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북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주도인 토리노에 소재하는 한 레스토랑에서 섬머 루케 시음회가 열렸다.

루케(Ruchè)는 피에몬테주 토착 레드품종으로 세미 아로마(semi aroma) 계열에 속한다. 향기만 두고 본다면 스위트 와인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맛은 무잔당의 정통레드다. 토리노 주립대 안나 슈나이더 박사가 실시한 포도 유전자 분석결과 루케는 크로아티나와 말바시아 아로마티카 디 파마의 교잡종으로 밝혀졌다. 말바시아 아로마티카 디 파마는 말바시아 계열의 화이트 품종으로 자연상태에서 크로아티나 레드품종과 교배로 태어났다.

루케의 주 재배지는 북 아스티 지방으로 바르베라 다스티와 모스카토 다스티로 이미 한국 와인애호가한테 잘 알려진 와인산지다. 1980년 DOC등급에 이어 2010년에 DOCG로 승급했고 와인 공식 명칭은 ‘루케 디 카스타뇰레 몬페라토(Ruchè di Castagnole Monferrato)’다. 카스타뇰레 몬테라토 마을은 멸종 직전까지 갔던 루케의 복원과 상업화의 과정이 이루어졌던 루케 성지다. 인근의 여섯 군데 마을에 속한 204헥타르가 등급에 지정되었고 밭 면적으로만 봤을 때 이탈리아 Docg 중 면적이 가장 좁다. 27군데 와이너리가 해당 DOCG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 생산량은 11만 병정도다(2022년 기준).

본 행사 주최자인 루카 페라리(Luca Ferrari) 대표는 루케는 레드와인이나 10~12도로 칠링 하면 화이트에 견줄만한 청량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9월 2일 개관 예정인 루케 품종 박물관 내부. 사진 주인공은 아그리콜라 페라리스의 대표 루카 페라리스
9월 2일 개관 예정인 루케 품종 박물관 내부. 사진 주인공은 아그리콜라 페라리스의 대표 루카 페라리스

루카 페라리스는 루케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루케 품종은 레드지만 타닌이 순해서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장미, 딸기, 후추, 제라늄, 사워체리, 계피 같은 발랄한 향기가 올라오며 산미가 아로마를 돋보이게 합니다. 칠링 해서 마시면 이러한 아로마틱 한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칠링 한 루케와 어울리는 음식은 차가운 피에몬테식 전채요리와 일식을 들 수 있다. 특히 루케 와인은 아프리카 여름과 비교될 만큼 여름이 후덥지근한 일본과 싱가포르등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비텔로 톤나토* 같은 전채요리와 마시면 마요네즈 소스의 느끼한 뒷맛을 와인의 산미가 말끔히 가셔 준다. (* 비텔로 톤나토: 얇게 썬 송아지 고기에 올린 참치와 엔초비에 버무린 소스)

와이너리와 루케 와인에 대한 정보는 https://www.ferrarisagricola.com/en/ 에서 참고 가능
와이너리와 루케 와인에 대한 정보는 https://www.ferrarisagricola.com/en/ 에서 참고 가능

아그라콜라 페라리스(Agricola Ferraris) 와이너리의 전신은 포도농장이었다. 1세기 전 카스타뇰레 몬페라토에 정착한 루카의 증조부는 수확한 포도를 농업 협동조합에 넘겼었다. 그러다 1999년 영농학도인 루카가 가업에 합류하면서 오너 생산체제로 바꾼다. 우선 와이너리 명칭을 가족 성으로 내세워 품질 책임제를 표방했고 모든 와인은 병에 담았다. 그 당시 비인기 품종이었던 루케 재배와 홍보에 올인했다. 무엇보다 면적대비 식재수를 늘리고 품질 기준미달인 열매는 솎아냈다. 현재 와이너리의 소유면적은 34헥타르에 연 30만 병을 생산한다. 이중 60% 이상을 루케 와인이 차지한다. 루케 밭은 토양, 일조량, 수령에 따라 5종류의 크뤼로 나누어 관리하며 크뤼별로 개성이 두드러지는 5종의 루케를 시중에 내놓고 있다.


MUSEO DEL RUCHE 루케 품종 박물관 


창립이래 와인 셀러로 사용했던 인페르놋을 박물관으로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창립이래 와인 셀러로 사용했던 인페르놋을 박물관으로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시음회에서 루카 페라리(Luca Ferrari) 대표는 루케 품종 박물관을 9월 2일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래 페라리 가족이 1세기 이상 와인셀러로 사용하던 장소였는데 이를 지난 1월 일반인한테 공개하기로 결정을 내린 이래 보수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다. 박물관이 있는 몬페라토지역은 남 피에몬테의 와인 저장 풍습인 인페르놋(Infernot)이 잘 보존돼있다. 인페르놋은 2014년 유네스코 자연 유산에 등재된 응회암을 뚫어 만든 지하 셀러다. 적정 온도와 습도가 일 년 내내 유지되어 현지인들은 천연 냉장고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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