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올해에는 와인처럼 깊고 풍성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추운 겨울이 되면 청개구리가 된 듯 따뜻한 햇살 아래 야외 테라스에서 마시는 시원한 샴페인 한 잔이 생각난다. 2025년 첫 와인 여행 이야기는 샹파뉴의 중심 랭스에 위치한 '샴페인 뒤메닐(Champagne Dumenil)'이다.

Champagne Dumenil 역사
샴페인 뒤메닐은 1874년, 에밀 폴 뒤메닐 Emile-Paul Dumenil에 의해 설립된 이래로 140년을 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오늘날까지 7대에 걸쳐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포도는 샹파뉴 몽타뉴 드 랭스 Montagne de Reims 중심부에 위치한 사시SACY , 샤니 레 로즈 Chigny-Les-Roses, 루드 Ludes 마을의 1er Cru 밭을 8ha 소유하고 있다.
오너이자 포도밭 관리와 양조를 지휘하는 Jany PORET은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무색하게 샴페인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Dumenil가의 증손녀 Frederique Poret-Dumenil 여사와 아들 Hugues PORET와 함께 최고의 샴페인을 만들고 있다.
Champagne Dumenil 방문기
랭스 시내에서 차를 타고 15분 정도 달려 사시 Sacy 마을에 위치한 샴페인 뒤메닐에 도착했다.
화려한 빨간 원피스와 멋진 선글라스를 착용한 Frederique Poret-Dumenil 여사의 첫인상은 마치 배우 김해수를 떠울리게 하는, 강렬하고 독보적인 카리스마가 인상 깊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창고에서 샴페인 잔과 샴페인을 챙겨 차를 타고 포도밭으로 향했다.

이날 날씨는 완벽 그 자체였고, 푸른 하늘과 멋진 호텔 Château de Sacy가 한눈에 들어오는 포도밭에서, 시원하게 칠링 된 샴페인을 마시는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곳의 포도밭은 두꺼운 석회층 Chalk 토양이 자리 잡고 있어, 포도나무 뿌리를 서리로부터 보호하고, 필요한 영양분과 물을 공급한다고 한다. 숲 역시 포도밭의 온도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낮 동안에 따뜻한 공기를 모아두고 밤이 되면 아래 포도밭으로 천천히 내보낸다고 한다.
포도밭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친화적인 오가닉 농법으로 관리하며, 오래된 포도밭은 토양이 압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포도밭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양조실로 자리를 옮겼다.
샴페인 뒤메닐은 와인의 신선함과 순수함을 위해 첫 번째로 압착한 최고의 포도즙인 vin de cuvée 만을 사용한고 한다. 이후 24시간 동안 데부르바주 Débourbage 과정을 거쳐 더 맑고 순수한 주스를 얻게 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뒤메닐에는 오크통이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포도의 신선함과, 과실의 아로마를 강조하기 위해 100%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과정을 거치며, 산소를 차단한 Reductive Style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샴페인이 숙성 중인 지하 꺄브로 향했다.
지금도 일부 샴페인들은 전통적인 Remuage 과정을 통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뒤메닐의 모든 샴페인은 최소 3년 동안 숙성되며, 스페셜 퀴베 같은 경우 5년, 빈티지 샴페인의 경우 최소 8~10년 동안 긴 숙성된다고 한다.
Frederique Poret-Dumenil 여사는 이 과정을 "완벽을 향한 시간을 투자하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더 깊숙이 꺄브로 들어가면 예전 선조들이 사용했던 전통 양조 기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내려온 전통을 존중하고 보존한다는 것이 깊은 인상을 느끼고 있을 때 잘 숙성된 2007년 빈티지 샴페인을 오픈해 줘서 감사히 테이스팅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투어가 끝나고 테이스팅 룸에서 샴페인 테이스팅을 마무리로 투어가 끝났다.
인상 깊었던 테이스팅 후기
Champagne Duménil Blanc de Blancs NV
품종: 100% Chardonnay
지역: Montagne de Reims
샤르도네가 심어진 포도밭에서 마신 샴페인이라 여름이 되면 항상 생각난다.
잔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풍성한 기포와 향에서는 신선한 레몬, 사과, 자몽, 감귤 등 과실 풍미와 함께 입안에서 짜릿한 산미가 느껴졌다. 신선한 풍미가 매력적인 샴페인이기 때문에 시원하게 칠링해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Champagne Duménil Amour de Cuvée NV
품종: Pinot Meunier & Pinot Noir 블랜딩
지역: Montagne de Reims 샤니레로즈Chigny-Les-Roses (Premier Cru), 릴리 라 몽따뉴Rilly-La-Montagne (Premier Cru)
피노누아와 피노뮈니에가 블렌딩된 샴페인이다.
잔에서 다양한 붉은 과실 향이 폭발할 정도로 피어올랐다. 레드 커런트, 야생 딸기와 더불어 말린 과일, 구운 아몬드,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졌으며, 입안에서는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기포와 특히 짭조름한 미네랄 풍미가 더해져 긴 여운으로 남은 샴페인이었다.
Champagne Duménil Millésimé 2007
품종: Chardonnay, Pinot Meunier, Pinot Noir
숙성된 샴페인의 정수와도 같았다.
잘 숙성된 황금빛 컬러와 향에서 느껴지는 구운 아몬드, 헤이즐넛, 커피, 토스트 등 신선한 풍미보단 숙성된 복합적인 풍미가 피어올랐다. 입안에서는 부드럽고 섬세한 기포가 긴 여운을 남긴 샴페인이었다.

마현수 소믈리에
국제 와인 전문가 인증과정 WSET Level 3 취득
Court of Master Sommelier, Certified Sommelier 취득
(현) 레스토랑 MUOKI Head Sommelier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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