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쌀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실제 대형 마트나 슈퍼에 진열된 쌀 상품이 크게 줄었고, 가격도 예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일본 언론은 이 사태를 '레이와 쌀 소동(令和の米騒動)'으로 부르고 있다.

쌀 소동의 시작은 2024년 여름, 일본 각지 슈퍼마켓에서 쌀이 자취를 감추었다. 5kg 가격이 4,000엔을 넘어서면서 소비자의 사재기와 정치적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일본은 그동안 한국과 마찬가지로 쌀 소비 감소로 인해 남아도는 쌀을 고민해 왔기에 갑작스러운 쌀 부족 사태는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일본 쌀 부족 사태의 구조적 원인과 정부의 대응을 짚어보고, 우리나라가 식량 안보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번 쌀 부족 사태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① 기상 악화에 따른 수확 감소 - 2023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1등급 쌀 비율이 최근 1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하며 공급량이 현저히 줄었다.

② 정책적 공급 억제 구조 - 일본 정부는 1971년부터 실시해 온 '감반(減反)' 정책을 2018년 공식 폐지했지만, 여전히 보조금을 통해 농가의 생산 절감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갑작스러운 수요 변화나 기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③ 관광 수요 급증 - 코로나19 이후 엔화 약세와 올림픽 개최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외식업계의 쌀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여기에 2024년 7월 일본 대지진설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④ 중국계 투기 세력 개입 - 니혼테레비의 '진상보도 반키샤(真相報道バンキシャ)'에 따르면, 일부 농민들은 중국계를 중심으로 한 투기 세력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쌀을 대량 매입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유통 시장의 혼란을 가중하는 원인이 되었다.

⑤ 유통 구조의 병목 현상 - 민간 보관 시설과 도매상들이 긴급 재고 확보를 우선함으로써 일반 소비자에게 쌀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다. 방출된 비축미 중 실제로 소매점까지 전달된 물량은 10%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쌀 소동으로 일부 대형 유통업자들은 매출이 400% 이상 올랐다고 한다.

이런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가운데, 일본 농림수산성 장관이 "쌀을 직접 사 본 적이 없다"라는 발언으로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고, 결국 2025년 5월 장관이 새로 임명됐다.

새 농림수산성 장관은 비축미 직접 공급과 소비자 중심의 공급 체계 개편을 약속하면서 '고고고고미(古古古古米)', 즉 2021년과 2020년에 비축된 오래된 쌀까지 추가 20만 톤을 방출하기로 했다.

일본테레비 뉴스 기사
일본테레비 뉴스 기사
후지 TV 메자마시 테레비
후지 TV 메자마시 테레비

비축미 방출에 대해서는 비상시를 대비한 비축량이 부족해진다는 우려와 오래된 쌀은 맛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쌀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고 있다.

비축미 방출 이후 기존 5kg당 4,000엔 이상의 가격은 약 500엔 떨어졌으며, 햅쌀보다는 맛이 떨어지지만 2022년산 쌀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전문가 평가도 이어졌다.

쌀 및 밥맛 비교
쌀 및 밥맛 비교

지난주, 실제 도쿄 긴자의 대형 슈퍼마켓 쌀 매대는 가격이 높은 단일 품종 브랜드 쌀 외에는 거의 비어 있었다.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한국산 농협쌀(새청무 품종)이 10kg당 6,999엔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는 일본산 브랜드 쌀보다 800~1,000엔 저렴하지만, 한국 내 가격보다는 약 2배 비싼 가격이다.

일본 슈퍼에 진열된 농협쌀
일본 슈퍼에 진열된 농협쌀
일본 긴자 대형 마트- 텅빈 쌀 매대
일본 긴자 대형 마트- 텅빈 쌀 매대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도 큰 교훈을 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발병으로 브라질산 닭고기의 전면 수입 금지되자 모든 닭고기 가격이 폭등했다. 물론 닭을 안 먹으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비 효과처럼 다른 식재의 가격도 상승시키고 있다.

우리도 언제 저런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식량안보와 관련된 쌀의 경우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일본의 쌀 위기는 단순한 자연재해나 일시적 정책 실패에 그치지 않고, 기후 변화, 구조적 농정, 유통 병목이 맞물려 전방위 위기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교훈을 주고 있다.

한국은 이번 사례를 통해 비축 및 공급망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자급력과 유통 투명성, 식량 안보 관점의 장기적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환 밥소믈리에

왜 밥을 먹어야하나?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밥의 속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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