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요 와인 산지에서 재배자들이 극단적 기후, 급등하는 생산 비용, 판매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다수의 포도밭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시위는 11월 15일 오드(Aude) 지역에서 열렸으며, 프랑스 최대 농업 단체인 전국농업경영인연맹(FNSEA)에 소속된 오드 와인 재배자 조합이 주도했다.

오드 와인 재배자 조합의 다미앙 오노르(Damien Onorre) 회장은 르몽드(Le Monde)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 40°C가 넘는 폭염과 심각한 가뭄이 반복됐고, 이 기간 생산량의 절반을 잃었다”며 현장의 심각한 상황을 호소했다.

프랑스 농업부는 10월 발표에서 올해 와인 생산량 전망치를 3,600만 헥토리터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 달 전 전망치 3,740만 헥토리터보다 낮고, 전년 대비 1% 감소한 수치다. 최신 수확 결과를 반영한 이번 조정치는 최근 5년 평균 대비 16% 낮아 기후 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시위는 상징적인 동선을 택했다. 1907년 베지에(Béziers)에서 최대 15만 명이 모여 프랑스 와인 산업사를 뒤흔든 ‘1907년 랑그독 와인 반란’이 진행됐던 거리와 동일한 경로로 행진하며, 재배자들은 현재의 위기가 역사적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 현장에서는 극단적 기후뿐 아니라 급증한 비용 또한 주요 압박 요인으로 지목된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생산비가 두 배에서 세 배까지 증가한 반면, 와인 판매 가격은 수년째 정체되어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다. 일부 재배자들은 이미 사업 지속이 어려울 정도로 수익성이 붕괴됐다고 말한다.

와인 재배자 파브리앵 마리스칼(Fabrien Mariscal)은 프랑스24(France 24) 인터뷰에서 “2016년 업계에 들어온 이후 매년 최소 한 차례, 많게는 네 차례까지 기후 재해를 겪어왔다”며 “최근 2~3년간 극단적 기후로 전체 수확량의 70~80%를 잃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관세 부담 증가, 국내외 수요 둔화까지 더해지며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옥시타니(Occitanie) 와인 재배자 협동조합의 파비앵 카스텔부(Fabien Castelbou) 부회장은 “와인 재배자들이 더 이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수확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배자 단체들은 긴급 재정 지원과 구조적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며, 조속한 개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프랑스의 중요한 와인 재배 문화·유산의 상당 부분이 소실되고 다수 생산자가 폐업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