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프랑스에서 필록세라를 비롯한 4대 병충해가 휩쓸고 지나간 후에 와인의 원산지를 가짜로 표시하는 사례가 빈번하여, 각 원산지의 경계를 정하고 "원산지명칭(appellations d'origin)"을 제대로 표기하기로 규정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가짜를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는 있었지만, 품질에 대한 효과는 거의 없었다. 이에 카퓌(Joseph Capus)는 1906년, 프랑스 포도재배협회(Société des Viticulteurs de France)에 참석하여 각 지역의 독특한 품질을 나타내려면 "appellation d'origin"에 "controlée"이란 단어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단순히 와인의 원산지만 인증하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가짜를 막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와인의 원산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당국은 와인을 시음하고 화학적 분석해야 하며, 이것이 유효하려면 사용하는 포도의 종류, 수확량, 알코올함량 등을 정하는 표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참석자들은 그 제안을 너무 심한 간섭이라며 거의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몇 년 후, 카퓌의 제안과 동일한 규정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는 샤토뇌프뒤파프의 를루아 남작(Baron Le Roy)이 나타나면서 사태는 바뀌게 된다. 그리고 1930년대 과잉 생산으로 와인산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로비스트가 와인산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고급 와인 생산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과 동맹을 맺었다.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업자는 카퓌의 제안을 찬성했지만, 값싼 와인을 만드는 업자는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1935년 7월 30일, 원산지명칭 통제(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법률이 통과되었다. 이 법에 따라, CNAO(Comité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가 설립되고, 이 위원회는 농림부, 재무부, 법무부의 대표와 포도재배조합 회장이 포함되어, 와인의 품질과 관련된 문제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들은 각 지역의 고급 와인 생산자들과 상의하여 그 와인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원산지명칭에 대한 경계와 규칙을 정했고, CNAO는 각 생산자가 지불한 수수료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위원회는 공공과 민간을 대표하는 INAO(Institut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로 변경되었고, 이 AOC 규정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모델이 되었다.

AOC 제도는 토질과 기후를 바탕으로 각 포도재배 지역의 지리적 경계와 그 명칭을 정하고, 거기서 사용하는 포도 품종, 재배방법, 수확 및 단위면적당 수확량 규제, 최소 알코올 농도, 와인양조 방법 등에 대해서 규정하고, 공식적인 분석과 관능검사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AOC는 원산지 통제와 품질관리를 통하여, 각 지방별로 고유의 전통과 명성을 가진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여,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유럽연합의 와인의 품질과 명예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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