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5일 슬로베니아 블레드에서 진행된 블레드 워터 포럼(Bled Water Forum)에서 패널5 “The Premium Water Illusion - Cutting Through the Hype”에 패널로 참석했다. 번역하면 “프리미엄 워터라는 허상, 착각에 대해 과대광고를 넘어 진실을 파헤쳐 보자” 정도 된다. 화려한 포장과 마케팅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이번 패널 토론은 불필요한 내용을 걷어내고 진정한 프리미엄 워터의 기준이 무엇인지 조명했다. 새로운 품질 기준, 글로벌 시장의 요구, 그리고 일상생활 속 물의 역할과 가정에서부터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최고의 물을 어떻게 식별하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Bled Water Forum PANEL5 “The Premium Water Illusion - Cutting Through the Hype" @BWF
Bled Water Forum PANEL5 “The Premium Water Illusion - Cutting Through the Hype" @BWF

프리미엄 워터라는 표현과 그 정의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금 더 비싸게 팔기 위한 마케팅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용어다. 사실 프리미엄이란 표현은 다른 영역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프리미엄 와인, 프리미엄 호텔, 프리미엄 자동차, 프리미엄 과일이라고 들어봤을 법한 표현을 보더라도 마땅히 기준이 정해졌거나 정의가 존재하진 않는다. 다만 그 퀄리티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더 비싸게 팔어서 붙인 말이구나’, ‘마케팅 상술이구나’라는 인상을 받기 쉽다.

프리미엄을 ‘expensive than usual’로 설명한 정의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제품보다 비싸면 프리미엄이라 하지만 단순히 가격이 기준이라면, 여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제품이 고급스러워 보이며,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만족하고 재구매 의도가 생길 때 그 제품의 시장 가격이 결정된다.

BWF에서 선보인 워터 모습. 지리산 1915의 모습도 볼 수 있다. @BWF
BWF에서 선보인 워터 모습. 지리산 1915의 모습도 볼 수 있다. @BWF

지난 BWF 패널 토론에서 프리미엄 워터 허상에 대해 내가 발표했던 내용을 옮기려한다. 마땅히 프리미엄 워터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 4가지(깨끗함, 맛, 희소성, 책임감)를 강조했다.

첫째, 깨끗함은 말 그대로 오염 물질, 박테리아, PFAS(과불화화합물), 미세플라스틱, 질산염 등이 없는 상태다. 각 나라마다 수질 기준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수준일 뿐이다. 진정한 고품질의 물을 구별하기 위해선 이보다 훨씬 더 엄격한 깨끗함의 기준이 필요하다. 만약 10,000원을 주고 구입한 물에 미세 플라스틱이 가득하다면, 그 물을 과연 프리미엄 워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제는 새로운 글로벌 기준이 필요하다.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진정한 의미의 깨끗한, 순수한 물을 정의할 때가 됐다.

둘째는 맛이다. 물에도 맛이 있다. 물맛을 평가하는 워터소믈리에는 테이스팅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물과 음식의 페어링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와인 소믈리에처럼 말이다. 물은 어디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판매될까?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온라인? 아니면 레스토랑일까. 정답은 레스토랑이다. 물의 가격은 그 용도에 따라 달라지며,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인정받는 곳은 바로 레스토랑이다. 물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은 그 물에 어울리는 글라스, 분위기, 음식과의 페어링 등 전문가의 세심한 연출에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음식에 잘 어울리는 물로 워터소믈리에가 추천할 때, 물은 단순한 갈증 해소를 넘어 미각의 품격을 완성하며, 고객은 미식 경험을 바탕으로 슈퍼마켓보다 몇 배의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 물도 와인처럼 맛과 페어링이 조명되어야 다이닝 시장에서 음료로 소비될 수 있다.

셋째는 희소성이다. 프리미엄 워터의 진정한 가치는 수원에서 시작한다. 물에도 떼루아(Terroir)가 있다. 와인에서 사용되던 이 용어는 물에서도 자연환경(지질, 토양, 기후 등)이 그 물의 미네랄 구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물의 맛, 질감 등을 결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독특한 수원에서 나오는 물은 고유한 정체성과 풍미를 지니고, 그것은 그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셈이다. 희소한 수원에서 비롯된 물은 단순한 음료가 아닌, 자연이 빚어낸 작품이다.

물을 마시는 것은 식수의 목적외에도 많은 것을 대체할 수 있다. @BWF
물을 마시는 것은 식수의 목적외에도 많은 것을 대체할 수 있다. @BWF

넷째는 리더십, 모범이다. 프리미엄 워터 브랜드는 단순히 물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모범이 되어야 한다.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야 하며, 물이 자연에서 비롯된 만큼, 자연을 보존하고 후세에 이어가기 위한 책임도 져야 한다. 수익의 일부를 환경 보호에 환원하거나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브랜드야 말로, 진정한 프리미엄의 가치를 실현한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프리미엄 워터는 이 4가지 요소(깨끗함, 맛, 희소성 그리고 리더십)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물의 본질에 대한 철학이며, 우리가 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4회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과 한국음식평론가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국내외 품평회 심사위원 및 써밋과 포럼에서 초청 연사로 활약하고 있다. 유통업계와 IT업계를 거치며 프리미엄 워터와 관련된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그는, 2025년부터 자신의 회사 ‘워터링크’를 통해 ‘프리미엄 워터 캠페인’을 전개하며 물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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