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과거에는 소비 경제력이 크지 않았고 제품의 다양성이 적었기에 소비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과거 소비 패턴이 생활 필수품과 저축 중심이었다면, 경제력이 늘면서 문화생활, 미용, 여행 등 개인 중심의 소비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특히, 양극화가 고착화되면서 벌어들이는 소득의 수준도 개인 간 큰 차이를 보인다. 각자가 처한 경제 여건에 따라 소비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경험의 폭도 덩달아 제한되었다. 결국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제품을 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올해의 핵심 소비 키워드 중에 하나로 ‘평균 실종’이라는 단어가 있다(트렌드 코리아 2023). 소비에 있어 하나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전통적으로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었던 평균의 개념이 사라졌 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한 가운데 존재하는 ‘평균’ 주변에 수가 제일 많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빈도가 줄어드는, 완만한 종 모양의 소위 ‘정규분포’의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그러한 ‘정규분포’가 무너지고 있다. 평균 실종에는 한쪽으로 쏠린 단극화, 소비가 양 끝(고가vs저가, 짠테크vs럭셔리)으로 몰린 양극화, 초개인화 사회로 접어들며 개인의 취향이 각기 달라진 N극화로 이야기 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는 다양성에 기반을 한다 할 수 있다.

2023년 소비 트렌드의 하나인 ‘평균실종’
2023년 소비 트렌드의 하나인 ‘평균실종’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제품이 경쟁적으로 나오는 시장에서 꾸준하게 팔리는 제품은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경쟁시장에서 꾸준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제품들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제품들이다. 스테디셀러 하면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잘 팔리는 책을 일반적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사랑을 받아 왔거나 잘 팔리는 상품도 스테디셀러라는 이름으로 표현을 한다. 이러한 스터디셀러는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하고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충성 고객층 보유와 신규 고객층 유입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지가 가능하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식음료 제품에서 대표적인 것으로 1974년 처음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 情’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제품이다. 초코맛의 파이가 마시멜로우와 적절하게 섞인 맛과 핵심 브랜드 가치인 ‘정’(情)을 내세운 광고가 감성을 자극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추어 초코 함량을 늘리거나 다양한 기호를 고려해서, ‘초코파이 바나나’, ‘초코파이 딸기맛’ 등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맥심 모카골드’ 역시 수많은 커피 브랜드들의 홍수 속에서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최초의 커피믹스이면서 커피, 설탕, 크리머의 황금 비율에 최상급으로 엄선한 원두를 블렌딩한 맛과 휴대가 간편하고 보관이 쉽다는 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스테디셀러 제품 ‘초코파이 정’(왼쪽), ‘맥심 모카골드’(오른쪽)
스테디셀러 제품 ‘초코파이 정’(왼쪽), ‘맥심 모카골드’(오른쪽)

그렇다면 우리 술에 있어서 스테디셀러 제품은 무엇일까?

일반주류에서 찾아보자면 ‘장수막걸리’나 국순당 ‘백세주’가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구매를 하는 스테디셀러 제품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장수막걸리는 구한말 이전부터 운영되던 서울의 양조장들이 1980년에 서울탁주제조협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2009년 산하법인으로 서울장수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현재 ‘장수 생막걸리’는 하루 평균 약 50만병, 1초에 6.3 병 이상, 연간 2억병 꼴로 팔리고 있는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 막걸리이다. 장수막걸리 역시 꾸준한 품질 개선 및 다양한 제품 개발를 통해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입맛에 대응하고 있다. 백세주 역시 국순당에서 1992년부터 생산한 약주이다. 당시 약주는 제사 또는 명절 때 먹는 가격 낮은 술로 인식되어 있었다. 특히, 마시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는 인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이런 인식을 깨고 국순당 백세주는 우리나라 전통주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도 조금씩 원료에 변화를 주거나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들을 통해 소비자의 입맛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 술 스테디셀러 제품 ‘장수막걸리’(왼쪽), ‘백세주’(오른쪽)
우리 술 스테디셀러 제품 ‘장수막걸리’(왼쪽), ‘백세주’(오른쪽)

트렌디하고 색다른 것을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지역특산주를 기반으로 한 전통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막걸리나 약주, 소주 등 신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출시되는 제품들의 특징이라면 젊은 세대의 입맛이나 트렌드에 맞게 다양한 원료나 부원료를 사용해서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제품들 중에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스테디셀러 제품이 만들어 지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물론 전통주 업체들이 만들어진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스테디셀러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다. 최근 나온 제품이 얼마나 오랜기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제품 생산 방식을 보면 많은 양조장들이 초기 제품을 생산하다 빠르게 다음 신제품 생산 준비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유는 시장의 변화나 소비자의 기호가 빠르게 변하기에 거기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의 사이클이 너무 빠른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모든 제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잠재적 이윤과 수익성이 달라진다. 한 제품이 탄생하면서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을 판매와 이윤의 측면에서 나누어 놓은 것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다. 지금의 전통주는 이런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짧은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한다.

장수막걸리나 백세주 역시 초기 제품이 나올때의 맛과 지금의 맛은 분명이 다르다. 하지만 최대한 제품의 변화를 줄이면서도 동시대의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거나 라벨이나 마케팅 방법을 변화시키거나 지금까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연장시켜오고 있다. 우리 전통주 역시 리뉴얼이라는 방식을 통해 조금씩 맛과 라벨의 변화를 주면서 자신의 제품 수명을 연장 시켜야 한다. 지금 전통주에는 스테디셀러 제품이 보이지 않는다. 양조장 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전통주 분야에서도 사람들에게 이야기할수 있는 스테디셀러 제품이 나와야 할 때다.

10년 후에도 지금의 이름을 단 전통주를 마셔보고 싶은 바람을 가져본다.

박람회에 전시된 다양한 전통주들 @이대형
박람회에 전시된 다양한 전통주들 @이대형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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