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새로운 땅을 개척하자!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삶을 깊이 되돌아보는 시기가 온다. 시인 킴벌리 커버거의 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잘 알고 살았으면 우리의 인생이 확 달라져 더 기쁘게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필자도 미국에 살면서 늘 마음속에 두 마음이 내재하고 있었다. 새롭게 창조적인 창업을 해볼까? 아니면 조용히 직장 생활을 하며 안락하게 살까? 이런 고민의 출발은 안정적인 직장생활의 무료함과 자존감이 저하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또 다른 나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막상 창업하려고 생각을 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오면서 가족의 부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창업에 성공이 보장된다면 당장에라도 시작하겠지만, 창업은 단지 시작일 뿐이고 엄청난 수고와 땀을 흘려도 성공을 장담하지 않는 일이기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 새로운 땅을 개척하자! <사진=Bureau of Land Management>

창업을 하고 나서 나는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서 알지 못했던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벤처기업을 운영해오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나 자신이 스스로 직장을 선택하고, 싫으면 이직하거나 바꿀 수 있다는 선택적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적당하게 시간을 채우기도 했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창업자로 일하면서 그제야 일에 대한 소명을 깨닫게 된 것이다. 창업주, CEO란 자리는 기업을 위해 회사의 모든 일들을 계획하고 집행하고 또 기술개발을 해야 하는 1인 3역 그 이상의 책임감을 마땅히 감수해야 한다.

창업 후 처음 3년은 만사형통하듯 미래가 보장되는 회사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기술적으로 첨단무선통신 분야에 가장 뛰어난 박사 5명을 포함하여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이 함께 기술개발을 시작했으니 성공은 보증수표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잘 나가던 기술 개발과 용역 과제가 계약되었음에도 연구비를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두 회사가 합의해서 계약이 완료되었음에도 용역비 미지급 문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벤처캐피탈사로부터 투자받기로 한 투자금이 지연되다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겹쳐 결과적으로 투자 유치가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겪어야 했던 많은 아픔과 수모, 그리고 시련들은 필자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던 동료와 그의 가족 모두에게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요, 고통의 기간이었다.

이런 어려움이 오기 전까지는 내겐 삶의 가치가 조금 먹느냐 좀 더 먹느냐 차이에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적으로 좀 여유 있게 사느냐 아니면 좀 부족하게 사느냐 정도의 사고가 이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완전히 뒤바뀌게 된 셈이다. 현실 앞에선 오직 ‘죽느냐 사느냐?’ 또 ‘파산이나 회생이냐?’하는 문제 앞에 본인 의지만으로 우리의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청지기라는 사명자로서 본인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성공이라는 결과에 앞서 끝까지 확신을 갖고 최대한 성실하게 노력해야 해야만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어렵다고 중간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창업주의 삶이기에 최선을 다하되 언젠가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도 늘 인지하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함께 일해야만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단 것이다. 

만약 현재의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면서 이직을 고민하거나 성공이라는 좋은 이미지만 가지고 창업을 꿈꾸는 자가 있다면 그만두라고 권면하고 싶다. 

먼저는 지금 현재의 일하는 장소가 스스로에게 주어진 사명의 자리임을 알고 최선을 다하자. 그 일의 현장 속에서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더 정직하게 일하다보면 시간이 지나 직장 안에서는 존경받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희생적으로 정말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번 사는 인생에 후회 없이 살기를 원한다면, 새로운 삶의 영역으로 거침없이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송병문박사는 버지니아텍에서 공학박사를 받은 후에 미국 국방회사에 근무하다가 2004년 무선통신관련 벤처기업을 창업하여 5년간 운영하였다. 이후 2009년부터 텍사스에있는 베일러대학교 전기 및 컴퓨터 공학과의 조교수로 제직하였고, 2013년부터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에서 근무했다. 만21년의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2015년 9월부터 구미전자정보기술원에서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송병문 칼럼니스트 ben.song858@gmail.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