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잉어빵) 노점 (사진=한국물가정보)
붕어빵(잉어빵) 노점 (사진=한국물가정보)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에 몸살을 앓고 있다. 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한다는 뜻의 ‘인플레이션’, 농산물 가격이 오르며 일반 물가도 오르는 현상인 ‘애그플레이션’과 같은 이야기도 한 해 동안 심심치 않게 들린다. 명절 차례상부터 최근의 김장 물가까지. 가장 와닿기 쉬운 생활물가에서 그 상승 폭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데, 겨울철 대표 서민 간식에서도 오른 물가가 체감된다.

‘겨울 간식’하면 쉽게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붕어빵, 풀빵, 계란빵, 호떡, 군고구마까지 하지만, 쉽게 떠오른다고 해서 예전처럼 쉽게 만나기는 힘들어졌다. 길을 걷다가, 혹은 하굣길이나 퇴근길에 주머니 속에 천 원짜리 지폐 두어 장이면 배불리 사 먹을 수 있던 것들이 이제는 눈에 잘 띄지도 않을뿐더러 과거처럼 만만한 금액으로는 더 이상 사 먹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겨울을 대표하는 간식거리 5개의 주재료를 선정해 조사한 결과,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49.2%, 지난해와 비교해도 18.4%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가장 상승폭이 큰 팥(수입산)의 경우 5년 전보다 약 100%가 오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 데이터는 겨울 대표 간식인 붕어빵, 계란빵, 호떡 등에 가장 많이 쓰이는 주재료와 기본 단위로 조사한 것으로, 실제 반죽 등에 쓰이는 재료량이나 품목별 추가 재료를 생각하면 더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겨울 간식 물가정보 (자료 제공=한국물가정보)
겨울 간식 물가정보 (자료 제공=한국물가정보)

짧게는 최근 급부상한 원·달러 환율 문제와 올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상승부터, 길게는 작년부터 기상 악재로 인해 세계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한 것과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곡물을 원재료로 삼는 밀가루나 팥, 식용유뿐 아니라 가스나 설탕 역시 세계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품목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재료들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기본 재료비가 비싸다 보니, 마진이 적어 장사를 접는 상인들도 많다. 특히 계란빵의 경우, 계란 가격이 워낙 비싸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서울시의 한 발표에 의하면, 5년 전 7천여 개였던 노점상이 올해 5천여 개로 줄었다고 한다. 물론 원재료 가격 상승만이 주요 원인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동 인구가 준 데다가 현금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는 점이나, 점점 더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점상에겐 당연시되던 현금 지급이, 소비자들이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면서 ‘계좌 이체’라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추가적인 행위를 해야 하고, 굳이 멀리 노점상을 찾아갈 필요 없이 집 근처 가까이 위치한 편의점에서 군고구마나 호빵과 같은 겨울 간식을 편히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맛은 비교할 수 없겠지만, 많은 가정에 에어프라이어 등의 조리기구가 보급화되고, 기기를 활용해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밀키트나 조리방법이 널리 퍼지며 전처럼 바깥에서 사 먹을 필요성이 감소한 것이다.

붕어빵 (사진=한국물가정보)
붕어빵 (사진=한국물가정보)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예전의 맛’을 그리워하며 겨울 간식을 파는 노점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을 위한 기술도 발전했다. ‘붕세권’, ‘가슴속 3천원’과 같은 붕어빵 가게 위치와 가격 정보 등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된 것이다. 아무리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각종 기기의 발달과 다양한 상품이 준비되어 편리성이 극대화된다고 하더라도, 추운 겨울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겨울 간식을 호호 불며 먹는 추억과 감성은 쉽게 대체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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