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계절 가을이 왔다. 뜨거운 햇살 속에서 지쳤던 몸과 마음을 위로하듯 푸른 가을 하늘을 만끽하며 야외 테라스에서 즐기는 피노 누아 한 잔은 그 어떤 디저트 와인보다도 달콤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현수 소믈리에의 첫 번째 칼럼은 나폴레옹이 사랑한 와인 프랑스 부르고뉴 Gevrey-Chambertin 여행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나폴레옹이 사랑한 와인 쥐브리 샹베르탕 (Gevrey-Chambertin)

쥐브리 샹베르탕(Gevrey-Chambertin)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마을 중 하나로써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나폴레옹 1세가 가장 좋아했던 와인으로 유명한데 그가 가는 곳 어디든 샹베르탕 와인이 항상 함께 했다고 한다. 그래서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이유가 샹베르탕 와인이 전날 식탁에 없어서라는 일화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본(Beaune)에 이어서 두 번째로 큰 와인 산지 쥐브리 샹베르탕(Gevrey-Chambertin)은 360ha에 달하는 지역으로 9개 그랑크뤼와 26개 프르미에 크뤼들은 평균 해발 240~380m의 배수가 잘되고 동향의 완만한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쥐브리 샹베르탕은 크게 세 종류의 석회암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배수 성능과 포도나무뿌리가 깊게 자랄 수 있는 프리모 석회석(Premeaux Limestone), 와인의 견고함과 복합미를 부여하는 해양생물 화석이 풍부한 석회암(Calcaire à entroques) 그리고 단단한 바위 같은 콤블랑시앙 석회석(Comblanchian Limestone) 토양들 덕분에 와인에  깊이가 있고 파워풀한 스타일의 피노 누아가 주로 만들어진다. 

와인의 왕 그랑 크뤼 샹베르탕 (Chambertin)

쥐브리 샹베르탕의 심장으로 불리는 그랑크뤼 포도밭 샹베르탕은 해양성 석회암 위에 하얀 이회토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배수와 일조량이 좋은 완만한 언덕에 위치해 있다. 총 12.9ha을 22개의 와이너리가 나누어 밭을 소유하고 있는데 도멘 아르망 후소(Domaine Armand Rousseau)가 2.56ha로 가장 많은 밭을 가지고 있다.

루 뒤몽(Lou Dumont) & 도멘 코지 앤 재화(Domaine Koji et Jae Hwa) 방문기

일본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했던 나카다 코지와 한국인 아내 박재화씨가 설립한 와이너리로 2000년대 뉘 생 조르주 마을에서 네고시앙의 형태로 와인을 만들며 시작해 지금은 쥐브리 샹베르탕 마을에서 최고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2000년대 초 와인을 다룬 최고의 만화책 '신의 물방울'에 루뒤몽 뫼르소 2003년 빈티지가 소개되어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더욱 유명해지게 된 루뒤몽의 레이블에는 특별한 뜻이 숨어 있는데 바로 하늘, 땅, 사람을 뜻하는 한자 천지인 (天地人)이 적혀있다. 떼루아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순수하고 진정성 있는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철학의 뜻이 담겨 있다.

매종 루뒤몽 (Maison Lou Dumont)은 주로 주스를 사거나 포도를 매입해서 양조하는데, 포도 재배자들과 함께 직접 수확하기도 한다. 덕분에 밭에서부터 좋은 포도를 선별 수확할 수 있고, 와이너리에 도착 후 한 번 더 선별 과정을 거친다.

양조는 사람이 직접 발로 밟아 주는 전통방식으로 오크통에서 알코올 발효가 이루어지며 발효가 끝난 와인은 오크통에서 평균 15~18개월 정도 숙성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도멘 코지 에 재화 (Domaine Koji et Jae Hwa)는 일본인 소믈리에 나카다 코지와 한국인 아내 박재화 대표가 설립한 매종 루뒤몽의 도멘 와이너리이다.

유기농으로 포도밭을 관리하며 2016년 유기농 인증 'Agriculture Biologique'을 받게 되었다. 2018년도부터는 바이오다이나믹 (biodynamic)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으며 피노누아, 샤르도네, 알리고떼 품종으로 최고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매년 생산량이 적어 접하기 어려운 와인이며, 기회가 된다면 꼭 테이스팅 하기를 강력 추천한다.

샹파뉴 랭스(Reims)에서 차를 타고 3시간 30분이 걸려서 쥐브리 샹베르탕 마을에 위치한 Lou Dumont에 도착했다. 이곳은 Chez Léa라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1 층에는 거실, 넓은 주방, 욕실이 있는 방이 하나 있으며 2층에는 각 욕실이 있는 2 개의 넓은 방이 있어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지하 꺄브 계단 (사진=마현수)
지하 꺄브 계단 (사진=마현수)

다음날 감사하게도 박재화 대표께서 직접 와이너리 투어를 해주셨다. 지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보관 중인 수많은 와인을 지나서 와인이 숙성 중인 지하 꺄브에 도착했다.

그리고 빈티지와 양조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왼쪽부터) 루뒤몽 꺄브, 숙성 중인 암포라, 배럴 테이스팅 (사진=마현수)
(왼쪽부터) 루뒤몽 꺄브, 숙성 중인 암포라, 배럴 테이스팅 (사진=마현수)

부르고뉴 2021년 빈티지

서늘하고 습한 날씨와 함께 4월 초에 발생한 늦서리 (Frost)로 인해서 포도나무의 새싹이 죽거나 크게 손상되었고 막심한 서리 피해로 인해 일부 생산자들은 특정 포도밭의 와인을 생산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이디움 같은 질병과 곰팡이에도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수확기 때 맑은 하늘과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생산량이 절반 정도 줄었지만 우아하고 좋은 산도를 갖춘 뛰어난 와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좋은 포도를 만들면 와인은 저절로 만들어 진다" 박재화

루뒤몽에 3박 4일간 머물면서 느낀 점은 타지 그것도 가장 보수적인 부르고뉴에서 당당히 최고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한국인으로서 매우 뿌듯하고 위에 박재화 대표의 말처럼 와인에 대한 깊은 울림을 선물받은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Lou Dumont Vosne-Romanee 2002 (사진=마현수)
Lou Dumont Vosne-Romanee 2002 (사진=마현수)

마현수 소믈리에

국제 와인 전문가 인증과정 WSET Level 3 취득
Court of Master Sommelier, Certified Sommelier 취득 
(현) 레스토랑 MUOKI Head Sommelier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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