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무알코올 및 저알코올 와인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새로운 명칭 규정을 도입한다. 이번 개정안은 회원국 간 용어를 통일하고, 소비자 친화적인 명칭을 통해 시장 확대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가 최대 0.5% 이하인 와인은 ‘알코올 프리(Alcohol-free)’, 0.05% 이하인 경우 ‘0.0%’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알코올 도수가 0.5% 이상이지만 기존 카테고리의 최소 도수보다 30% 이상 낮은 와인은 ‘알코올 라이트(Alcohol-light)’로 분류된다.

기존 EU 규정에서는 ‘완전 탈알코올화’ 및 ‘부분 탈알코올화’라는 기술적 용어를 사용했으나, 이는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명칭으로 변경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와인의 탈알코올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10~12%의 저도수 와인부터 사실상 알코올이 없는 제품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등장했다. 그러나 맥주 업계가 무알코올 제품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것과 달리, 와인 업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었다.

실제로 글로벌 무알코올 및 저알코올(NoLo) 주류 시장은 2018년 이후 62% 성장하며 2023년 약 130억 달러(한화 약 19조 1,217억 원) 규모에 도달했다. 이번 EU의 조치는 점점 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유럽 와인 업계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기존에 금지되었던 글뤼바인(Glühwein)과 같은 가향 와인의 탈알코올화를 허용하며, 이를 통해 기존 와인과 동일한 방식으로 알코올 함량을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이번 규정 개편은 단순히 무알코올·저알코올 와인의 명칭 정비를 넘어 포도밭 확장 허용, 와인 과잉 생산 방지 대책, 마케팅 규정 명확화, 기후 변화 대응 지원 강화, 통합 라벨링 기준 도입, 와인 관광 활성화 촉진 등 다양한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EU 농업 담당 위원 크리스토프 한센(Christophe Hansen)은 “이번 개정안이 시장을 안정시키고, 생산자들이 변화하는 소비자 기대에 맞춰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4월 초 유럽의회 농업위원회에서 개정안을 공식 발표하고, 신속한 입법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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