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인공 와인은 바로  생일날 판교 스시쿤에서  만난 '파 니엔테 샤르도네 나파밸리(Far Niente Chardonnay Napa Valley) 2020' 입니다.

파 니엔테(Far Niente)란 이태리어로 원래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에서 유래했다. ‘무위의 행복’ 이란 뜻으로 어떤 걱정도 없이 게으름 부릴 때의 행복감을 의미한다.

멍 때릴 때 느끼는 무위의 행복감이라 할 수 있다. 돌체 파 니엔테 무위의 행복감, 수많은 재벌과 명사들이 성대한 결혼식 후 몇 년 내 파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나, 2010년 5월 결혼한 장동건 고소영은 아직도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이들은 결혼식 와인으로 ‘파 니엔테(Far Niente) 샤르도네를 마셨기 때문일까?

원래 이 와이너리는 1885년 존 벤슨(John Benson)에 의해 캘리포니아 오크빌에서 설립되었지만, 1920년부터 발효된 미국의 금주법 때문에 망해서 60년간 버려져 있다가 1980년 길 닉켈(Gil Nickel)이라는 사람이 포도원을 다시 일구고 건물을 지으면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폐허 더미를 치우는 과정에서 발견된 건물의 돌기둥에서 ‘Dolce Far Niente’란 글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의미에 매료되어 와이너리 이름으로 짓게 된 것이다.

오늘날 파 니엔테(Far Niente)는 나파밸리 샤르도네(Napa Valley Chardonnay)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데, 나파 밸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가진 13에이커의 완벽하게 조경이 갖추어진 정원은 봄철에 피어나는 수천 포기의 진달래꽃이 만발하며 구불구불한 정원 길을 따라 울창한 녹음 아래 붉은색과 분홍의 아름다운 꽃들이 화려한 조화를 이룬다.

와이너리 게이트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아카시아 드라이브(Acacia Drive)로 구성되며 1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도열하고 있어 가을철에는 금빛 물결을 이룬다. 지난 20년 동안 와이너리는 지하 셀러를 네 번이나 확장하여 셀러 면적이 1,100평에 이르며, 프랜치 오크통에서 익어가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의 숙성고로 쓰이고 있다.

판교의 일식당 스시쿤에서 마신 파 니엔테 2020빈은 아직 영(Young)한 빈티지로, 산미를 강조하기 위해 말로락틱 발효를 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오키하고 버터리한 미국 샤르도네와는 정반대의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풍미의 부르고뉴 스타일 샤르도네에 가까웠다.

옅은 지푸라기 색을 보였고, 레몬과 라임, 사과, 배, 백도, 자몽, 석류 향에 이어 파인애플, 허니듀 같은 익은 과일의 풍미와 상큼한 산미가 돋보이는 와인이었다. 바닐라와 구운 오크의 향이 피니쉬에서 느껴졌고, 입안에 남는 미네랄리티의 느낌도 좋았다. 촘촘하게 느껴지는 질감과 섬세한 맛의 깊이는 화장하지 않은 여인의 순수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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