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유대인 커뮤니티가 이번 주말 유월절(페사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인기 코셔 와인 브랜드가 매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는 캐나다와 미국 간 지속 중인 무역 분쟁의 여파이다.
주류전문매체 더드링크비즈니스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온타리오주 주류관리위원회(LCBO)는 미국산 주류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캐나다 전역의 주류 매장에서는 미국산 제품이 빠르게 사라졌으며, 유월절 식탁에 오르던 대표적인 코셔 와인인 ‘마니셰비츠(Manischewitz)’ 역시 그 대상이 됐다.
올해 유월절은 4월 12일(토) 해질 무렵 시작해 4월 20일(일) 밤에 끝나는 8일간의 기간 동안 전 세계 유대인들이 고대 이집트에서의 이스라엘 민족 해방을 기념하는 절기다. 하지만 올해 캐나다 유대인 가정의 유월절 식탁에서는 오랜 전통을 지닌 상징적 와인이 빠지게 됐다.
마니셰비츠 와인, '코셔 와인의 대표 주자'
1987년부터 미국 뉴욕에서 생산되고 있는 마니셰비츠 와인은 미국 내 1위 코셔 와인 브랜드로, 캐나다에서도 오랜 시간 인기리에 판매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수입 중단 발표 직후, 캐나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해당 와인을 대거 사들이며 제품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발표 직후 매장에서는 “마니셰비츠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늦게 온 소비자들은 손에 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위니펙에 거주하는 유대인 루이스 월드먼(Louise Waldman)은 “사람들이 정말로 당황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유월절 전통에서는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네 잔의 작은 와인을 마시는 의식이 있으며, 이는 신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한 네 가지 해방의 표현을 상징한다. 또한 예언자 엘리야의 재림을 기리기 위해 식탁에는 한 잔의 와인을 더 올려두고 문을 열어두는 전통도 있다.
이때 사용되는 와인은 반드시 코셔 인증을 받아야 하며, 발효 과정에서 빵, 곡물, 누룩 등 누룩 성분이 없어야 한다. 그 외의 일반적인 와인 양조 과정은 유지된다.
마니셰비츠 와인은 미국 정통 유대인 회의(Orthodox Union)의 랍비 감독 하에 철저한 기준에 따라 생산되며, 모스카토,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등 다양한 코셔 와인을 선보여 왔다. 해당 브랜드는 칠레 쿠리코 밸리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하며, 카베르네 소비뇽은 블랙체리와 자두 향을, 샤르도네는 사과, 복숭아, 배, 넛맥과 정향 향을 특징으로 한다.
현재 마니셰비츠는 센터라 와인 컴퍼니(Centerra Wine Company)의 소속 브랜드로, 미국 뉴욕 캐나디과(Canandaigua)에서 생산되고 있어 캐나다의 미국산 제품 배제 정책에 따라 수입이 차단된 상태다.
캐나다산 코셔 와인의 대안은?
캐나다에는 고품질의 코셔 와인을 생산하는 곳도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오카나간 밸리에 위치한 서머힐 피라미드 와이너리(Summerhill Pyramid Winery)는 유기농 포도로 만든 ‘네르 타미드(Ner Tamid)’라는 코셔 와인을 생산한다. 이 와이너리는 캐나다 내 유일한 데메테르 인증(Demeter-certified) 와이너리다.
온타리오주의 차포나 셀러스(Tzafona Cellars)는 프렌치 오크에서 18개월간 숙성한 메를로/카베르네 블렌드 ‘리저브 라이트 뱅크(Reserve Right Bank)’를 비롯해, ‘나바 루비(Nava Ruby)’, ‘나바 화이트(Nava White)’와 같은 블렌드 와인, 그리고 아이스와인 등을 생산한다.
또한 토론토에 위치한 로드리게스 와이너리(Rodrigues Winery)는 블루베리, 크랜베리, 링곤베리, 블랙커런트, 라즈베리, 클라우드베리, 배, 자두 등 다양한 과일 와인 및 브랜디를 코셔 인증 하에 생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