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정부가 이발소와 미용실 내 주류 제공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이는 규제부(Ministry for Regulation)와 보건부(Ministry of Health)가 공동 검토한 이발·미용 업계 전반의 규제 정비안에 따른 것으로, 비즈니스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이번 규제 검토에서는 안내견을 제외한 반려견의 이발소 출입 금지, 미용 시 고객에게 음료 제공을 금지하는 조항 등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으며, 정부는 이 같은 조항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불합리한 규제라고 판단했다.
데이비드 시모어(David Seymour) 규제부 장관은 RNZ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말로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과감히 깎아내고 있다”며,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규제는 뿌리부터 정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국 곳곳에서 영세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본업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의미 없는 규정 준수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시모어 장관은 또 “와인 셀러 도어에서는 시음용 와인을 제공할 때 별도의 면허 없이도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이발소나 미용실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는 고객에게 맥주 한 잔 정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해야 한다”며, “이런 선택은 자유로운 사회의 본질이며,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으면 된다”고 밝혔다.
정부 내각은 이번 규제 검토에서 제안된 전면적인 권고 사항에 동의했으며, 주류 제공 관련 내용을 포함한 규제 완화는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주류 판매 및 공급에 관한 항목은 관련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며, 최종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시모어 장관은 연내 입법을 완료하고 기존 규제를 모범 사례를 따르고자 하는 사업자들을 위한 자율적 가이드라인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한 시행 후 2년 뒤에는 변화가 현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연간 약 10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8억 2,000만 원)의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보건과 안전에 관한 법적 기준은 여전히 엄격히 적용된다”며, “사업자들이 이러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명확한 실행 가이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된다. 오클랜드(Auckland)의 ‘에마 프란시스 살롱(Emma Francis Salon)’을 운영하는 에마 액스퍼드-호킨스(Emma Axford-Hawkins) 원장은 “살롱 내에 바를 설치해 수익을 높일 수 있다면 당연히 고려할 것”이라며, “청결과 위생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만큼 고객의 신뢰를 유지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단골 고객은 “술 한 잔이 이발사와 더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어줄 것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방문객은 “우리는 이미 성인이고, 쉴 권리가 있다. 맥주 한 잔 즐기며 머리 손질받는 건 당연히 허용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뉴질랜드 북섬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오클랜드 시의회(Auckland Council)의 결정에 따라 오후 9시 이후 소매점에서의 주류 판매가 금지되며 업계에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