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렌타인 데이의 역사는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날 초콜릿을 선물하는 관습은 19세기 초콜릿 업체가 이를 영업 정책으로 삼으면서 시작되었다. 사실, 초콜릿은 16세기에 유럽에 소개되었다. 초콜릿은 ‘사랑의 음료’이라고도 하며, 초콜릿은 정력에 좋은 음료로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바람둥이 카사노바도 여성을 끌어당길 음식으로 초콜릿을 꼽았다.
초콜릿의 주성분인 카카오에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풍부한데, 같은 양의 레드와인보다 2배 더 들어있고, 초콜릿에 함유된 알칼로이드 화합물인 ‘카페인’과 ‘테오브로민(Theobromine)’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물질로 단기적 각성 효과로 인해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고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덜어 주고 집중력을 상승시키며,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다. 그리고 특히나 연인들에게 초콜릿이 사랑의 묘약이라고 알려진 이유는 사람이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을 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인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이 초콜릿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 물질 역시 중추신경을 흥분시킴으로써 각성제 역할을 하여 정신을 안정시키고, 우울함을 치유하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실연 등에 빠졌을 때는 그 생성이 중지된다. 이런 때는 정신이 불안정하게 되고 히스테리를 일으키게 되는데 어떤 식품보다도 페닐에틸아민을 많이 함유한 초콜릿을 먹음으로써 정신을 안정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마치 사랑에 빠진듯한 들뜬 기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러한 효능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는 사랑을 깊게 만들어 주고, 실연을 당한 이에게는 이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고, 심리적인 효과 즉 ‘플라시보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옛날부터 와인과 초콜릿은 최음제로 사용된 적이 많다. 그래서 초콜릿 냄새가 많이 나는 메를로가 여성들의 성적 욕구를 증가시키며, 피노 누아를 마시는 여성이 더 개방적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는 레드와인의 특정 성분이 성감대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성적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레드와인은 혈중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수치를 증가시키는데, 정상적인 상태에서 테스토스테론은 이를 방해하는 효소 때문에 쉽게 소변으로 배설되지만, 레드와인을 마시면 폴리페놀의 일종인 ‘케르세틴(Quercetin)’ 등이 이 효소를 불활성화시켜 혈중테스토스테론수치가 증가한다. 많은 양의 레드와인은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내지만, 소량의 레드와인은 남녀 모두에게 성적 욕구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레드와인은 실제로 남녀 모두에게 성적 욕구를 증가시키고, 다른 술과는 달리 매혹적인 성상과 사람을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서 로맨틱한 분위기에 음악과 함께한다면 관능적인 유혹의 수단으로 더 이상 좋은 것이 없다. 이성의 무장해제를 시키는 데는 와인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말이다. 발렌타이 데이에 초콜릿에 레드와인을 함께한다면 사랑의 결실을 쉽게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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