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에는 무수한 입자가 있고 입자와 입자 사이에는 무수한 틈새가 있다. 이것은 아주 가느다란 빨대가 다발로 있는 상태와 비슷하고 흙 입자 틈새에는 중력을 거슬러 물을 유지하는 힘(모세관 현상)이 생긴다. 깊이 1m의 흙 속에는 대략 2개월분의 빗물(200㎜)을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을 흙의 보수력(保水力)이라고 한다. 점토가 많을수록 흙 속에 ‘아주 가느다란 빨대’가 많아져서 보수력이 높아진다.

부식은 처음에는 물을 튕기지만, 일단 젖고 나면 물을 머금는다. 부식은 보수력이 높아서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한다. 부식과 점토를 함유한 토양이 일체가 되어 물을 유지하며 식물에 그리고 하류에 사는 우리에게도 조금씩 물을 공급해 준다. 이 때문에 숲의 흙을 ‘녹색 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점토와 부식이 많은 흙일 수록 보수력이 높고 비옥한 토양이 된다. 점토가 많은 흙을 비옥하다고 하는 이유는 보수력 때문만은 아니다. 흙에 뿌린 비료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고 식물에 전해지는 이유도 점토가 열쇠를 쥐고 있다. 점토는 정전기 작용으로 반대 전하를 띤 양분을 ‘흡착’하기 때문에 점토가 많은 흙이 양분을 많이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 ‘수수하지만 위대한 흙 이야기(후지이 가즈미치 지음, 홍주영 옮김. 끌레마)’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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