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된 FOOMA JAPAN 2025는 최신 식품 제조 기술과 설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제 전시회다. 올해 전시의 주요 키워드는 로봇 자동화, AI 기반 품질 검사 시스템, AI·IoT 융합 푸드테크, 에너지 절감, 친환경 기술, 푸드 리사이클 및 업사이클을 통한 제로 웨이스트 실현, 인건비 절감과 작업자의 노동 부담 최소화를 위한 대량 조리 자동화 등으로, 한국의 트렌드와도 큰 차이가 없다. 여기서는 전시회에서 주목받은 취반 관련 기술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 사타케(サタケ)

사타케는 1896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쌀, 보리,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전처리부터 가공, 분석 및 검사 설비까지 다양한 식품 제조 설비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쌀 가공 분야에서는 RPC 시설 설비부터 취반 및 분석 검사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는 일본 내 시장 점유율 70%의 1위 기업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래의 설비들이 돋보였다.

1) 광학 선별기 SLASH β-PLUS

쌀 이외 잡곡에서 유리, 돌, 투명한 플라스틱까지 다양한 원료에 대응한 광학 선별기로, 2대의 근적외선 카메라로 쌀 이외 무기물을 에어 분사로 선별 제거하는 설비로 기존 광 선별기 대비 훨씬 빠른 응답성 및 수명을 자랑한다.

사타케 광학선별기
사타케 광학선별기

2) 업소용 가압식 IH 취반기 ‘SILK’

가정용 밥솥에서 IH 방식의 압력밥솥은 당연한 것이지만, 업소용 또는 공장용 연속형 취반 설비에서 가압 방식의 취반설비는 없었다. 여기에 업계 최초로 1.2기압, 106℃의 고압·고온 환경을 적용해 밥을 짓는 IH 취반기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보다 더 맛있고, 윤기나는 밥을 구현한다는 업체의 주장이다.

사타케 가압식 취반기 SILK
사타케 가압식 취반기 SILK

3) 신긴(真吟)

기존의 도정법은 현미의 길이 방향으로 깎기 때문에, 정미를 하면 할수록 점점 쌀은 둥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쌀의 단백질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고, 필요한 성분인 전분질만 너무 깎아 버리게 된다. 이 새로운 정비법은 쌀을 두꺼운 두께 방향으로 깎아내서 쌀 표면에 많이 분포된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깎아내는 것이 가능한 정미법이다. 일명 ‘편평 정미’ 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깎아내야 할까? 주조 즉 맛있는 술을 빚기 위해서다. 쌀의 단백질은 잡미를 만들기에 일본 술을 빚을 때 도정을 많이 하게 되는 데 이 새로운 도정법은 더욱 맛있는 술을 빚을 수 있도록 해준다.

사타케 신긴 도정법 차이 (최측이 새로운 도정법, 우측이 기존의 도정법)
사타케 신긴 도정법 차이 (최측이 새로운 도정법, 우측이 기존의 도정법)

2. 라이스 테크노 프로덕트(RICE TECHNO PRODUCTS)

2017년 창업한 신생 회사로 주로 덮밥 전문점이나 대형 레스토랑용 취반기 제조사로 쌀 세미에서 자동 계량, 취반까지 한번에 이루어지는 전자동 취반 설비 제조사다.

라이스 테크노 프로덕트 전자동 취반기
라이스 테크노 프로덕트 전자동 취반기

3. SUZUMO

도시락, 김밥, 유부초밥, 스시, 삼각김밥 관련 자동화 생산 설비 업체로 식당용 소형 장비부터 편의점 도시락을 만드는 공장용 대형 생산 설비까지 제조하는 회사다. 국내 대부분의 공장에서도 스즈모의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스즈모 설비
스즈모 설비

4. NAKANISHI 제작소

1971년 일본 맥도널드 1호점 설비 공급으로 시작한 나카니시 제작소는 현재 대규모 단체급식 시설과 외식업을 위한 자동화 주방 설비의 선두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자동 조리, 취반, 세척 설비에 특화되어 있으며, 한 번에 22,000식을 조리할 수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학교 급식 시설을 설계하고 제조했다. 이곳의 자동 세척 설비는 식기를 자동으로 세척하고 건조, 살균, 분류까지 처리하는 첨단 기술을 자랑한다.

나카니시 제작소 미래 예상도
나카니시 제작소 미래 예상도

5. Sodick - 멸균 패키지 밥 생산 시스템

소딕은 NC 방전 가공기 및 정밀 기계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제면, 제과 생산 설비에서 햇반과 유사한 무균 즉석밥 생산 설비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밥을 조리 후 멸균 상태로 즉시 포장하여 위생과 유통기한을 크게 향상시킨다. 재난 대비 식량 및 일반 식품 공급에도 적합하다.

소딕 멸균밥 생산 설비
소딕 멸균밥 생산 설비

6. Ace System – 과열증기 취반 조리기

Ace System은 100℃ 이상의 과열증기(Super-Heated Steam)를 활용한 혁신적인 취반기를 선보였다. 이 취반기를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고 균일한 품질과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보인다. 그리고 밥의 소비기한 확보에도 유리해서 도시락 및 냉동밥 제조 공장에 많이 도입되고 있다.

과열증기가 무엇인지 설명하자면, 물이 끓으면서 증발하는 증기를 포화증기라고 하는데, 여기서 포화증기를 포화온도 이상으로 더 가열함으로써 생성되는 증기를 과열증기(Super-Heated Steam)라고 한다.

과열증기는 포화증기보다 더 높은 온도에 낮은 밀도를 가진 증기가 된다. 다시 말해 산소가 없는 극 저산소, 무산소 상태의 조리가 가능하다. 극 저산소 조리법은 가열한 식재료가 산화되지 않기에 일반 조리기기 대비 영양소의 파괴가 적고 특히,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소비기한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밥알은 더 부풀면서, 색상도 더 하얗게 되기에 영양, 안전성, 외관까지 더 우수한 밥이 된다. 그래서 편의점 도시락 공장뿐만 아니라, 고령화 시설이나 병원 그리고 학교와 같은 단체 급식용 취반 설비로 선호한다.

과열증기 취반기
과열증기 취반기

한국은 방위산업, 자동차, 선박, 반도체,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제조업에서 강국의 위치에 올라있지만, 만두를 제외한 식품 제조 설비 분야에서는 여전히 일본이나 미국, 독일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규모의 경제와 소비층의 차이에서 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기술적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서도 여전히 사진 촬영이 금지된 부스가 많았다. 특히 해외, 그 중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카피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FOOMA JAPAN 2025는 스마트 계측기, 무균 포장, 고품질 조리, 자동화 기술 등 식품 산업의 혁신을 보여줬으며, 앞으로 한국의 식품 관련 기업들이 품질, 위생, 에너지 절감 및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참고해야 할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환 밥소믈리에

왜 밥을 먹어야하나?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밥의 속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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