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올린 유튜브 영상 '김박사의 와인셀러 펜폴즈 그랜지'편을 보신 지인께서 함께 마시자며 그랜지 2009빈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호주 와인을 대표하는 Penfolds 와이너리는 1844년 크리스토프 펜폴드 부부에 의해 시작되었다.

영국에서 호주로 이민을 온 펜폴드 의사 부부는 에들레이드에 진료소를 세우고, 빈혈 환자 치료용으로 포트 와인같은 주정 강화 와인을 만들다가 테이블 와인에 대한 수요증가로 포도재배와 양조가 본업이 되어 사업이 크게 확장되었고 한때 호주 전체 와인의 50%를 생산할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와인 이름 그랜지(Grange)는 시골 농가에서 곡물을 저장하는 창고를 말하는데, 곡물 Grain을 뜻하는 라틴어 그라늄 Granum에서 유래된 불어(Grange 그랑쥐)로, 영어권에서는 그랜지라 발음한다.

1989년까지는 ‘그랜지 에르미따주’라는 이름이었지만, 유럽 연합의 원산지 규정 때문에 1990빈 부터는 ‘에르미따주’를 지우게 된다.

에르미따주는 시라, 또는 쉬라즈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북부론 에르미따주 지방을 의미하는데, 그만큼 신대륙 와인메이커들에게 프랑스는 동경의 대상이자 밴치마킹의 표본이었던 것이다.

펜폴즈 와인에만 있는 특별한 표기가 바로 Bin 숫자인데, 그랜지 와인에도 Bin 95라고 적혀 있다. Bin이란 Batch Identification Number의 준말로, 와인 창고내의 단순한 적재구역 번호이다.

펜폴즈의 와인은 빈 95 외에도 Bin 707, 389, 28 및 128 같은 빈 숫자를 사용하고 있다.

Grange 2009빈은 쉬라즈 98%에 까베르네 소비뇽이 2%가 블랜딩 되었는데, 바로사 벨리, 멕라렌 베일, 멕길 에스테이트 등 3~4개의 포도원 포도를 멀티 빈야드 블랜딩 방식으로 섞어 만들며 18개월간 New 프랜치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와인은 농염하게 짙은 루비 색상을 보였고, 검은 과일향과 블루베리 쨈, 말린 자두, 모카, 초콜렛, 블랙 페퍼, 오크 바닐라, 얼 그레이 티, 타르, 바이올렛, 토바코 잎 등 상당히 복합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었고, 풀바디에 가까운 무게감과 부드러운 타닌, 과일향과 산미의 밸런스, 마신 뒤의 아주 긴 피니쉬 까지 최고 수준 와인의 덕목을 고루 갖추고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13년 정도의 숙성이 가져다 주는 깊은 맛과 감동을 느끼게하는 벨런스는 가히 호주 최고의 와인이라 할 수 있었다.

펜폴즈의 역사는 호주 와인의 역사라 할 수 있으며, 오늘날 펜폴즈의 명성은 그랜지를 만든 막스 슈버트 라는 와인 메이커 덕분이다.

막스 슈버트는 16살의 나이에 펜폴즈의 급사로 취직해 33살이 되던 1948년에 펜폴즈의 양조 책임자로 승진하게 되는데, 1950년 슈버트는 유럽 출장을 갔다가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을 맛보고는 큰 충격을 받게 되고, 돌아와서 장기 숙성이 가능한 펜폴즈 그랜지 와인을 1951년 처음 만들게 된 이후 지금까지 매년 빈티지를 내고 있다.

Penfolds Grange는 당시로써 획기적인 와인으로 장기 보관성, 농축미, 밸런스를 갖추고 호주 와인 중에서는 추종을 불허하는 와인으로 부상하게 된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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