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미호’를 처음 먹었을 때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오늘 이야기할 품종은 그 미호에서 태어나 구수한 향기나 나는 중간찰 향미인 ‘향진주’ 다.
향진주는 충남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공공기관 최초의 중간찰 향미로 농가에 로열티 부담을 주지 않는 고마운 품종이다.
저아밀로스 품종 특성상 냉장 조건에서 일반 품종 대비 노화가 덜 되기에 도시락, 초밥에 어울리며, 향미라는 점은 가정용 전기 밥솥으로 밥을 지어도 가마솥에서 지은 것처럼 구수한 향기를 느낄 수가 있다. 향기에 대한 부분은 개인 취향이기에 기본적으로 저아밀로스 쌀에 어울리는 요리는 다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지 물량의 조절은 조금 적게, 그리고 쌀을 미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밥을 짓는 편이 좋다.

같은 중간 찰 향미인 ‘골든 퀸 3호’와 비교를 하자면 좀 더 윤기가 더 나는 품종이다. ‘향진주’를 육종하고 출원하신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의 정종태 박사님을 통해 ‘향진주’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Q. 개발 배경 및 목적은 무엇인가요?
충남은 수량성으로는 제일이었지만 항상 경기미에 비해 가격이 낮았다. 그 때문에 농민들에게 추궁과 압박이 심했고, 그 결과 삼광이라는 품종을 선정하여 청풍명월 골드라는 충남도 브랜드를 만들었다. 소기의 성과도 얻었으나 한계가 있었다. 삼광이 괜찮았는지 전국 여기저기서 재배해 전국 최상위권 재배면적을 점유하게 되었고,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 놓았던 ‘삼광쌀’ 시장도 흔들리게 되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충남에서도 육종을 시작하자고 팀에서 목소리를 내었고, 기술원에서 내부적으로 토론회를 거친 후 도지사님의 지시도 떨어져 육종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충남은 쌀 수량이 가장 높은 지역인데, 이게 비료를 많이 줘서 그렇다는 누명을 받았다.
연구논문에 의하면 충남 지역은 벼 재배에 있어 기후생산력지수가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쌀 생산에 있어 가장 우수한 기상 조건을 가졌다는 말이다. 실제 조사해 보면 현미 천립중이 가장 무겁다. 그러기에 전국에서 가장 품질이 매우 우수한 쌀이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며 이러한 조건을 이용하여 충남만의 대표적인 품종을 개발한다면 특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육종을 시작하였고 현재까지 옥향흑찰, 빠르미, 여르미, 향진주, 다품, 대방, 왕자향, 송알흑찰 등 우수한 신품종들이 개발되고 있다.
Q. 개발 히스토리
향미에 대한 관심이 있어 2004년부터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유전자원을 수집하여 특성검정을 하였으며, 몰래 교배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2012년도에 향미이면서 흑찰인 ‘옥향흑찰’을 개발하였다. 이에 고무되어 2013년도~2014년도엔 국제공동연구를 통하여 향미 자원을 알게되었고, 유전자원센터를 통해 같은 자원을 분양받아서 만들어진 향미 품종이 자향찰과 왕자향이다. 2015년도 당시 충청남도와 중국 흑룡강성의 자매결연 체결로 교류가 추진되었는데, 당시 중국을 방문한 도 지사가 중국 흑룡강성에 다녀온 뒤 도화향2호에 대한 밥맛을 보고 깜짝 놀라 벼 육종을 하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바로 중국 흑룡강성을 방문하고 도화향2호에 대한 품종 정보와 시장성을 확인하였고 중국 내에서 강력한 브랜드파워가 있었으며 실제 밥맛도 우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매우 깨끗하면서 밥맛이 우수한 ‘미호’ 라는 품종을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알게 된 도화향2호와 미호를 가지고, 2016년도부터 본격적인 육종사업을 시작하였으며 이 품종을 이용해 향진주 교배가 이루어졌다.
미호벼는 밀양300호로서 농촌진흥청과의 공동연구로 지역 적응 시험에 공시된 계통이었다. 이 계통의 초형이 매우 우수하였다. 키도 적당하고 숙색이 매우 깨끗하였고, 밥맛이 우수하였다. 가을이 되면 잎이 탈색되고 고스러지는데 밀양300호는 잎 형태 및 색깔이 늦게까지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이후, 2017~2018년도엔 중국 흑룡강성 농업과학원과 향미의 향 발현에 대한 공동연구도 진행하였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는 말처럼 의욕이 매우 앞섰다. 교배조합을 욕심내었고, 세대가 진전될수록 엄청난 양의 재료들이 쏟아져나왔다. 현 예산과 인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에 기계 이앙을 생각하게 되었고, 마침내 전국 최초로 포트 이앙기를 이용한 육종방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손으로 그 많은 재료를 다루고 이앙하는 것이 아니라 포트 상자에 파종, 저장하고 필요한 때 육묘하여 포장에 전개하였다. 진흥청에서도 관심을 가져 기술 교류를 하기도 하였다. 동계 세대 증식을 병행하였으며 육종을 시작한 지 10년도 안 되어 10여 품종을 육성하기에 이르렀다.
Q. 품종명 향진주가 된 선정 과정 및 의미
2등 전략을 썼다. 현재 시중에서 골든퀸 3호, 밀키퀸, 백진주 등 내로라하는 품종들 속에서 이 품종이 살길을 모색했다. 아무래도 중간찰의 고유특성은 탁한 색깔이다. 향진주는 완전히 흰 색깔도 아니고 뿌연 하면서도 밥을 하면 매우 윤기치가 높아 빛이 난다. 이 색깔을 가장 예쁘게 표현한 것은 ‘진주’라 생각했다. 여기에 ‘향’을 붙였다. 앞뒤로도 붙여보았지만 기존 진주와 다른 점을 강조할 땐 앞에 넣는 것이 좋다고 보았다.
육종가로서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쌀은?
개인적으로 닭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시중에서 닭 사료를 살 때마다 값이 매우 비싸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새로운 닭 사료용 품종을 만들고 싶다. 수량은 10a당 1톤 이상이 나면서 단백질함량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닭이 성장하는 데 매우 우수한 쌀을 만들고 싶다.
Q. 향후 10년, 20년 후 쌀 품종 예상은? 미래에 우리에게 필요한 쌀은?
A ‘혁신에 대한 모든 것’이란 책에서 혁신은 단계적이라기보다 그 시대의 에너지가 응축되고 폭발하여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따라서 혁신적 품종이란 그 시대정신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욕망, 취향, 생각이 압축되고 압축되어 준비되면 이미 그 착상은 나와 있으며 우후죽순처럼 구현되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통일벼는 그 시대 사람들이 배고픔에 대한 갈망이다. 추청벼로 대표되었던 여주, 이천쌀은 맛있는 쌀을 먹고 싶은 사람들의 갈망이었다. 향미는 지금 시대를 표현하는 트렌드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향미를 먹어오진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누룽지 향에 대한 향수가 강렬하게 흐르는 것 같다. 현재 육성되고 유통되는 향미 품종들에 대한 향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누룽지 향부터 팝콘 향, 복숭아 향 등, 향미를 오랫동안 육종해 온 나에게 있어 그런 향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모두 누룽지 향에 대한 대리만족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앞으로의 품종은 소비자 취향의 향에 대한 채널이 좀 더 정조준되면서 쌀알의 크기와 아밀로스 함량이 다양해지고 이에 따른 식감이 독특하면서 세련된 품종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Q. 소비자에게 하시고 싶은 말
국토를 보전하고 농촌을 유지하며 우리 건강을 좋게 하는 쌀, 우리가 매일 먹는 쌀에 대한 고마움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해외에 나갔을 때 매일 먹고 있었던 밥, 김치, 고추장 등이 얼마나 고마웠던 존재인지 깨닫게 됩니다. 어떤 지인이 그랬습니다. 식당에서 맛없는 밥이 나오면 주인에게 항의하라고 합니다. '좋은 쌀을 쓰시라고'....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을 먹여야 합니다. 그 맛을 알게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농민들이 맛있는 쌀 품종을 재배하게 되고, 또 육종가들은 더 맛있는 품종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 쌀을 더 먹게 되고 그러므로 우리 농업이 살게 될 것입니다.
맛있는 밥은 품종만이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재배뿐만 아니라 저장, 가공, 유통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결정해 줍니다. 소비자 여러분들이 맛있는 쌀을 선택하고 요구하는 것은 곧 육종, 생산, 가공, 유통하시는 분들에게 힘을 주시는 일이고 이에 따라 쌀 산업은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으면서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밥의 향기다. 필자는 향기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했었다. 밥 지을 때 나오는 향기, 솥뚜껑을 열어 밥을 섞을 때 나는 향기, 밥그릇에 담아 나오는 향기, 밥을 먹을 때 입안에서 올라오는 향기는 다 밥맛을 더 이끌어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다 그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다.
박성환 밥소믈리에
왜 밥을 먹어야하나?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밥의 속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