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배추 (사진=한국물가정보)
김장배추 (사진=한국물가정보)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김장 비용이 전통시장은 30만 1천 원, 대형마트는 36만 6천 원이 들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금액은 아래에서 언급할 ‘김장 수급 안정 대책’을 포함하지 않은 금액으로, 만약 각종 할인을 적용한다면 하락 폭은 약 10% 넘게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전통시장 vs 대형마트 김장비용 물가 비교 (자료=한국물가정보)
2023년 전통시장 vs 대형마트 김장비용 물가 비교 (자료=한국물가정보)

최근 2년간 김장 물가는 주재료인 채소류 가격과 부재료인 양념류 가격이 상반된 현상을 보였다. 재작년에는 주재료 가격이 오르고 부재료 가격이 내렸으나, 지난해는 채소류 가격이 내리고 부재료 가격이 올랐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특이점 없이 품목별 오르내림으로 가격이 정해졌고, 김장 물가는 3년 연속 소폭 하락했다. 여름까지만 해도 이름 앞에 심심치 않게 금(金) 자가 붙었던 채소류는 올여름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폭염 등 악천후 영향으로 생육 환경이 좋지 않아 가격이 크게 올랐으나 가을 이후 기후 안정에 따라 가격도 점차 회복됐다. 특히 배추는 10월로 접어들며 한 달 전과 비교하면 60% 넘게 가격이 하락했다.

2023년 김장비용 품목별 물가 비교 (자료=한국물가정보)
2023년 김장비용 품목별 물가 비교 (자료=한국물가정보)

올해도 정부에서 김장재료 수급 안정을 위해 정책을 내놓았다. 김장재료인 배추, 무, 고춧가루, 대파 등 정부비축물량(약 1.1만 톤)을 최대한 방출하고, ‘농수산물 할인지원’ 예산을 전년(138억 원)보다 대폭 증액한 245억 원을 투입하는 등 ‘김장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해 3년 연속 김장 물가 하락에 일조했다.

한국물가정보 이동훈 선임연구원은 “이 시기에는 보통 타지역 배추보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가 더 맛있어 소비량이 많지만, 파종 때 장마 피해를 입어 최근 좋은 제품을 찾기 힘들다”며 “비교적 저렴하고 좋은 상품을 찾으려면, 올해는 중부지역이나 남부지역에서 생산된 배추로 김장하는 것이 지혜로운 김장법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민간기상업체 웨더뉴스는 올해 11월의 평균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겠고, 12월의 평균 기온 역시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23년 김장 적기는 평년보다 2~4일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김장 적정 시기도 늦어지는 추세이나, 일반적으로 김장 적정 시기는 일 평균 기온이 4℃ 이하이고, 일 최저기온이 0℃ 이하로 유지될 때를 적기로 보는데, 이에 따라 수도권을 비롯한 강원과 중부지방은 11월 하순에서 12월 상순, 남부지방은 12월 상순에서 12월 중순, 남해안은 12월 중순 이후가 올해 김장하기 좋은 때로 전망했다.


주요 품목별 시황 및 가격

2023 김장비용 물가 정보 (자료=한국물가정보)
2023 김장비용 물가 정보 (자료=한국물가정보)

▶채소류(주재료): 주재료인 채소류 중 대파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은 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무 가격은 내렸다. 대파의 경우, 2년 연속 가격이 올랐는데 올해 강원도 고랭지 지역의 작황이 부진해 예년보다 출하가 일찍 끝났고, 곧바로 이어진 가을 대파 작황도 좋지 않아 공급물량이 감소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무는 반대로 작황이 양호해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하락했다. 

특히 모든 김장재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추는 올해 여름도 빼놓지 않고 ‘금(金)추’라고 불렸으나, 가을 이후 기후가 안정됨에 따라 공급량이 늘어나 가격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주요 산지 중 하나인 강원도 지역이 악천후로 생육 환경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감소하고 좋은 등급의 상품을 찾기가 힘들었으나, 가을이 되며 점차 중부지역부터 남부지역의 배추가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남부지역의 작황이 양호해 안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11월 중순 현재, 배추 1포기당 가격은 4,000원, 무는 개당 1,500원, 대파와 총각무는 1단에 4,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양념류(부재료): 올해 잦은 강우로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높게 형성돼 걱정되던 고춧가루는 김장을 앞두고 공급량이 늘며 가격이 안정되었고, 생산량이 증가한 마늘은 전년 대비 약 10% 하락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장마 및 태풍 영향과 더불어 염전 면적도 줄어든 탓에 생산량이 감소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던 소금(천일염) 가격은 올해 또 하나의 변수를 맞으며 여전히 상승세를 보였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슈로 일각에서 소금, 김, 건어물 등과 같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품목들의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 줄어든 공급량과 더불어 한때 수요가 폭증해 가격이 오른 것이다. 다행인 점은, 정부가 비축물량을 저렴하게 공급해 치솟았던 가격이 빠르게 안정되었고, 소금 영향을 받는 멸치액젓과 새우젓 역시 주재료가 풍년을 맞아 생산량 증가로 가격 변동은 없었다.

▶기타: 속재료로 사용되는 미나리의 경우 전통시장 기준 1단에 13,000원으로, 지난해 가격인 12,000원 대비 1,000원 올랐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굴을 넣어 김장을 하는 곳도 있는데, 전통시장에서 1㎏ 기준 20,000원으로 지난해 25,000원이었던 가격에 비해 하락했다. 특히 굴은 초가을부터 초겨울인 제철을 맞아 알도 굵고 맛도 좋아 이 시기에 인기가 더 많은데, 지난 몇 년간 폭염에 의한 고수온 현상으로 인해 집단 폐사가 일어나거나, 양식굴 성장이 더뎌 생산량이 적었으나, 지난해부터 생산량이 늘어 2년 연속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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