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일반법원(EU General Court)은 프랑스 샴페인협회(Comité Champagne)와 프랑스 국립원산지명칭원(INAO)이 제기한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이탈리아 기업 네로 라이프스타일(Nero Lifestyle)이 신청한 ‘Nero Champagne’ 상표 등록을 최종 기각했다. 이는 지리적 표시(PDO) 보호 체계의 정당성과 샴페인 명칭의 법적 위상을 재확인하는 중대한 판결이다.

해당 사건은 2019년 네로 라이프스타일이 ‘Nero Champagne’이라는 명칭으로 EU 상표 등록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제품이 샴페인 원산지 통제명칭(PDO) 기준을 준수한다고 주장했지만, Comité Champagne와 INAO는 이 상표가 샴페인의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며 소비자를 오도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부도 제3자 의견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초기에는 EU 상표청(EUIPO)이 일부 제품에 한해 등록을 허용했지만, 일반법원은 이 결정을 뒤집고 “PDO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상표가 자동으로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Nero’라는 표현은 여러 검은 포도 품종을 연상시켜 소비자에게 ‘블랙 샴페인’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샴페인 규정상 허용되지 않는 제품 유형”이라고 밝혔다. 샴페인은 오직 화이트 또는 로제 와인만 허용된다.

지적재산권 전문 로펌 DLA 파이퍼(DLA Piper)의 파트너 지네브라 리기니(Ginevra Righini)는 “이 판결은 단순한 PDO 요건 충족 여부를 넘어, 상표가 지리적 표시의 명성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적 원칙을 확립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어 “이번 판결은 샴페인뿐 아니라 다른 모든 PDO·PGI 보호 제품에도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정당하게 인정된 ‘nero’ 관련 품종이나 PDO 명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피노 네로(Pinot Nero), 네로 다볼라(Nero d’Avola) 등 'nero'를 포함한 이탈리아 포도 품종명, 혹은 ‘Pinot Nero dell’Oltrepò Pavese’와 같은 공식 PDO 명칭은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

이번 판결은 EUIPO의 기존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UIPO는 그간 제품이나 서비스가 PDO 기준을 충족하면 상표 등록을 허용해 왔지만, 법원은 “그 자체로는 부당한 명성 이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상표 심사 지침 개정 및 GI 관련 심사 기준의 변화가 예상된다.

DLA 파이퍼는 본 사건에서 지네브라 리기니, 엘레나 바레세(Elena Varese), 발렌티나 마차(Valentina Mazza), 레베카 로시(Rebecca Rossi) 등으로 구성된 법률팀이 샴페인위원회를 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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