르 치즈의 경우 약간의 오크향이 느껴지는 샤도네이와 함께 해보길 추천한다. 좀 더 강한 풍미와 조직감을 보이는 체다의 경우 스파이시한 카베르네 소비뇽과도 좋은 궁합을 보일 것이다. 


조합 2. 참치 카나페와 함께

- 안주 : 동원참치 발라먹는 스프레드 참치, 개당 2,350원, 해태 아이비(크래커) 4,000원 

'참치 카나페'라는 키워드만 보고 일반 캔참치를 그대로 쓰면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캔참치에 마요네즈와 양파, 설탕 등을 넣고 카나페를 만든다면, 이미 '간단하게' 즐기기는 실패다. 손가락도 까딱하기 싫은 때 언제 재료를 칼질하고 버무리겠는가. 그리고 참치 냄새도 너무 강해서 와인과 즐기기 어렵다.

참치 스프레드라는 것이 있다. 최근에 출시되었는데, 3만원 이하 술상 안주와 딱 맞다. 업체측에서는 이 참치 스프레드를 두고 "재료를 따로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스프레드 하나면 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담백한 크래커, 크래커가 없다면 크게 간이 되어있지 않은 바게트나 일반 식빵도 괜찮다. 거기에 참치 스프레드를 얹으면 안주 준비는 끝이다.

스프레드 참치는 '고소마요'와 '매콤마요' 2종이 출시되어 있는데 한 캔당 2,350원, 2캔이 4,700원 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카나페에 쓰기 편한 '아이비' 크래커는 4,000원이다. 9,000원 정도로 아주 훌륭한 와인 안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참치 스프레드의 풍미 또한 매우 풍부해서 와인을 생각나게 한다.

- 와인 : 포르타 6 스파클링 브륏(스파클링) & 앙시앙 땅 까베르네-시라(레드)

스프레드 참치 '고소마요' 카나페는 생각보다 참치와 양파의 풍미가 느껴진다. 스파클링 와인을 함께 추천한다. 권장소비자 가격 25,000원인 포르투갈의 스파클링 '포르타 6 스파클링 브륏'은 카나페와 좋은 궁합이 될 수 있다. 생각보다 산뜻한 맛을 보이는 '고소마요' 카나페는 청사과향과 신선함, 드라이함과 가벼운 바디감의 이 스파클링과 매우 편안하고 좋은 페어링을 선사한다. 카나페가 주는 약간의 단맛과도 잘 어우러진다. 

스프레드 참치 '매콤마요'로 만든 카나페는 정말 훌륭한 와인 안주가 된다. 처음엔 간이 강한듯하고 매운맛도 느껴지지만 금세 사라지고 입안을 매우 깔끔하게 만들어준다. 매콤마요는 참치 특유의 냄새도 거의 없다시피 해서 와인의 향을 전혀 해치지 않는다. 함께 하기 좋은 와인으로는 요즘 마트에서 2만원 이하로 구할 수 있는 '앙시앙 땅 까베르네-시라'를 추천한다. 베리류 아로마와 백후추와 허브의 향미, 약간의 바닐라와 오크아로마가 '매콤마요' 소스의 향과 어우러져 좋은 조화를 보여준다. 특히 입에서는 부드러운 타닌감이 느껴지는데, 부드러운 스프레드 참치의 텍스처와 이질감 없이 즐길 수 있다.


조합 3. 빵과 함께

- 안주 : 파리바게뜨 실키롤케익 11,000원, 우리벌꿀 카스테라 13,000원

빵은 역사적으로 와인과 함께 소비되어 온 음식이다. 파리바게뜨에서는 좋은 가격의 와인을 함께 판매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와인상을 차릴 수 있다. 특히, 부드럽고 스위트한 빵과 스파클링 와인의 조합은 실패하지 않는 기분전환용 와인 술상이다. 

- 와인 : 라뷸(스파클링) & 지오다노 비니 블랑 드 블랑 스푸만테 드라이(스파클링)

11,000~13,000원 선에서 구할 수 있는 파리바게뜨의 '우리벌꿀 카스테라'나 '실키롤케익'은 파리바게뜨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 '라뷸'과 '지오다노 비니 블랑 드 블랑 스푸만테 드라이'와 함께 마시기에 매우 좋다. 카스테라와 롤 케익의 부드러움과 달콤함, 그리고 포슬포슬함은 스파클링 와인과 만나 기분 좋은 맛의 시너지를 낸다.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생각만 해도 기분전환이 되지 않은가? 

'라뷸'은 신선한 과일향과 달콤한 아로마, 청량감과 기분 좋은 산도, 깔끔한 피니시를 보여준다. 2.5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파리바게뜨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카스테라 뿐 아니라 조금 거친 빵류와 함께 해도 좋다. 

복숭아와 레몬캔디의 달큰한 향과 편안한 버블과 산뜻한 산미의 '지오다노 비니 블랑 드 블랑 스푸만테 드라이'는 권장소비자가격 15,000원으로 다양한 빵들과 부담없이 마시기 좋다. 혹시, 빵칼을 들기도 귀찮다면, 간단한하게 먹을 수 있는 우유크림슈(개당 900원)와 함께 해도 좋다. 


조합 4.  집에 이미 안주가 많다면?

앞서, 마실 와인을 고르기 전에 좋은 안주를 먼저 고르는 팁을 전했다. 하지만 이미 집에 안줏거리가 많이 있다면, 3만원으로 3병을 함께 구매해 가성비 있게 즐겨보는 것도 좋다.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의 다양함은 매우 좋은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 와인 : 사티스데이 와인 3종, 낙낙 와인 3종

먼저 '사티스데이 와인' 3종이다. 레드, 로제, 화이트 3가지가 있으며 병당 9,900원이다. 레드와인은 메를로 품종으로 만들어졌으며, 미디엄 바디 드라이 레드로, 풍성한 아로마와 은은한 바닐라 뉘앙스가 특징이다. 로제는 템프라니요 100% 와인으로  은은한 핑크 컬러와 함께 기분 좋은 산미와 당미가 밸런스를 이루며 화사함을 보인다. 화이트는 소비뇽블랑으로 가벼운 바디감과 신선함, 깔끔한 피니시를 준다. 3만원으로 메를로, 템프라니요, 소비뇽블랑 와인을 구성하기는 사티스데이가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

두 번째 제안은 최근에 출시한 '낙낙 와인' 3종이다. 최근 CU 편의점을 통해 출시한 '낙낙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병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만큼 최근 와인을 소비하기 시작한 밀레니엄 세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와인이다. 레드, 로제, 화이트 모두 편안한 스타일을 보이고, 어떤 음식과 함께 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푸드 매칭의 장점이 있다. 데일리로 즐기기에도 좋은 낙낙 와인은 3병 세트에 29,900원이다.


저렴하게 와인 술상을 차리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처음이 어렵지, 두 세번 하다보면 자신의 취향따라 손쉽게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 스타일과 안주 스타일을 알아가고 맞춰가는 건 꼭 돈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다. '3만원 와인 술상 챌린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오늘, 지금 주저말고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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