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ves Cosen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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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양조에 사용되는 용기의 재질과 용량은 오랜 역사 속에서 발전해왔다. 초기 용기는 토기인 암포라나 항아리였으며, 이러한 용기는 2,000년 이상 사용되었다. 중세부터 셰리의 운반에 나무통 사용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나무통이 저장이나 숙성에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용기 재질의 변화는 이 지역의 와인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으며, 이는 와인의 성분과 관능적 특성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로써 오늘날 우리가 아는 셰리의 원형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숙성에 사용되는 나무통은 와이너리의 조건과 저장 공간에 따라서 크기, 용량,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900ℓ 용량의 토넬(Tonel)부터 16.66ℓ 용량의 아로바(arroba) 나무통까지, 다양한 종류의 나무통이 와인을 숙성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이들 나무통은 와이너리 공간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다양한 나무들, 예를 들어 밤나무, 그 지역 참나무, 미국산 참나무 등이 사용되었다.

오늘날, 다양한 종류의 나무통이 많은 와이너리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가장 선호되고 널리 사용되는 유형은 600ℓ 용량의 미국산 참나무 통(butt)이다. 이 나무통은 보데가 통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나무통은 셰리에 기여하는 특별한 점 때문에 다른 나무보다 인기가 좋고, 또한 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스페인이 아메리카와의 첫 번째 교역을 시작한 이후부터 사용되어 왔으며, 이 시기에 스페인은 목재를 수입하고 와인을 수출했다.

이 나무통에는 와인을 가득 채우지 않는다. 플로르 아래에서 와인을 숙성하는 데는 500ℓ까지 채워지며, 그 위에 "주먹 두 개" 만큼의 공간을 남긴다. 이는 플로르가 자랄 수 있는 표면을 만들고, 이 표면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이상적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용량 대비 표면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무통은 완전히 공기를 차단하거나 불활성 재질로 된 용기가 아니다. 나무는 산소가 투과하며 통에 있는 와인에서 물을 흡수하여 이를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이러한 이동으로 인해 나무통 내 와인의 양이 줄어드는데, 이는 대기가 건조할수록 더 심해진다. 이러한 증발을 ‘메르마(merma)’라고 하며, 저장된 전체 와인의 3%에서 5%가 매년 손실된다. 그러나 이 손실은 본질적으로 와인에 있는 물의 증발이므로, 와인의 다른 성분들이 계속해서 농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플로르의 보호 없이 숙성된 와인에서 알코올농도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숙성 중에는 이러한 농축 효과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나무에서 미묘하고 특별한 것이 우러나오는데, 이는 나무통이 숙성 용기로 사용되기 전에 완전히 와인으로 절여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와인은 나무를 통해서 느리지만 지속적인 산소 공급이 되는 특별한 환경 덕분에, 더 활발하고 실질적인 방식인 생물학적 숙성이 일어나는 것이다.

민낯에 자신이 있다면 화장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무리 민낯에 자신이 있다고 화장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화장하면 더 예뻐진다. 오크 숙성도 마찬가지다. 와인 자체가 현재 맛있다면 구태여 오크 숙성을 할 필요는 없지만, 오크 숙성으로 더 좋아진다면 해야 한다. 즉 오크 숙성은 선택사항이지만, 어떻게 보면 강제사항이기도 하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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