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15회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결선이 성료됐다. 요리 출강 및 메뉴 R&D 전문업체 ‘SMOOCHSMOOCH’의 정진영 대표가 금상을 차지했고, 한국관광공사의 조예설 씨가 은상을 받았다.
물은 극성을 갖고 있어 여러가지 용질을 용해할 수 있는 용매 역할을 한다. 워터소믈리에도 물의 극성의 성질처럼 융합의 직업이 됐다. 워터소믈리에는 더 이상 물 한 가지만 알아서는 안 되고, 음식과 와인, 커피와 티, 마케팅과 경영 그리고 이제는 지질과 화학까지 섭렵해야 하는 시대다. 올해 워터소믈리에 대회 결선 진출자도 제빵을 전공한 정진영 대표와 관광을 전공한 조예설 씨다. 초창기 워터소믈리에 결선 진출자들은 와인 전공자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나중엔 커피, 외식 등 다양한 전공자들과 화학과 언어 전공자까지 도전했다.

경기대회의 종목은 (사)한국국제소믈리에의 기술위원회 의결로 변경되기도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경기대회 종목은 유지됐다. 그렇기 때문에 대회 도전을 준비한다면 전년도 결선 참관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대회는 우수한 사람을 선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하는 체계가 있고,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우열을 나눈다. 평가 체계는 주관적일 수 없고, 평가일람가이드를 통해 세부 부분 점수까지 체계화되어 있다. 도전자가 평가 가이드를 알 순 없겠지만, 힌트를 준다면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를 참고하라는 것이다. 워터소믈리에는 와인소믈리에에서 파생된 직업이다. 레스토랑 업장에서 와인 소믈리에의 역할에서 와인 대신 워터로 바뀐 것이고, 워터소믈리에에게 거는 기대는 와인 소믈리에에게 거는 기대가 비슷하다.
대회 결선 종목은 물 비교 평가, 음식과 워터의 조화 및 워터 디캔팅서비스, 디톡스워터A , 디톡스워터B, 블라인드 테이스팅, 워터 스토리텔링, 퀴즈 이상 7개 부문이다.
첫 번째 물 비교 평가는 블라인드로 제공된 2가지의 물을 테이스팅하고 각각 어떤 물일지 맞추고, 그 물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다. 국가, 이름, 원수원 등부터 브랜드 스토리, 미네랄 함량, 카테고리, 건강, 페어링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 된다. 점수를 획득해야 하니, 이런 항목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언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음식과 워터의 조화 및 워터 디캔팅 서비스는 와인 소믈리에 경기대회의 우수한 선배 소믈리에의 플레이를 참고하면 좋다.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음식이 결선 현장에서 제공된다. 지금껏 참치초밥과 연어초밥, 피자, 치킨 등이 제안됐는데, 참치나 연어의 특징, 후라이드 치킨이냐 양념치킨이냐에 따라서 페어링 전략을 달리 해야 한다. 음식과 함께 2가지 물이 준비된다. 얼핏 보면 페어링은 워터소믈리에의 경험과 논리로 제안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답이 있다. 워터소믈리에의 개인기보다는 정답에 가까운 물을 선택하고,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선택한 물에 대해서 주어진 시간안에 디캔팅 서비스를 진행해야 한다.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보니, 심사위원에게 글라스를 제공하고, 물을 오픈하고, 디캔팅을 하는 동안 물에 대한 스토리나 주문한 음식과의 페어링 스토리 등을 곁들여서 부분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디톡스 워터A와 디톡스 워터 B인데, 디톡스 워터 A는 사전에 건강과 관련된 가이드 라인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만약 뽑기로 선택한 건강 주제가 나오면, 협회 공식지정워터와 선택한 건강 주제에 도움이 되는 과일과 허브 등을 활용해 독창적인 디톡스(무알콜 칵테일)을 제조하면 된다. 센스있는 네이밍과 브랜드 스토리 또한 점수 획득에 중요한 요소다. 디톡스 워터 B는 스스로 창조하는 무알콜 칵테일이다. 굳이 목테일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디톡스 워터라고 명명한 것은 건강이라는 주제로 좁혔기 때문이다. 맛도 중요하지만 당분이나 시럽 등을 이용하기 보다는 과일 착즙과 허브 등을 이용해 음료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선수들이 함께 나와 스케치북에 국가, 제품명, 원수원 등을 1분 안에 맞추는 것이다. 워터소믈리에의 상징적인 종목은 사실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볼 수 있는데, 물론 중요한 종목임에 틀림없지만 7개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일 뿐이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브랜드 스토리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워터 스토리텔팅은 20개 제품 중에 뽑기로 2개를 선택하고, 그 제품에 대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역사, 품질, 브랜드스토리, 수상 정보, 페어링, 건강 등에 관한 정보를 설명하는 것이다. 부분 점수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많이 언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퀴즈는 스피드 퀴즈로 준비되는데 약 7초간 릴레이로 넘어가는 질문을 확인하고 빠르게 답을 적어야한다. 최신 트렌드가 많이 나오고, 인물에 관한 문제도 많기 때문에, SNS나 기사 등을 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으로 정보를 획득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온라인, 소셜, AI까지 확대된 정보 세상이다. 충분한 사전 준비로 워터소믈리에 대회를 도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2011년부터 시작된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는 매년 개최하고 있고, 우승자가 업계에서 많은 활약 등을 하며 그 가치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참가자가 출전해, 많은 용질을 녹일 수 있는 그런 워터소믈리에로 발전하는 모습을 꿈꾼다.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4회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과 한국음식평론가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국내외 품평회 심사위원 및 써밋과 포럼에서 초청 연사로 활약하고 있다. 유통업계와 IT업계를 거치며 프리미엄 워터와 관련된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그는, 2025년부터 자신의 회사 ‘워터링크’를 통해 ‘프리미엄 워터 캠페인’을 전개하며 물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