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미? 본 적은 없지만 어딘가에서 잘 숙성시킨 쌀이라고 누구나 알 수 있다. 술도 숙성해야 장도 숙성을 해야 맛이 더 깊어지고 좋아진다. 그런데 여기서 술이나 장에서의 숙성은 발효다. 발효를 통해 여러 감칠맛 성분들이 생성되어 더 맛이 깊어진다. 물론 잘못된 발효는 이상한 냄새가 나고 맛도 나빠진다.

발효는 아니지만, 적정 온도와 수분으로 쌀을 발아시키는 발아미라는 것도 있다. 발아하면 쌀에는 ‘가바’라는 몸에 성분이 나온다. 현미나 잡곡의 경우 부드러워져 먹기가 좋아진다. 아쉽게도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숙성미는 한국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숙성은 소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해 ‘에이징’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숙성미란 어떤 쌀인지 알아보자.

일본 각 양곡 회사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숙성법을 사용해 쌀을 숙성한다. 숙성하면 쌀의 단맛은 상승하고 감칠맛 성분은 증가한다. 그럼 어떤 숙성 공법이 있는지 살펴보자.

1) 빙온숙성미

원래 쌀은 15℃에서 보관한다. 하지만 이 ‘빙온숙성미’는 보관 온도가 조금 다르다.

물은 0℃에서 얼기 시작하지만, 대부분의 생물은 0℃에서는 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세포가 자기 스스로 몸 안에 천연 부동액 성분의 물질을 생성해 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천연 부동액의 주요 성분은 전분에서 생성된 당분과 단백질에서 생성된 아미노산으로 이것이 단맛과 감칠맛을 더 끌어내 준다. 보통 0℃ 이하의 물질이 얼기 시작하는 온도 영역을 ‘빙온 영역’ 이라 하고 이온도 대에서 일정 기간 숙성시켜 쌀의 감칠맛을 상승시키는 기술이 ‘빙온기술’이다.

‘빙온’이라고 하니 참 생소하다. 그럼 ‘효온’이라고는 들어본 적이 있는가? ‘빙온’의 일본식 발음이 ‘효온’이다. 왜냐하면 이 기술을 1960년대 맨 처음 개발한 것이 일본이었기에 일본어가 기술명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맨 처음 수산물의 선도유지 및 숙성을 위해 사용되다가 쇠고기나 과일에 점차 그 기술이 확대되었다.

한국에서도 2년 전부터 “고급 슈퍼나 백화점에서 ‘효온 숙성 한우’라는 것을 팔기 시작했다. 정확히 채소는 -1℃, 쇠고기는 -2℃, 과일인 체리는 -4℃부터 얼기 시작한다.

이미 일본은 약 60여 년 전부터 개발한 기술로 다양한 데이터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효온’ 숙성으로 인해 쇠고기의 감칠맛 성분이 증가하는 것은 다양한 실험 결과나 논문으로 발표되어 있다.

그리고 이 ‘빙온(효온)’은 냉장도 냉동도 아닌 제3의 온도대로 불린다. 냉장 보관보다 훨씬 보존 기간이 길어지기에 다양한 식재의 선도유지 및 유통기한 연장을 위해 그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 빙온숙성미 이미지 <사진=Umaikome>

2) 24시간 숙성 도정

과거에는 지금과 같은 정밀한 도정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물레방아로 쌀을 찧어 도정했다. 물레 방아가 없으면 소나 사람의 힘으로 쌀을 찧어 도정했다. 지금처럼 금방 되지도 않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렇게 해도 껍질을 완전히 벗길 수 없어 하얀 백미가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당시의 기술이 지금보다 못하다고만 할 수 없다.

천천히 도정되기에 쌀의 온도가 상승하지 않아 수분이 날아가지 않았다. 게다가 완전히 도정이 되는 것이 아니니 각종 감칠맛 성분이나 미네랄, 비타민 등이 표면에 많이 남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쌀보다 더 맛있고 건강한 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RPC에 가 볼 기회가 있다면 방금 막 도정이 끝난 쌀을 만져보길 바란다. 따뜻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공법은 아주 천천히 24시간 동안 도정을 한다고 보면 된다. 먼저 현미를 아주 천천히 2부 도정을 한다. 그러고 나서 그대로 24시간 동안 숙성고에서 숙성시킨다. 우리가 먹는 백미는 10부 도정이다. 아주 조금만 도정했으니 현미 껍질에 상처를 낸 정도다. 그러면 현미 내에서는 회복하기 위해 활성화 단백질과 전분이 분해되어 환원당과 아미노산이 계속 증가한다. 그러면 쌀에는 감칠맛과 단맛이 더 상승하게 된다. 그 후 다시 8부 도정을 해서 백미를 만들게 된다.

이렇게 만든 쌀은 분석 결과, 기존 쌀에 비해 단맛은 14%, 감칠맛은 54%나 증가한다는 알게 되었다.

▲ 2부 도정후 숙성되는 쌀 <사진=Tobo Rice Group>

3) 이탈리아에는 카르나롤리를 무려 7년이나 숙성시킨 숙성미도 있다.

▲ 7년 숙성 이탈리아 쌀 <사진=Ogaabeikoku>

재배부터 도정, 가공, 유통, 상품화에 이르기까지 아직 우리와 일본의 격차가 크다. 쌀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 개발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무슨 분말을 넣어서 쌀을 만든다거나, 밥을 지어 유용성 효과가 있다는 식의 수준 낮은 논문이나 특허는 제발 안 나왔으면 한다. 우리 스스로 우리 쌀 산업의 수준을 떨어뜨릴 뿐이다. 커피 한 잔을 위해서도 매우 다양한 푸드테크(식품가공 기술)가 사용된다. 쌀에도 최고의 푸드테크 기술이 사용되길 바랄 뿐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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